25-17. 교양 철학 인문 도서 『악마와 함께 춤을』 서평
시기, 질투, 분노는 어떻게 삶의 거름이 되는가
꽃이 만발한 정원에 벌레가 필요하듯 삶에도 부정적 감정이 필요하다.
악마와 함께 춤을
크리스타 K. 토마슨 지음 | 한재호 옮김
국내도서 : 2024년 12월 16일 출간
부정적인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사람들은 나를 "부정적"이라고 불렀다. "생각이 많다고"도 말했다. 그런데 내 머릿 속에서 생간 궁금증은 잘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직장을 다닌지 10년이 지나자 마음 속에서는 이상한 마음이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째서 그렇게 하는거지?" 그리고 더욱 가관이었던 건 "화"가 많아져 곧 분노로 다다르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사실이었다.
안타까운 건 이러한 생각은 반복에 반복을 걸쳐 내 마음에 터줏대감처럼 눌러 앉아 버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화를 낮추기 위해 내가 노력했던 것들은 "책"이었다 .
내가 잠재적으로 많은 화를 가지고 있다면, 25-12. 교양 과학 도서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에서 그것을 알고 싶었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화가 많은 당시에 굳이 이렇게 살아야 하나 고민했을 무렵엔 25-06. 독일 에세이 헤르만 헤세의 『삶을 견디는 기쁨』 을 읽기도 했지만 "힘듦은 삶의 연속이다"라는 깨달음을 얻은 반면 궁금증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던 듯 하다.
25-06. 독일 에세이 헤르만 헤세의 『삶을 견디는 기쁨』 서평
분주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 그것은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오히려 그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우리의 기쁨을 방해하는 가장 위험한 적이다. 라고 헤르만 헤세가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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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 교양 과학 도서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리뷰
Que sais-je? 나는 무엇을 아는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떤 커피를 좋아하니? 라테? 카푸치노?' 와 같이 구체적인 답을 원하는 질문에는 '얼죽아죠'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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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읽은 책. 오늘은 인문 교양 도서 <악마와 함께 춤을> 이다.
백 만 년 읽은 이유.
이 책은 꽤나 오랫동안 내 이북 서재를 점령했다. 그런데 쉽게 읽히지가 않았다. 내 '화'를 악으로 표현하더라도, 부제에서 말한 "시기, 질투, 분노"가 어떻게 삶의 거름이 되는지 알고 싶었는데 자꾸만 수박겉핡기 식으로 많은 이야기를 풀어낸 작가 덕택에 첫 장을 열고 약 2달 이상의 긴 시간동안 책을 읽었다.
어쩌면 내가 막상 '화에 대한 내 자신을 납득하기 싫어서, 나의 화에 대해 모른 척 하고 싶어서, 늦게 늦게 봤을 수도 있다.
내가 분노를 무기 삼은 원인
작가는, 분노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것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값싼 방법이다. 요컨대 내가 이 세상의 어리석고 잔인한 자들에게 분노함으로써 나는 그들 중 하나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나에게 분노는 무기였다. 나도 모르게 갑자기 발현되어 휘두른 야구방망이는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내가 이겼다(?) 는 느낌을 들게 했다. 정해진 것이 있는데 따르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나중에 기억하지 못하고 또 똑같은 일들을 하는 사람들. 기억력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더라도 그건 참 말이 안되는 행동들이었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정없다고 느꼈고 뒤에서 욕을 했다. 알면서도 계속 난 하던 방식을 고수했다. 그렇게 해야 일이 진행되었으므로.
책에 따르면 나의 분노는 타당했으나, 감정이 자꾸 섞여들어갔다. 객관적이지 않는 분노가 그들에게도 느껴졌는지 사람들은 대응을 잘 하지 않았다.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의 행동이 더 나보다 한 수 위였다. 바로 바로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방침이었고, 나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분노의 분노가 더 커졌다.
나의 삶 그리고 나의 직장
주변을 한번 둘러보라.
사람들은 자아도취에 빠졌다.
남을 위한 작은 희생도 감수하길 꺼리고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며 항상 자신을 우선시한다.
(책 중에서)
삶에 있어 예민함을 비롯한 기민하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 나에게는 "분노"란 애정이 있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추파였던 셈이다. 20대에는 한없이 긍정적이었고, 20대 중후반에는 긍정적인 삶의 방식이 조금은 부정적이고 객관적인 이유를 알아야 하게끔 변화되었다.
이후 40대가 다가오고 있는 내 일상은 이제 분노를 내려놓는 시기가 되어가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는 삶의 방식이 분노가 아니라, 내 스스로에게 집중하기 위한 방식으로서 분노가 우선 순위가 아닌 차선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싶다.
나쁜 감정이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의 일부라면, 그것은 또한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애착의 일부이기도 하다. 배우자에게 화를 낸다고 해서 더는 배우자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다. 보통은 배우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화를 낸다. 남편이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사다리를 타고 높은 곳을 청소할 때 아내가 화를 내는 이유는 남편이 자신의 건강과 안전에 무심하기 때문이며, 남편의 건강과 안전은 아내에게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관심이 없었다면 화내지 않았을 것이다. 때때로 우리는 가족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겨서 오랫동안 화를 내기도 한다. (책 중에서)
121 p 긍정적인 성향의 사람은 속기 쉽고 고정관념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좋은 논증을 구성하는 데 서툴다.
122 p 게다가 일부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인 감정은 유익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실망감을 더 잘 처리하고 더 창의적이며 협상을 더 잘하는 경향을 보인다.
화풀이하고 감정을 밀어내려 할 뿐만 아니라, 그건 대의를 위한 것이라고 자신을 합리화하며 서둘러 감정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제일 싫어하는 동료가 회의에서 당신의 실수를 지적해서 화가 났다고 해보자.
그가 옳고 당신이 틀렸다는 게 밝혀졌지만 여전히 화가 난다. 어쩌면 내가 화난 건 그가 나를 바보로 만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지적했더라도 그런 기분이 들었겠지만, 제일 싫어하는 동료가 지적했기 때문에 더 화가 난다. 제일 싫어하는 사람의 말이 옳은 걸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나? 분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책 중에서
그러니까 결론적으론 내가 감정적인 이유는 애정이 크기 때문이고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고자 하는 갈망이 분노로 이어진다는 말이다. 그러다 해결이 잘 안되거나 원하는 방식으로 풀리지 않으면 '분노'의 또 다른 방식인 "화풀이"로 배출된다. 이것은 분노라는 감정이 불쾌함으로 바뀌면서 내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도 모르게) 내려지면서 나도 모르는 감쪽같은 화풀이 대상을 찾게 된다는 논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노라는 감정은, 나도 모르게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 느껴지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다. 분노, 울음, 눈물, 웃음, 화풀이 등 매우 다양하고 폭 넓어 어떤 것이 분노인지 불쾌함인지 기쁨인지는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건 스스로의 기분과 현재 상태에 대해 제일 잘 알고 있는 본인 뿐이다. 타인이 알 수 있는 건 께름칙한 느낌. 그 것이 전부다. <악마와 함께 춤을> 에서는 이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냥 받아들여라" 라고 하고 있다.
분노를 해결하는 방법은 내 분노를 ‘교정’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다.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된 데 누군가의 책임이 있다고 가정하지 말고, 그저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를 스스로 솔직히 살펴야 한다. (책 중에서)
화풀이가 불쾌한 감정에 대처하는 방식 중 하나라면, 스스로 분에 못 이겨 저렇다는 사람들의 말이 맞기도 한 것 같다. 화가 난 대상이나 이유에 대하여 내가 이해할 수 없고 납득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잘못된 방식으로 타인에게 표출하는 방식은 (명백히) 잘 못 된 것이고 결국 본인 스스로 깨달아 "아, 나 지금은 스스로 통제가 안되는구나" 라고 생각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때때로 감정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이를테면 한밤중에 부엌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두려움이 엄습한다. 반대로 감정을 천천히 깨달을 때도 있다. 병원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짜증이 점점 밀려온다. 하지만 우리는 아주 두렵고 짜증이 많이 날 때도 보통은 평정심을 유지한다. 공황 상태에 완전히 빠지지 않으면서 두려워할 수 있고, 로비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으면서 짜증을 낼 수 있다. (책 중에서)
자동차 타이어에 구멍이 났고 이건 내가 싫어하는 그 동료의 짓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우연히 타이어에 못이 박힌 거라고 해보자. 그가 하지도 않은 일에 계속 화를 낸다면 내 분노는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감정이 항상 지각과 같이 작동하는 건 아니다. (중략) 우리는 ‘사소한 것’에서 기쁨을 찾아야 하지만 ‘사소한 것’에 화를 내서는 안 된다. 물론 사람들은 부당한 이유로 화를 낼 수 있지만, 종종 비판의 진정한 표적은 감정이 아니라 이유다. 다시 말해 내가 커피를 사기 위해서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기다리면 안 된다는 인식을 지닌다면, 그건 화내기에 부당한 이유다. 하지만 동시에 혼란스러워하거나 슬퍼하거나 실망하기에도 부당한 이유다. 부당한 이유는 어떤 감정이 동반되든 부당한 것이 되어버린다. (책 중에서)
마지막으로, 책의 한 구절을 적으며 서평을 마무리할까 한다.
감정을 자유롭게 풀어 놓지 못하는 까닭은 감정을 그대로 두면 그 감정이 영원히 지속될까 봐, 그 감정이 우리를 집어삼킬까 봐 또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이런 두려움의 일부는 감정이 우리 안에 있는 사악한 뭔가를 나타낸다는 믿음을 심어 놓은 성자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은 사악한 게 아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그 애착의 일부일 뿐이다. 나쁜 감정은 당신을 잡아먹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나쁜 감정을 느낄 것이고 그건 결국 사라질 것이다.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내가 <악마와 함께 춤을> 이라는 교양 도서를 꽤 오랫동안 읽으며 스스로, 나도 모르게 발생한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했던 행동과 생각들을 정리해 올려두었다 . 분노로 인한 진정이 필요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