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가 운영하는 공원, 기흥 레스피아.
평소처럼 강아지와 산책을 갔다.
그런데 그날따라 이상하게도 아이가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발걸음은 느렸고, 표정은 굳어 있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냄새만 맡고 가자.”
그렇게 안으로 들어갔다.
덩치 큰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오더니, 갑자기 손을 내밀었다.
순간 강아지 표정이 변했다.
몸이 굳고, 낮게 경고하듯 으르렁거리려는 기색이 보였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사람 안 좋아해요.”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는 결국 으르렁거렸다.
그러자 돌아온 말은 이랬다.
“뭐라도 해야되겠다. 당황스럽네.”
그리고는 툭 던지듯 지나갔다.
그 말을 듣고 이상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경계심을 보이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
사람도 처음 보는 상대가 부담스럽고, 낯설고, 때로는 경계한다.
하물며 말도 못 하는 동물은 더 그렇다.
특히 누군가 갑자기 다가오고, 손을 들이밀고, 거리를 침범하면 본능적으로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더 황당했던 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 집 강아지가 이전에 우리 강아지를 몰아세웠고,
우리 아이는 도망치다 못해 똥을 지릴 정도로 겁을 먹었었다는 것.
그러니까 이건
“이상한 강아지”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공포를 경험한 생명체의 반응이었다.
무서웠던 기억을 가진 존재가 경계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히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가가는 쪽이 더 무감각할 수 있다.
가끔 사람들은 동물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강아지니까 원래 사람 좋아하겠지.”
“가만히 있으면 되지 왜 으르렁거려?”
하지만 모든 강아지가 사람을 좋아해야 할 의무는 없다.
모든 생명체는 자기 방식대로 두려움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
누군가는 그 반응을 보고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묻고 싶다.
상대가 경계한다는 신호를 보냈을 때,
멈추고 거리를 두는 법은
왜 사람은 배우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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