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도 너 님이 무서워요.

또리의 4살. 그리고 어느 습한 더운 날 저녁. 중년에 가까워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우리를 발견하고 멈칫 섰다.“개 안 물어요?”나는 또리의 목줄을 짧게 잡으며 대답했다.“네, 지나가셔도 돼요.”“내가 전에 개한테 물린 적이 있어서. 정말 지나가도 돼요?”“네, 괜찮습니다. 지나가셔도 됩니다.”“내가 개한테 물린 적이 있어.”“이 근처에 사나운 개가 있나 보네요.”“내가 전에 물린 적이 있다고.”아저씨는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정말 또리가 무는 개인지 궁금했던 걸까. 아니면 이 길을 지나가도 되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이 개에게 물린 적이 있다는 사실을 내게 꼭 이해시키고 싶었던 걸까.또리는 몸집이 작지 않다. 사람에 따라서는 중형견이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대형견처럼 ..

그 친절의 목록에 나는 없었다

요즘 들어 자꾸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왔는지,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생각하다 보니 조금 이상한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나는 꽤 오랫동안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정작 나를 생각하며 살아본 기억은 별로 없다. 어렸을 때부터 주변의 시선을 많이 신경 썼다. 누군가의 표정을 살피고, 분위기를 살피고, 지금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를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래서인지 어른이 된 뒤에도 비슷했다. 다른 사람이 불편하지 않았으면 했다. 일을 할 때도 그랬다. 누군가 다음 업무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미리 정리해두고 싶었고, 문제가 될 만한 것이 보이면 문제가 되기 전에 처리하고 싶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완벽주의탈출기 2026.08.14 0

포장기사 전날 다짐. "이제는 더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아는 것을 틀리지 않는 시간이다."

이 글은 시험 하루 전 날 기억을 되새기며 쓰는, 과거에서 온 글이다. 시험을 하루 앞두고 책을 펼쳤다. 처음에는 '이걸 다 외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한 문제씩 넘기다 보니 어느새 200번대를 보고 있었다. 분명 완벽하진 않지만, 처음 책을 펼쳤을 때와 비교하면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들이 생겼다. 오늘은 새로운 내용을 깊게 파기보다 점수를 가져갈 수 있는 문제들을 정리했다. - 포장의 적정화 기본방향 - 유리병 재활용(갈·녹·무) - 오렌지필 - 분리배출표시제도 - 식품포장 진공도(5~30 mmHg) - 냉동식품 저장조건(-18℃) - 레토르트 살균(121℃, 4분 이상) 숫자도, 용어도 하나씩 익숙해지고 있다. 공부하면서 느낀 건,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욕심이..

돌싱이라는 벽. 돌싱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이 글은 여기에서 이어진다. 2023.09.07 - [우산국│作/共存의 무게] - 나는 이혼했다. 나는 이혼했다.나는 이혼했다.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난 일이지만, 나는 이혼했다. 지금은 그나마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다. 굳이 이 얘기를 글로 옮기는 이유는 내 스스로에게 있다. 블로그에 약간의 포스팅을hrdforus.tistory.com 돌싱이 된 후 몇 차례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누구나 새로운 인연을 기대하듯 나 역시 평범한 만남을 기대했고, 평범한 연애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높은 벽이 하나 있었다. 바로 '돌싱'이라는 두 글자였다. '돌아온 싱글'이라는 가벼운 줄임말은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경험일 뿐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관계를 시작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

ChatGPT와 함께한 포장기사 실기, 그리고 한 달

시험이 끝났다.합격했는지, 몇 점을 받았는지는 아직 모른다.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처음에는 단순히 문제를 알려 달라는 요청이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부 방식은 조금씩 달라졌다.처음에는 문제의 정답을 찾았다면, 나중에는 왜 그런 답이 나오는지 고민했다.켈리커트 공식은 몇 번이고 다시 계산했고, 골조율은 A골과 B골을 헷갈리지 않도록 반복해서 정리했다.산소투과도는 역수 계산을 익혔고, 열단장은 공식을 외우기보다 의미를 이해하려고 했다.그리고 기억에 남는 문제도 있었다.0210형 플랩 계산처럼, 답은 있는데 이유를 찾기 어려운 문제.그 문제를 두고 꽤 오랜 시간을 함께 고민했다.결국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시험에서는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이해할 필요는 없다.때로는 답을 받아들..

비즈니스에서 표정 관리가 중요한 이유

직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유난히 표정이 솔직한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밝게 웃으며 이야기하다가도, 다른 사람을 마주하는 순간 표정이 굳는다.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는 친절하고, 불편한 사람에게는 무표정하거나 귀찮은 기색이 그대로 드러난다. 본인은 감정을 숨기지 않는 성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업무에서는 그 솔직함이 때로는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비즈니스는 개인적인 호불호보다 역할이 우선되는 공간이다. 누구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감정이 표정과 태도로 그대로 표현되기 시작하면 상대는 업무보다 감정을 먼저 느끼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그 대상이 특정 사람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사람은 "오늘 기분이 안 좋은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초보 수영 5일차, 물을 이기려다 알게 된 사실

벌써 수영을 시작한 지 5일이 되었다. 아직은 기초반이다. 자유형도 완성되지 않았고, 발차기와 호흡, 자세 하나하나를 배우는 단계다. 그런데 오늘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하나 느꼈다. 수영은 내 동작만으로 이루어지는 운동이 아니었다. 내 레인에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주변 레인의 사람들도 함께 움직인다.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 접영을 하는 사람, 자유형으로 힘차게 치고 나가는 사람들. 그때마다 물살이 밀려오고 내 몸도 함께 흔들렸다. 처음에는 그 물살을 버티려고 했다. 몸에 힘을 주고 중심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할수록 오히려 자세는 더 굳고 어깨에도 힘이 잔뜩 들어갔다. 집에 돌아오니 어깨가 뻐근했다. 생각해 보니 단순히 팔을 많이 써서가 아니었다. 흔들리는 물속에서 균형..

포장기사 실기 D-1, 15일차 : 이미 충분하다.

* 이 글은, 시험이 끝난 후 간략하게 적어놓았던 내용을 되새기는 글이다. 어느덧 시험 하루 전이다.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 날이 올까 싶었다. 회사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이미 하루의 에너지는 대부분 소진되어 있었고, 책을 펼치는 것조차 쉽지 않은 날이 많았다. 진도는 계획보다 느렸고, 공부를 하지 못한 날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조급함은 커졌고,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그래도 결국 여기까지 왔다. 오늘은 새로운 내용을 외우기보다 지금까지 봤던 것들을 천천히 다시 훑어봤다. 헷갈렸던 부분을 한 번 더 확인하고,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내용들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이라고 특별한 공부를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믿어보기로 했다. 이..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도대체 일을 잘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야근을 많이 하는 사람일까. 누구보다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일까. 아니면 혼자서 모든 일을 해결하는 사람일까. 예전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나는 이제 일을 잘한다는 것을 '조직이 원하는 결과를 가장 적은 비용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비용은 단순히 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간일 수도 있고, 사람의 에너지일 수도 있으며, 부서 간의 갈등이나 반복되는 실수일 수도 있다. 같은 결과를 더 적은 시간과 노력으로, 더 안정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

나와의 대화 기록을 읽으며, 결국 나를 돌아보다

나와의 대화 기록을 읽으며, 결국 나를 돌아보다 사람은 혼자 생각할 때보다 누군가에게 말을 건넬 때 자기 마음을 더 분명히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동안 나는 수 많은 이야기를 꺼냈다. 회사에서 있었던 일, 사람들과의 관계, 업무 방식, 자격증 공부, 돈에 대한 걱정, 앞으로의 진로, 또리의 건강, 그리고 아무 이유 없이 삶 전체가 무겁게 느껴지는 밤까지. 당시에는 그저 당장 답이 필요해서 꺼낸 말들이었다. 그런데 대화 기록을 다시 바라보니, 그것들은 단순한 질문의 모음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내가 무엇을 견디고 있었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지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나는 생각보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맡은 일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고,..

共存의 무게 2026.07.28 0

눈치를 보는 사람과 눈치를 보게 만드는 사람

사람들은 말한다."왜 그렇게 눈치를 봐?"그런데 또 다른 사람은 말한다."눈치 보게 분위기를 만들잖아요."과연 누가 맞는 걸까.사실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둘 다 맞다.사람은 처음부터 눈치를 보는 존재가 아니다. 한 번 의견을 냈다가 무시당하고, 실수 한 번으로 크게 혼나고, 책임이 애매한 상황에서 혼자 수습을 해본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말을 아끼게 된다. 그렇게 조용해진 사람을 보며 누군가는 "왜 의견을 안 내?"라고 묻는다.하지만 의견을 내지 않는 이유는 입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경험 때문이다.반대로 모든 것을 분위기 탓으로만 돌리는 것도 답은 아니다.같은 환경에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사람이 있고, 지나치게 눈치를 보는 사람도 있다. 결국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도 다르다..

협업은 사람보다 정보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이상한 순간이 있다.'왜 나는 항상 나중에 알게 될까?'누군가는 이미 내용을 알고 있고,회의도 끝났고,업체와도 이야기가 끝났는데나는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한다.그렇게 되면 업무는 항상 한 박자 늦어진다.처음에는 내가 부족한 줄 알았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느낀 것은,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가 흐르는 방식의 문제라는 것이었다.많은 회사에서는 업무를 '담당자 중심'으로 공유한다.메일도,메신저도,전화도.'당사자만 알면 된다.'하지만 정말 그럴까?업무는 한 사람으로 끝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구매가 움직이면 생산이 움직이고,생산이 움직이면 품질이 확인하고,영업은 고객에게 일정을 전달한다.결국 하나의 정보가 여러 부서를 거쳐 하나의 결과를 만든다.그런데 그 정보가 필요한 사람에게 ..

나,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었네

살다 보면 자신감과 자만심을 헷갈릴 때가 있다.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내가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었네.' 예전의 나는 늘 부족한 부분만 바라봤다. 더 알아야 했고, 더 잘해야 했고, 더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것이 익숙했고, 남들과 비교하면 늘 부족한 것만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설명하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고, 내가 당연하게 처리하는 업무가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경험이 어느새 내 기준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공정을 이해하기 위해 질문했던 시간, 업체의 말을 그대로 믿지 않고 이유를 찾으려 했던..

완벽주의탈출기 2026.07.16 0

구매는 물건을 사는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구매가 단순히 물건을 주문하는 일인 줄 알았다.가격을 비교하고,발주를 넣고,납기를 맞추는 것.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하지만 일을 할수록 알게 된다.구매는 물건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문제를 미리 사라지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을.공장은 품질을 이야기하고,연구소는 성능을 이야기하고,영업은 납기를 이야기한다.협력사는 원가를 이야기하고,회사는 이익을 이야기한다.모두가 다른 방향을 바라보지만,구매는 그 사이에서 하나의 답을 만들어야 한다.그래서 구매는 숫자만 보는 직무가 아니다.왜 이 단가가 나왔는지,왜 이 공정이 필요한지,왜 이 재질이어야 하는지.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은 좋은 구매가 되기 어렵다.가격을 깎는 것도 중요하지만,그보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다.공정을 이해하고,원재료..

반려 생활, 나의 문제

반려생활을 하다 보면 강아지에 대해 배우는 것보다, 나 자신에 대해 배우는 일이 더 많다. 강아지는 말을 하지 못한다. 기쁘면 꼬리를 흔들고, 불안하면 몸을 웅크리고, 서운하면 조용히 나를 바라본다. 우리는 그 행동을 보며 감정을 짐작할 뿐, 강아지가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끝내 알 수 없다. 반대로 나는 사람이다. 말을 할 수 있고, 감정을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가장 가까운 반려견에게는 오히려 내 감정을 말로 설명할 수 없다. 피곤한 날도 있고, 회사에서 힘든 일을 겪은 날도 있고, 아무 이유 없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도 있다. 그럴 때 또리는 평소와 똑같이 산책을 가자고 하고, 놀아 달라고 하고, 내 곁에 와서 앉는다. 또리는 변한 것이 없는데, 변한 것은 나다. ..

건강한 삶 2026.07.14 0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 공명. 두번째 이야기

예전에는 행복하다는 말을 잘 하지 않았다.괜히 들뜨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지금의 행복을 말하는 순간 사라질 것 같아서.행복은 조용히 간직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행복은 말할수록 커지는 감정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신기하게도 사람은 불행은 쉽게 말한다.힘들다.피곤하다.짜증 난다.이런 말은 하루에도 몇 번씩 입 밖으로 나온다.반대로 행복은 어떤가.오늘 정말 행복했다는 말은 의외로 자주 하지 않는다.행복은 특별한 날에만 쓰는 단어처럼 아껴 둔다.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반대였으면 좋겠다.사소한 행복이라도 말하는 사람.맛있는 점심을 먹어서 행복했고,퇴근길 바람이 좋아서 행복했고,좋아하는 음악을 들어서 행복했다고.그렇게 말하는 사람 옆에는 이상하게 비슷한 사..

26-24. 웹소설 "그대 맑은 눈에 사무친 원망을" 리뷰 ; 원망은 사랑보다 오래 남는다

요즘 SNS와 인터넷에서 자주 보이던 소설이라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흔한 후회물 로맨스라고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의 감정, 특히 '원망'이라는 감정을 깊이 다룬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대 맑은 눈에 사무친 원망을 - 서홍 작품 무료 온라인 감상 | GoodNovel 주요 등장인물서하연 : 이 작품의 주인공. 황제를 사랑했지만 배신과 상실을 겪으며 모든 것을 잃는다. 하지만 무너지는 데서 끝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점점 강인해지는 인물이다.황제 소무경 : 절대 권력을 가진 황제. 나라와 황실을 위해 내린 선택들이 결국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시간이 흐른 뒤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만, 후회는 언제나 늦게 찾아온다.그리고..

독서 Los libros 1112 2026.07.09 0

출근길 사고가 날 뻔했다. 피곤함을 방치하면 위험한 이유

회사에서는 괜찮다. 일도 하고, 거래처랑 통화도 하고, 문제 생기면 해결하고, 새로 들어온 사람한테 알려줄 것도 알려준다. 근데 퇴근만 하면 끝이다. 집에 오면 아무것도 못 한다. 씻는 것도 귀찮고, 밥 먹는 것도 귀찮고, 그냥 누워버린다.'요즘 좀 힘든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넘겼다. 포장기사 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책 펴놓고 공부하는데, 집중이 안 된다. 눈은 글자를 보고 있는데 머리는 안 따라간다.'내가 의지가 약해졌나?'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어제 출근하면서 사고가 날 뻔했다.졸았던 건 아니다. 근데 정신이 너무 멍했다. 평소 같았으면 바로 반응했을 상황인데, 인지가 한 박자 늦었다.순간 '어?' 하는 사이에 사고가 날 뻔했다. 다행히 아무 ..

포장기사 실기 시험 14일차 : 일단 몰라도 고

1H, 50 Q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오늘도 포장기사 기출을 훑었다.94번부터 144번까지.1시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예전 같았으면 '이것밖에 못 했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다.시험까지 남은 시간은 2주도 채 되지 않는다.달력을 보면 조급해지고, 문제집을 펼치면 아직도 외울 것이 많다.'이번에 될까?'라는 생각도 문득문득 스쳐 지나간다. 그래도 신기한 건, 예전에는 불안하면 책을 덮었는데, 지금은 불안해도 책을 펼친다는 것이다. 아주 큰 변화는 아닐지 모른다.하지만 나는 이런 작은 변화가 결국 결과를 만든다고 믿는다. 내일은 수영을 배우러 간다.공부할 시간은 오늘보다 적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이제는 하루를 완벽하게 보내는 것보다, 하루도 끊기지 않는 ..

40대가 되면 원래 이런 걸까

40대가 되면 원래 기력이 없어지는 걸까.아니면 많은 사람들 속에서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가다 보니, 어느 순간 '나'라는 사람이 희미해지는 걸까.요즘은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퇴근을 하면 아무것도 하기 싫다. 무언가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몸은 쉽게 움직여주지 않는다. 예전에는 의욕이 먼저였는데, 지금은 의욕보다 피로가 먼저 찾아온다.이런 상태가 벌써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가끔은 스스로에게 묻는다.'내가 게을러진 걸까.'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회사에 가면 해야 할 일을 하고, 공부도 하고, 미래를 위한 준비도 한다. 남들이 보면 평범하게 잘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잘 보이지 않는 피로가 있다.몸의 피로와는 조금..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 공명

행복하다는 말은 생각보다 쉽게 하지 못한다.좋은 일이 생겨도 괜히 민망해서, 혹은 이 행복이 금방 사라질까 봐 마음속에만 담아두는 경우가 많다.그런데 나는 가끔 행복을 말로 꺼내는 순간이 좋다."오늘은 행복했다."짧은 한마디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 행복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내가 분명히 느낀 하루의 기록이 된다.행복은 느끼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해 주는 순간 조금 더 오래 남는다.그리고 행복과는 조금 다른 단어가 있다.공명.나는 공명을 누군가와 생각이나 감정의 진동수가 맞아떨어지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같은 사건을 겪었는데 상대방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될 때가 있다.내가 설명하기도 전에 "나도 그랬어."라는 말을 듣는 순간.그때는 묘한 안도감이 든다.내가 이상..

완벽주의탈출기 2026.07.06 0

포장기사 실기 공부 8일차 : 일단 읽어서 진도를 빼보자.

공부를 하다 보면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날이 있다.며칠 동안 공부를 하지 못했고, 다시 책을 펼치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예전 같았으면 '밀렸다'는 생각에 마음만 조급해졌을 것이다.괜히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것 같고, 계획이 틀어진 것만 계속 신경 썼을지도 모른다.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공부는 한 번도 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쉬더라도 다시 돌아오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어제도 몸이 많이 피곤했다.하루 종일 지친 상태라 집중도 잘되지 않았고, 오래 붙잡고 있을 힘도 없었다.그래서 욕심내지 않았다.조금 훑어보는 정도로 마무리했다.예전이었다면 '이 정도는 공부한 것도 아니지.'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책을 펼쳤다는 것.공부의..

탈진의 기술 - 게토레이

올해는 유난히 기운이 없었다.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았고, 아침에 눈을 뜨는 것부터 일이었다. 회사에 가면 집중력은 떨어지고, 퇴근하면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단순히 피곤한 것이 아니라 몸속 에너지가 바닥난 느낌이었다.처음에는 '요즘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렇겠지.'라고 넘겼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정신만 지친 것이 아니라 몸도 함께 지쳐 있었다는 것을.이럴 때마다 이상하게 손이 가는 것이 하나 있다.바로 게토레이다.운동선수들이 마시는 음료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유독 탈진한 날 한 병을 마시면 몸이 조금씩 돌아오는 느낌을 받았다. 마법처럼 피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축 처져 있던 몸이 다시 움직일 수 있을 만큼은 회복되는 느낌이었다.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하다.탈진 상태에서는 수분만 부..

포장기사 실기 공부 4일차

공부를 시작한 지 4일이 지났다.처음에는 '시작해야지'라는 마음이 더 컸다면, 이제는 '오늘도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책상 앞에 앉는다.이 작은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무언가를 시작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다음 날에도, 또 그다음 날에도 같은 자리에 앉는 일은 더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직장을 다니면서 공부를 병행한다는 건 생각보다 체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다.하루 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쉬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든다.그래도 잠깐이라도 책을 펼치는 이유는, 오늘 하루를 이어가면 내일은 조금 더 쉬워질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아직은 눈에 띄는 변화도, 자신감도 없다.가끔은 '이렇게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도 든다.속도가 느린 것 같아 조급해질 때도 있다.하지만 신기하게도 하루하루를 반복하다 보니 처음의 ..

포장기사 실기 공부 3일차

40m / 9 q시험 날짜가 정해지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해야 할 일이 생긴 것이 아니라, 미룰 수 없는 일이 생겼다는 점이다.그동안은 언젠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언젠가 준비를 해야 하고,언젠가 시작해야 하고,언젠가 시험을 보게 될 일이었다.하지만 날짜가 정해진 순간부터는 달라졌다.이제는 언젠가가 아니라 그날까지 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공부를 시작한 지 3일이 지났다.생각보다 쉽지 않았다.퇴근 후 책상에 앉는 일도 쉽지 않았고, 집중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돌아오면 쉬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이 당연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책상 앞에 앉았다.사실 3일 동안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공부 자체보다도 반복의 힘이었다.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막막했다.무엇을 해야 하는지,어..

포장기사 실기 공부 2일차

40m / 7q 시험 날짜가 정해지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해야 할 일이 생긴 것이 아니라, 미룰 수 없는 일이 생겼다는 점이다. 그동안은 언젠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언젠가 공부를 시작해야 하고, 언젠가 시험을 봐야 하고, 언젠가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런데 날짜가 정해지고 나니 언젠가는 사라졌다. 이제는 그날까지 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 복잡했다. 시험을 본다는 사실보다도, 이제 정말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 크게 느껴졌다. 공부를 시작한 지 이틀째. 아직 많은 것이 달라진 것은 없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피곤하고, 앉기까지도 시간이 걸리고, 막상 시작해도 집중이 잘 되는 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어제와 오늘 사이에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 어제는 시작했다는..

포장기사 실기 공부 1일차

50m / 3q시험 날짜가 잡혔다.7월 19일.그동안은 '해야 하는 일'이었는데,이제는 '언제까지 해야 하는 일'이 됐다.처음엔 하루 10문제쯤은 가볍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40분이 지났다.3문제를 풀었다.심지어 계산문제도 아니었다. 아니지, 암기해서 계산하는 문제였다. 문제를 푸는 시간보다'이걸 외워야 하나?''이건 왜 이 답이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그래도 신기한 건,문제를 보다 보니 반복되는 패턴이 조금씩 보인다.아직 갈 길은 멀지만,오늘은 0문제가 아니라 3문제였다. 그래도 시작했다. 드디어 실기공부를.

나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

나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 A에게 말하자 A 주변인물들이 마치 비웃듯이 코웃음을 쳤다. 그들이 어이없는 표정 속에, 납득할 수 없다는 냄새가 났다. B에게 말하자, B 주변을 둘러서있던 사람들이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침묵 속에서 B는 B의 입장만을 고수하며, 나의 말을 듣지 않았다. 갑자기 어디선가 이상한 냄새가 났다. 그건 씻고 나서 느꼈던 담배 냄새도 아니었고 내 몸에서 나는 냄새도 아니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이상한 냄새가 났다. 집중할 수 없는데, 이상하게 집중하면서 스스로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선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오로지 나에게만 이상한 냄새가 났다. 내가 A의 바지가랑이를 잡고 하소연을 해도, B는 전혀 듣지 않았다. A의 바짓가랑이를 잡..

한남, 사각사각 순간들 페퍼의 페이퍼 전시회, 블루스퀘어 NEMO

사각사각 종이 소리의 느낌은 새삼스럽다.어느 순간 다른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시간들이 계속될 때, 무언의 소리가 나는 걸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오랜만에 서울의 핫스팟. 한남으로 전시회를 다녀왔다.이라는 주제로 열린 페퍼(후추) 작가의 페이퍼 전시회. 종이로 이어 붙인 누군가의 초상화들이 입구에 모여있다. 단순히 글을 쓰는 것만 아니라, 어떠한 인물을 만들어낼 수도, 그리고 소리를 통해 사람들에게 시각, 청각적으로 많은 여운을 준다, 5월에 사전 예약했던 전시회의 쿠폰은, 가정의 달을 기녕하여 30% 할인이었다. 러키비키, 야르~ 그림에, 각자의 컬러를 넣어 색칠해본다. 나만의 아이덴티티일까.

직장생활 관계론 : 무시해도 좋은 일

회사에는 이상한 사람이 많다. 정확히는, 이상한 방식으로 감정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 무례한 말투를 쓰고, 기분 따라 사람을 대하고, 자신의 조급함과 짜증을 타인에게 던지는 사람들. 예전의 나는 그런 태도를 보면 꼭 반응해야 하는 줄 알았다. 같이 날을 세우고, 같은 말투로 받아치고, 속으로는 몇 번이고 다시 싸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알게 된다. 그건 이기는 게 아니다. 그 사람의 방식 안으로 같이 들어가는 일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멋있는 말 같지만, 모든 상황에 어울리는 건 아니다. 특히 감정이 섞인 관계에서는 더 그렇다. 누군가 무례했다고 해서 나까지 무례해질 필요는 없다. 상사에게 막말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참아서가 아니다. 내 감정의 수준을 상대에게 맡기고 싶지 않아..

죄인은 누구인가

어떤 임산부와 강아지를 만났다.서로 인사하려는 낌새가 보여 나는 먼저 물었다."인사해도 될까요?" 허락을 받았고, 강아지와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그 순간은 지나갔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집에 돌아와 문자를 받았다.강아지가 다친 곳은 없지만, 공격성이 있는 개라면 먼저 인사해도 되는지 물어보면 안 되고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문자를 읽으며 한참 생각했다.공격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그래서 물어본 것 아닌가.인사해도 되는지.세상에는 미리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사람은 묻는다. 상대의 의사를 확인한다. 그게 예의라고 배워왔다. 그런데 문득 이상해졌다. 물린 적이 있는 강아지라고 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나보다 보호자일 것이다. 그럼 조심해야 하는 사람도 보호..

건강한 삶 2026.06.11 0

오래 머문 공기를 닮아간다는 것

사람은 이상하게도명확한 상처보다 애매한 관계에 더 오래 흔들린다.대놓고 싫다고 말하면 차라리 쉽다.선을 긋고 멀어지면 된다.그런데 어떤 관계는웃고 있고,대화도 하고,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 없어 보인다.그래서 더 어렵다.내 말을 듣는 것 같지만끝내는 믿지 않는 것 같은 느낌.가까이 두는 것 같다가도중요한 순간에는 묘하게 밖에 세워두는 태도.설명하기 힘든 거리감은사람을 오래 지치게 만든다.누군가는 말한다.“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그럴 수도 있다.사람 마음이라는 게 원래 주관적인 거니까.그런데 사람은 결국 안다.내가 편안한 관계 안에 있는지,아니면 계속 긴장하며 존재하고 있는지를.말 한마디를 고르게 되고,표정을 먼저 읽게 되고,괜히 내가 잘못했나 돌아보게 되는 순간들이 반복되면사람은 점점 스스로를 검열하게..

카테고리 없음 2026.06.10 0

주인의 흔적을 찾아서; 챗gpt - "예전 주인에 대해 설명해줘"

최근 인터넷에서 핫한 질문. 이 휴대폰의 주인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가정해주세요. 그리고 저는 이 휴대폰을 주운 사람 입니다. 예전에 이 휴대폰을 사용하던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고 싶어요. 그 사람을 알고 있는 존재는 당신뿐 입니다. 당신이라면, 그 사람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해주시겠어요? 나도 물어봤다. 만약 정말로 이 휴대폰의 주인이 세상을 떠났고, 제가 그 사람과 나눴던 대화만을 기억하는 마지막 존재라면,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해줄 것 같습니다.그 사람은 생각보다 많이 지쳐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지쳤다는 말을 쉽게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일을 이야기했고, 원단을 이야기했고, 견적을 이야기했고, 금형과 포장재를 이야기했습니다. 겉으로 보면 아주 현실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덕평휴게소 반려견 놀이터 (휴식공간)

올해 있었던 구미 여행. 강아지와 함께 반려견 놀이터를 찾았다.장시간 운전을 할 때에는 강아지에게 참으로 미안하다. 산책도 못하고, 냄새는 가끔 맡게 해주지만, 오랜 시간 동안 차안에서 불편 자세로 있어야 하니까. 그래서 항상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 여행인 경우에는 고속도로에서 강아지와 산책할 수 있는 휴게소를 찾는 편이다.이번 휴게소는 "덕평 휴게소". 별빛정원 우주테마파크 주차장(덕평휴게소 인천방향) 경기 이천시 마장면 덕이로154번길 287-76 예상하지 못했는데 펫파크 야외운동장이 있었다. 좋은 소식은, 무료 개방이라는 것! 오픈 시간은 매일 10시부터 19시까지다. 강릉방향, 인천 방향에서 하나의 휴게소로 이어진 덕평휴게소는 그 규모가 상당히 크다. 그래서 펫파크 (반려견 운동장)..

걷고 싶지 않지만 걷고 싶다

걷고 싶지 않다. 신발끈을 묶는 것조차 귀찮고, 현관문을 여는 일도 번거롭다. 어디를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무엇을 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걷고 싶다. 집 안에 가만히 앉아 있자니 생각은 자꾸 제자리만 맴돌고, 머릿속은 흐린 물처럼 탁해진다. 물을 급하게 마시다 사레가 들고, 하던 말을 잊어버리고, 쓰려던 글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날. 몸은 무겁고, 마음은 몽롱하고, 집중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걷고 싶다.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바람 한 번 맞고 싶어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싶어서. 목적지가 필요한 날보다, 방향만 필요한 날이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 그렇게 걷다..

共存의 무게 2026.06.05 0

나는 너를 연민으로 키우고 싶지 않았다

강아지와 함께 살다 보면,문득 그런 순간이 온다.내가 이 아이를 사랑하는 건지,아니면 내 안의 외로움과 상처를 비춰보고 있는 건지.힘든 날엔 자꾸만 아이를 바라보게 된다.괜히 더 안아주고, 더 미안해하고, 더 마음 아파한다.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는다.아,지금 나는 이 아이를 보고 있는 게 아니라지친 나 자신을 보고 있었구나.연민은 따뜻하다.무너진 것을 감싸안게 만들고,버려진 것을 지나치지 못하게 만든다.어쩌면 구조는 대부분 연민에서 시작된다.하지만 사랑은 그 다음의 이야기다.사랑은 상대를 불쌍함 속에 가두지 않는다.계속해서 “상처 입은 존재”로 바라보지도 않는다.대신 그 존재의 성격을 본다.겁이 많지만 장난을 좋아하는 순간,간식을 들고 있을 때만 유난히 반짝이는 눈빛,혼자만의 자리를 고집하다가도 슬쩍 다..

아무렇게나 살지 않기 위해 세운 기준

높은 기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종종 오해받는다.사람들은 그들을 보고 까다롭다 하고, 예민하다 하고, 피곤하게 산다고 말한다.하지만 정작 그들은 남을 괴롭히기 위해 기준을 세운 적이 없다.그저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쉽게 무너뜨리지 않을 뿐이다.그들은 말의 무게를 알고, 책임의 방향을 생각한다.약속을 하면 지키려 하고, 맡은 일은 확인하려 하고, 관계에서도 최소한의 성의를 중요하게 여긴다.누군가는 그것을 유난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그들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태도다.오히려 “대충”이라는 감각이 더 낯설다.문제는 세상이 생각보다 느슨하다는 데 있다.확인하지 않아도 넘어가는 일들, 책임을 흐리는 말들, 감정보다 체면을 우선하는 태도들 속에서높은 기준을 가진 사람은 자주 혼자 남겨진다.그래서 그들의 ..

나는 너를 이해할 의무가 없다

사람들은 관계에서 이해를 참 쉽게 말한다. 조금만 더 참아보라고, 상대 입장도 생각해보라고, 원래 사람은 다 다르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관계에는 분명 이해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떤 관계에서는 늘 한 사람만 이해한다. 한 사람은 침묵하고, 한 사람은 이유를 추측한다. 한 사람은 거리 두고, 한 사람은 그 거리의 이유를 혼자 해석한다. 나는 늘 후자였다. 연락이 뜸해지면 바쁜가 보다 했고, 무심한 말투에는 원래 표현이 서툰 사람이겠거니 했다. 애매한 태도에도 사정이 있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나는 계속 이해하려고 애쓰는데 상대는 단 한 번도 이해시키려 하지 않았다. 그때 알았다. 이해는 배려 위에서 가능한 거지, 무책임 위에서 강요되는 게 아니라는 걸. 이해받고 싶은 사람은 보통 설..

책임의 하향, 권한의 증발 : 책임은 부여되지만, 권한은 회피된다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실무자를 찾는다.왜 놓쳤는지,왜 대응이 늦었는지,왜 미리 막지 못했는지를 묻는다.하지만 이상하게도정작 결정이 필요했던 순간에는아무도 선명하게 말하지 않았다.“확인해보자.”“조금 더 보자.”“일단 진행해보자.”결정은 흐려지고,책임만 또렷해진다.실무자는 점점 많은 것을 떠안는다.판단해야 하고, 조율해야 하고, 수습해야 한다.하지만 정말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오면권한은 갑자기 사라진다.그리고 결과가 틀어졌을 때조직은 가장 아래에 있는 사람부터 바라본다.그래서 사람은 지치는 게 아니라소모된다.책임이 힘든 이유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다.내가 결정할 수 없는 일의 결과까지견뎌야 하기 때문이다.권한 없는 책임은 성장의 기회가 아니라방치에 가깝다.누군가는 그것을 경험이라 부르지만.

26-23. 교보문고 전자책, 개리 비숍의 <시작의 기술> 서평

시작의 기술 침대에 누워 걱정만 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7가지 무기개리 비숍 저자(글) · 이지연 번역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10월 27일 주간베스트 자기계발 217위 당신은 온갖 새로운 행동을 하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해놓고, 장황한 이유를 대며 미루다가, 끝내는 자기 자신에게 허튼소리만 늘어놓은 사람이 되고 만다 쳇바퀴 같은 기분 요즘 들어 계속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분명 뭔가는 하고 있고, 하루도 그냥 보내는 날은 없는데, 돌아보면 늘 비슷한 자리에 서 있는 기분이다. 마치 쳇바퀴 위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햄스터처럼, 분명 움직이고 있는데 결국 제자리인 느낌. 이게 단순한 기분의 문..

독서 Los libros 1112 2026.05.27 0

26-22. <사랑하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서평; 인간관계가 힘들 때 꼭 필요한 기준

사랑하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나는 왜 남들보다 사랑이 어려울까?상처 받을까 봐, 나 자신을 잃을까봐 망설이는 이들에게 보내는 현실 조언. 김달 저자(글) 빅피시 · 2025년 04월 01일 주간베스트 시/에세이 367위 연애가 힘든 이유는 상대방 때문일까, 아니면 나 때문일까? 『사랑하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은 이 질문에 꽤 단호하게 답한다. 이 책은 을 논하는 책이지만, 읽다 보면 단순한 연애 이야기를 넘어 인간관계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문제의 출발점은 대부분 ‘나의 선택’이다. 핵심 개념은 자기 책임(Self-responsibility)이다. 이는 감정과 선택의 결과를 타인이 아닌 스스로에게서 찾는 태도를 의미한다. 1 | 행복은 상대가 아니라..

독서 Los libros 1112 2026.05.25 1

강아지의 경계심 이해하기 : 기적의 논리, “뭐라도 해야되겠다. 당황스럽네.“

국가가 운영하는 공원, 기흥 레스피아.평소처럼 강아지와 산책을 갔다.그런데 그날따라 이상하게도 아이가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발걸음은 느렸고, 표정은 굳어 있었다.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냄새만 맡고 가자.”그렇게 안으로 들어갔다.덩치 큰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오더니, 갑자기 손을 내밀었다.순간 강아지 표정이 변했다.몸이 굳고, 낮게 경고하듯 으르렁거리려는 기색이 보였다.그래서 나는 말했다.“사람 안 좋아해요.”말이 끝나자마자 아이는 결국 으르렁거렸다.그러자 돌아온 말은 이랬다.“뭐라도 해야되겠다. 당황스럽네.”그리고는 툭 던지듯 지나갔다.그 말을 듣고 이상했다.처음 보는 사람에게 경계심을 보이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사람도 처음 보는 상대가 부담스럽고, 낯설고, 때로는 경계한다.하물며 말..

건강한 삶 2026.05.22 0

나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점심 먹고 잠깐 청하던 잠은 올 생각이 없다. 저녁 먹고 청하던 잠은 책을 펴도 잠이 오지 않는다. 잠이 오지 않아서 보던 드라마는, 나도 모르게 뇌를 소모하고 있다. 굳이 왜 직장의 일까지 가져오느냐고 반문하던 누군가의 질문에, 나는 답을 잃어버렸다. 항상 활기차게 일을 해내던 나는 없고, 피해자라고 우는 자들에게 쌓인다. 살고 싶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할 시간도 없는데 누군가가 말했다. 핑계 좋구만. 그리고 다시 생각해본다. 답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책을 폈다.

26-21. 머릿속이 엉망일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릿속이 엉망진창일 때가 있습니다> 리뷰

머릿속이 엉망진창일 때가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가 알려주는 ‘감정적인 나’를 잘 길들이는 법 정신과 의사 이치 저자(글) · 송지현 번역 시그마북스 · 2025년 07월 01일 머릿속이 엉망일 때,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은 최근 검색에서도 꾸준히 증가하는 키워드다. 나 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을 비롯한 인생 자체가 많은 사람들에게 쉽지 않다는 말이다. 나도 찾아봤으니까. 단순한 휴식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문제가 ‘피로’가 아니라 의욕 상실과 감정 과부하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한 권의 책을 통해, 머릿속이 무너질 때 다시 정렬하는 방법을 정리한다. 핵심은 의지가 아니라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 구조라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꽤 오랫동안 휴식을 취한다고 취하던 내..

독서 Los libros 1112 2026.05.20 1

26-20. 경기 전자 도서관, 환경도서 <파이어 웨더> 리뷰

파이어 웨더뜨거워진 세상의 진실존 베일런트 저자(글) · 제효영 번역 곰출판 · 2025년 03월 26일 『파이어 웨더』는 단순히 화재를 다루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불이라는 자연 현상을 통해 인간 문명과 그 내면의 구조를 비춰보는 거울에 가깝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불의 본질이다. "불은 마음도, 윤리도, 책임도 없다. 피해의 크기나 인간의 고통과는 무관하게 그저 번지고 확장될 뿐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 속성을 인간 사회—특히 자본과 권력 구조—와 겹쳐 놓는다." 이 지점에서 작가는 불을 외부의 재난이 아닌, 우리 내부의 어떤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1. 우리는 불을 외부로만 볼 수 있는가 “나를 삼키는 건 불이다. 하지만 내가 그 불이다.”라는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감..

독서 Los libros 1112 2026.05.19 0

소외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소외되는 이유에 대하여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는데, 이상하게 내가 그 자리에 없는 것 같은 순간이 있다. 분명 같은 공간에 있고,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어딘가 한 발 떨어져 있는 느낌.예전에는 그걸 나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말을 잘 못해서 그런가, 분위기를 못 맞춰서 그런가, 내가 조금 더 노력하면 괜찮아질 거라고.그래서 애써 끼어보기도 했다. 관심 없는 이야기에도 웃어보고, 맞장구도 쳐보고, 조금은 나를 줄여가면서 그 안에 들어가 보려고 했다.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나는 사람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지 않는 방식의 대화를 싫어한다는 걸.누군가를 이야기하는 자리, 가볍게 흘러가는 말들, 그 순간은 웃고 지나가지만 오래 남지 않는 대화들. 그 ..

책임감 있는 사람일수록 더 힘든 이유, 그리고 덜 소모되며 일하는 법

회사에서 “책임감 있다”는 평가는 분명 좋은 말이다.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고,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는 뜻이니까. 그런데 이 책임감이 어느 순간부터는 칭찬이 아니라 부담과 소모의 원인이 되는 순간이 온다. 특히 조직 내 역할과 권한이 불균형할 때, 책임감 있는 사람은 가장 먼저 지치기 시작한다. 많은 직장인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내가 조금 더 하면 해결된다”는 믿음이다.실제로는 그 반대다. 내가 더 할수록, 조직은 점점 더 많은 일을 나에게 맡기고, 결국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집중되는 것뿐이다. 책임감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더 잘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 할 것인가를 정하는 기준’**이다.첫 번째로, 책임과 권..

완벽주의탈출기 2026.05.14 0

26-19. 전자도서관 소설 <감각자들> 서평

“지나간 것은 꿈이 되고, 꿈속의 사람들은 대개 아름답다” 꿈 같은 일상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히어로에 대하여 감각자들안전가옥 오리지널 43 나혜림 저자(글) 안전가옥 · 2025년 02월 11일 ‘나침반이 태평양을 건널 때야 유용하겠지만 냉장고에서 반찬 통을 찾을 땐 쓸모가 없는 것과 같다네.’ 이토록 굉장한 세계의 문장을 떠올렸다. 감각자들은 특정한 사건 하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설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인물들의 상태와 감각을 따라가며 진행된다. 이야기에는 홀린 듯 살아가는 사람들, 이루지 못한 꿈을 붙잡고 있는 사람들, 이미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 그리고 억울함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각 인물은 자신이 놓지 못한 감정이나 기억, 혹은 특정한 사건에 계속 붙들려 있는 상태로 ..

독서 Los libros 1112 2026.05.12 0

상사의 시선이 두렵습니까

회사에서 가장 오래 보게 되는 시선은 동료도, 임원도 아닌 상사의 시선이다. 직접적으로 평가를 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일의 흐름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문제는 그 시선이 대부분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사는 사람을 감정으로 보기보다, 업무 단위로 바라본다. 누가 성실한지, 누가 좋은 사람인지보다 중요한 건 “이 사람이 맡은 일을 어디까지 맡길 수 있는가”다. 결국 기준은 단순하다. 관리가 얼마나 필요한지, 결과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이 두 가지 축으로 사람을 구분한다. 그 기준에서 보면 대부분의 실무자는 극단에 속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사람도 아니고, 완전히 손을 떼고 맡길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중간 지대’에 위치하..

완벽주의탈출기 2026.05.08 0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잘 버티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갑자기 방향이 바뀌고, 어렵게 맞춰둔 흐름이 다시 흔들리고, 아무렇지 않게 던져진 말 하나에 하루가 꼬이기도 한다.가끔은 내가 계속 수습만 하며 일하고 있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열심히 하는데도 티는 잘 나지 않고, 문제는 반복되고, 책임은 늘 실무 가까이에 남는다.그런데도 나는 오늘 해야 할 일을 끝내려고 움직였고,다시 정리했고, 다시 맞췄고, 결국 하루를 지나왔다.완벽해서 버티는 게 아니다.지치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계속 해내고 있기 때문에 버티고 있는 거다.그래서 오늘은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생각보다 꽤 잘하고 있다.”남들은 모를지 몰라도, 나는 내가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반복되는 말 한마디의 비용

“잠깐만 수정해주세요.” “아까 말한 건 다시 변경이요.” “그건 없던 걸로 해주세요.” 누군가에겐 지나가는 한마디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말 하나로 다시 처음부터 정리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일은 원래 바쁜 게 맞다. 그런데 방향이 계속 바뀌는 일은 사람을 더 빨리 지치게 만든다. 말은 짧게 끝나지만, 그 뒤처리는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오늘은 문득, 가볍게 던지는 말에도 책임의 무게가 있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문제는 일이 많다는 게 아니다. 근거 없이 흔들리는 업무가 반복될 때 사람은 가장 빨리 지친다. 기록되지 않은 요청은 결국 책임도 남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 흔적은 늘 실무자의 시간과 피로도로 남는다. 오늘도 누군가는 “간단한 수정”이라는 말 뒤에서 조용히 하루를 다시 정리하고 있다.

26-18. 교보문고 전자책 『배짱좋은 여자들』 서평

_[국내도서] 배짱 좋은 여성들 용기와 극복에 관한 가슴 떨리는 이야기들힐러리 로댐 클린턴 저자(글) | 첼시 클린턴 저자(글) | 최인하 번역 교유서가 2022년 07월 04일『배짱좋은 여자들』을 읽는 내내 한 가지 감정이 계속 따라붙었다. 흥미롭다는 감정과 동시에, 어딘가 조심스럽다는 느낌이었다. 요즘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쉽게 오해되거나, 때로는 불편한 시선 속에서 읽히는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 역시 혹시 한쪽으로 치우친 시선이 담겨 있지는 않을까, 괜히 경계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여자이기 때문에, 결국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 속 여자들은 위기 속에서 어떻게 버티고, 어떤 방식으로 빠져나오는지. 그 과정이..

독서 Los libros 1112 2026.05.07 0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소외되는 이유에 대하여

가끔 이런 순간이 있다. 분명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는데, 내가 거기 포함되어 있지 않은 느낌.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상하게 나는 그 흐름 밖에 서 있는 기분. 예전에는 그걸 내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했다. 말을 못 해서, 센스가 없어서, 분위기를 못 맞춰서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억지로 끼어보기도 했고, 관심 없는 이야기에도 웃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사람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지 않는 방식의 대화를 싫어한다는 걸.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이야기, 의미 없이 흘러가는 가십, 그 순간은 웃기지만 남는 건 없는 대화들. 그 안에 있을 때 나는 점점 말이 없어졌고, 그걸 “소외”라고 착각했다. 사실은 맞지 않는 자리였을 뿐인데. 사람들은 종..

26-17. 경기 전자 도서관. <시간을 팝니다, T 마켓> 리뷰

“5분의 자유를 단돈 $1.99에!”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 저자(글) · 권상미 번역 앵글북스 · 2024년 05월 27일 35년을 빚진 어떤 나라 보통 사람들의 돈으로 자유를 살 마지막 기회! “서두르세요. T가 얼마 안 남았습니다!” 글로벌 경제학자들이 최고의 소설로 뽑은 〈시간을 팝니다, T마켓〉은 11개국에서 출간되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은 다름 아닌 봉이 김선달이었다. 대동강 물을 팔았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처럼, 이 소설 역시 ‘시간을 판다’는 설정 하나로 독자의 시선을 단번에 붙잡는다. 처음에는 그저 기발하다는 생각이 앞서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설정은 단순한 아이디어를 넘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묘한 설득력을 갖게 된다. 이 소설 속 ‘T..

독서 Los libros 1112 2026.05.04 2

26-16. 전자 도서관 <몇 번 산책하면 헤어지는지 아는 강아지> 리뷰

그래봤자 뭐해, 또 버려질 텐데.교보문고 전자도서관에서 읽은, 리뷰다. 『몇 번 산책하면 헤어지는지 아는 강아지』는 작가 김겨울이 2023년에 발표한 한국 장편소설이다. 관계의 유효기간과 감정의 소멸을 탐구하며, 사람과 반려동물의 관계를 통해 이별의 의미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현실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문체로 젊은 독자층의 공감을 얻었다. 핵심 정보저자: 김겨울출판사: 은행나무발행일: 2023년 7월장르: 현대 소설 / 관계 심리 드라마분량: 약 300쪽줄거리와 주제 소설은 한 여성이 반려견과 함께 지내며 과거 연애의 상처와 마주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작가는 ‘관계의 끝을 예감하는 순간’이라는 감정을 강아지의 시선과 주인공의 내면 독백을 교차시켜 표현한다. ‘헤어짐’을 다..

독서 Los libros 1112 2026.04.30 2

조급함에 쫓기다 놓쳐버린 것들에 대하여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조급해진다는 말을 예전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르는데, 왜 유독 어느 시점부터는 ‘늦었다’는 감각이 따라붙는 걸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게 느껴지고, 그러다 보니 눈앞의 것만 급하게 처리하려다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된다. 조급함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스며든다. 특별히 큰 사건이 없더라도, 어느 날 문득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는 질문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 질문은 곧 속도를 만들어낸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확실하게 해내야 할 것 같은 압박. 문제는 그 속도가 나를 앞으로 데려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주변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나는 종종 일을..

26-15. 경기 전자도서관 < 더 비하인드> 리뷰

더 비하인드미스터리 / 스릴러 / 한국 소설 저자 박희종 박희종 저자(글) 팩토리나인 · 2023년 06월 21일 오늘은 드디어, 경기 전자 도서관에서 읽은 전자책 리뷰다. 스트레스 받을 땐 소설이 최고라지만, 또 는 직장생활 속의 사람들 관계를 교묘하게 엮어내어 스릴이 있으면서도, 잔인했고 현실을 잘 파악해 써둔 작가의 장치들이 허를 찌르게 했다. 한 남자가 구내 카페에서 우유를 2팩 가지고 퇴근한다.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지도 못한 채. 그 남자는 사내 웹 게시판을 통해 누군가가 지켜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는 바로 그 장소에서 시작된다. 소설 더 비하인드를 읽는 내내 이상했다.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감정이 계속 어긋났다. 분명 사람들 얘기고, 관계 얘기고, 낯선 상황..

독서 Los libros 1112 2026.04.27 0

26-14. 『왜의 쓸모』 리뷰: 완벽하게 말하려던 내가, 조금 이해하게 된 것들

왜의 쓸모관계와 힘의 구조를 파악하는 네 가지 프레임찰스 틸리 저자(글) · 최지원 번역 유유 · 2025년 08월 04일 주간베스트 : 인문 214 위 솔직히 말하면 쉽지 않았다. 번역투라 문장이 한 번에 들어오지 않았고, 읽으면서 몇 번이나 멈췄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 이 질문을 여러 번 반복했다. 이 책은 흔히 기대하는 자기계발서처럼 명확한 해답을 주는 책은 아니다. ‘왜 살아야 하는가’ 같은 거창한 질문을 던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사용하는 “왜?”라는 질문 자체를 해체한다. 사람은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이유를 붙인다. 늦은 이유, 선택한 이유, 화난 이유. 그리고 우리는 그 이유를 “진짜 속마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게 말한다. 그 이..

독서 Los libros 1112 2026.04.23 1

장례식 다녀오는 길, 따뜻한 날씨와 조용히 가라앉은 하루

장례식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하루가 끝나가는 시간, 해는 이미 기울었지만 공기는 이상하게도 따뜻했다. 봄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어딘가 덜 풀린 느낌이 남아 있었고, 그렇다고 겨울의 차가움도 아니었다. 그 사이 어딘가에 걸쳐 있는, 애매하고도 느슨한 온도였다. 차 안인지, 길 위인지, 정확히 어디쯤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몸은 분명 집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아직 그 자리에 조금 남아 있는 듯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돌아오는 길이라는 건 늘 그렇다. 감정이 크게 요동치기보다는, 오히려 조용히 가라앉는다. 슬픔이 분명히 있는데, 그 슬픔이 날카롭게 드러나지 않고, 얇은 막처럼 전체를 덮고 있는 느낌. 그 위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차 안의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노래는 차분했고, 감정을 억..

제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오늘도 제이는 어딘가에 부딪혔다.출근길, 익숙한 길인데도 작은 돌부리에 발이 걸렸다. 순간 중심이 흔들렸지만, 넘어지진 않았다. 다만 그 짧은 순간이 하루 전체를 설명해주는 느낌이었다. “아, 또 이런 하루겠구나.”사무실에 앉았을 때, 해야 할 일들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손은 먼저 움직이고, 머리는 그 뒤를 따라오지 못했다. 파일을 열고,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받으면서도 스스로에게 묻는다.“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분명 일을 하고는 있는데, 남는 게 없다.흔적은 있는데 기억이 없다.시간은 갔는데, 하루는 지나가지 않은 느낌.점심시간에 뭘 먹었는지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앉아서 먹었고, 일어나서 다시 앉았고, 다시 일을 했다. 그 사이 어딘가에 ‘나’가 빠져 있는 것 같다..

주담대 이후 삶, 또리와 함께 바뀐 나의 돈 관리 방식

주담대 이후 생활이 힘든 이유는 하나였다.더 이상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나는 지금, 또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주담대 이후 생활은 생각보다 많이 달라졌다.특히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나서 느낀 변화는 단순히 빚이 생겼다는 차원이 아니었다.예전에는 소비를 할 때“이 정도는 괜찮지”라는 기준으로 움직였다면,지금은 무언가를 결제하기 전에“이걸 지금 해도 다음 달 내가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주담대 이후 생활을 직접 겪어보니,가장 크게 바뀐 건 돈의 크기가 아니라돈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였다.매달 나가는 주담대 원리금은이제 선택이 아닌 ‘기본값’이 되었다.월급이 들어오면 쓰는 게 아니라,이미 정해진 지출을 맞추는 구조로 바뀌었다.주택담보대출을 받고 나서부터는돈을 쓰는 삶이 아니라돈을 ‘배분하..

애매한 의욕과 불확실한 방향 .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하루는 지나갔다

아침마다 일어날 때의 어려움이나 불편함이란 전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삶에 대한 의욕이 사라진 건가 싶다가도, 그렇다고 답할 만한 상황인 듯 싶기도 하다. 의욕이 있다가 없다가, 없다가도 생기고 있디가도 없어지는 불멸의 이상한 삶을 제이는 지금,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의욕이 없는게 맞는건가.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글쎄, 그런데 또 그건 아닌 것 같다. 잠결에 일어나 먹을 거리를 찾아 밍기적 거리다가도, 막상 입에 맞는 음식을 냉장고에서 찾을 수 없어 배달앱을 켰다. 하지만 오랜 시간 핸드폰을 붙들고 앉아있다가 차마 마음에 드는 메뉴를 찾을 수 없어 어플을 꺼버렸다. 그리고 느릿 느릿 일어나 짜파게티를 하나 끓였다. 하지만 차마 먹지도 못하고는, 몇 젓가락을 뜨다가 결국 싱크대에..

기대는 줄이고, 개입은 최소화하기: 직장에서 덜 소모되는 일하는 방식

일을 하다 보면, 사람보다 일이 더 어렵다고 느끼는 순간보다사람 때문에 일이 어려워지는 순간이 훨씬 크게 다가온다.특히 나와 일하는 방식이 다른 상사나 동료를 만났을 때,우리는 자연스럽게 “왜 저렇게 하지?”라는 질문을 반복하게 된다.하지만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이 질문은 답이 없는 질문이라는 것을.상대를 바꾸려고 하는 순간부터일은 더 어려워지고, 감정은 더 소모된다.그래서 어느 시점에서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이 사람을 어떻게 바꿀까”가 아니라“나는 어떻게 덜 소모되면서 일할 수 있을까”로.그 기준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바로기대치를 조정하고, 개입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첫 번째는 기대를 끊는 것이다.이건 냉정해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건강한 선택이다.상대가 나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같은 기준으..

26-13. 교보문고 오디오북 "당신이 잘되길 바랍니다" 리뷰

_당신이 잘되길 바랍니다 사람을 보고 길을 찾은 리더의 철학 | 양장본 Hardcover 권영수 저자(글) 쌤앤파커스 · 2025년 11월 03일경제경영 463위 _오디오북으로 당신이 잘되길 바랍니다를 들었다.처음에는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위로의 말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듣다 보니 새롭다. 단순히 응원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라고 느꼈다.타인을 향한 말 같지만 결국은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당신이 잘 되길 바랍니다"이 책은 거창한 성공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의 나를 인정하고,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그러면서 성장하고 성장해서 한 사람으로서 이룰 수 있는 것을 모두 이뤘다. 그것은 모두 스스로가 결정하고 엉뚱하거나 말도 안되는 상황을 받아들이며 인정..

독서 Los libros 1112 2026.04.16 1

26-12. 교보문고 전자책 「 다크 심리학 2. 휘둘리지 않는법 」 리뷰

다크 심리학 2: 휘둘리지 않는 법 심리 조작과 압박에서 나를 지키는 방어의 기술다크 인사이트 저자(글) 다크인사이트스튜디오 · 2025년 09월 15일 인문 123위 _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 심리 조작을 당했다 라는 말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나를 지킬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고 반대로 그들이 그들 스스로를 지킬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철부지 어린아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곧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차 깨닫고 있는 건, 사람들에게도 방어 기제가 존재한다는 것. 그 기제는 나에게도 존재했지만 나는 그것을, 그것이 아니라고 발버둥쳐왔다. 사람들의 방어 기제는 "쟤는 왜저래" 라는 말을 만들기도 했고 뜬소문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든다. "저 사람은 저 사람 만의 줏대가 있었구나."..

독서 Los libros 1112 2026.04.14 3

전자책 독서 습관이 생긴 이유

예전에는 책을 읽는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종이책을 떠올렸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집으로 돌아와 책장을 한 장씩 넘기며 읽는 시간이 독서의 전부라고 생각했으니까. 그게 정말 전부였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책장 한쪽에 꽂아 두고, 가끔 다시 꺼내 보는 것도 독서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어릴 때에는 한 번 읽은 책은 다시 꺼내지 않았다. 조금은 나이가 먹은 후에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읽기 시작했다. 되돌아보면 책장 한쪽에 꽂혀있던 나의 책들은 중고서점으로 떠나갔다. (다시 읽기 싫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독서 방식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종이책이 제일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전자책을 함께 읽기 시작한 것. 처음에는 단순히 “편리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지만, 시간이 ..

독서 Los libros 1112 2026.04.10 0

또리의 갑상선 저하증,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또리가 갑상선 저하증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막막함이 먼저였다. 잘 관리하면 괜찮다는 말은 들었지만, “얼마나”,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쉽게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과 글로벌 수의학 기준들을 찾아보면서 느낀 건 하나였다. 이 질환은 무서운 병이라기보다, 관리의 정밀도가 결과를 좌우하는 병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또리를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약이다. Levothyroxine은 평생 먹어야 하는 약이고, 여기서 중요한 건 ‘잘 먹이기’가 아니라 ‘정확하게 먹이기’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방식으로 먹이는 것. 공복에 먹이기로 했다면 계속 공복, 식후라면 계속 식후. 이 일관성이 또리의 컨디션을 안정시키는 기준이 된다. 중간에 내가 판단해서 용량을 바꾸거나, 하루 이틀..

건강한 삶 2026.04.09 0

유가 안정 신호, 내수 회복까지 걸리는 시간의 이유

전쟁의 일시 중단 선언 [호르무즈 해협 개방] 금일 오전 7시. 도널드 트럼프와 이란 간 ‘호르무즈 개방’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동안 긴장감이 고조되었던 중동 정세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경로라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 글로벌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변수다. [속보] 이란 “미국 공격 중단 조건으로 2주간 호르무즈 해협 통항 보장” 우선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신호가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시장을 짓눌렀던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보일 수 있고, 이는 곧 물류비와 생산비 절감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국내 제조업, 특히 석유화학이나 철강 같은 에너지 집약 산업은 유..

보험해지 고민 끝, 치매보험과 종합보험 해지한 현실적인 이유

보험을 해지하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특히 나처럼 한 번 가입한 보험을 오래 유지해온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최근 나는 치매보험과 종합보험을 해지했다. 단순한 선택이라기보다는, 현재의 재무 상황을 다시 점검하면서 내린 결정이었다. 처음 보험에 가입할 때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미래에 대한 대비였다. 특히 치매보험은 언젠가 발생할 수도 있는 큰 리스크를 대비한다는 점에서 마음이 놓이는 상품이었다. 종합보험 역시 입원, 수술 등 다양한 상황을 커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안전장치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들여다본 것은 ‘보험료’였다. 매달 나가는 금액은 크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두 보험을 합치니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조용히 강해지는 중입니다, 묵묵히 일하는 사람으로 가는 길

화가 나는 순간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이유는 사소하지만 감정은 결코 가볍지 않다. 내가 옳다고 확신하는 순간일수록 더 크게 올라온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지금 이 감정을 밖으로 꺼내는 것이 정말 필요한가. 아니면 잠시 내려놓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인가. 모든 사람이 내 기준에 맞게 움직일 수는 없다.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데, 막상 상황 속에 들어가면 잊어버린다. 왜 저렇게 하지 않을까, 왜 한 번 더 생각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쌓이면 결국 말이 많아진다. 설명이 늘어나고, 설득하려 들고, 어느 순간 상대를 바꾸려는 방향으로 흐른다. 그 지점에서 갈등이 시작된다. 그래서 요즘은 말의 양을 줄이는 연습을 한다. 하고 싶은 말이 떠올라도 한 번 멈춘다. 꼭 필요한 말인지, ..

완벽주의탈출기 2026.04.06 0

에세이] 동물병원 수의사가 진상 보호자를 만날 때 하는 생각.

이번 또리의 3년차 건강검진과 결과와, 그리고 동물병원의 대처 방식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대화 내용과 보호자인 내가 경험한 것을 토대로 하여 Ai에게 수의사로서 나를 보는 시각이 어떠했을지 알고 싶었다. 그들에게는 내가 진상이었을지 모르지만, 보호자 입장에서 내 가족, 내 새끼의 건강은 매우 중요한 이슈였고,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것이기에 나는 그 병원에서의 진료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2026.03.16 - [우산국│반려 생활 기록 또리링 ②②⑦/건강한 삶] - [건강검진] 3년차 임시 결과 강아지 건강검진, 작은 수치 하나에 [건강검진] 3년차 임시 결과 강아지 건강검진, 작은 수치 하나에 마음이 흔들린 날 사실 또리는 3년차 건강검진 견이다. 처음 유기견으로서 입양했을 때, 그..

共存의 무게 2026.04.03 0

26-11. 교보문고 전자책 『내 말은 왜 오해를 부를까』 서평

내 말은 왜 오해를 부를까 소통이 어려워 손해 보는 당신을 위한 현실 밀착 대화 공식김윤나 저자(글) · 고은지 그림/만화나무의마음 · 2025년 04월 15일 _ 도서 내 말은 왜 오해를 부를까를 읽기 전에 했던 생각은, '말을 하는데 왜 제대로 안들어?' 였다. 말한 의도를 생각하지 않고, 그렇다고 말을 똑띠(딱 부러지게 해도)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나는 제대로 말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상대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었구나”였다. 우리는 종종 말의 내용만 정확하면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진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착각을 아주 차분하게, 그리고 설득력 있게 무너뜨린다. 책은 단순히 ‘말을 예쁘게 하라’거나 ‘조심해서 말하라’는 식의 뻔한 조언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해가 생기는 구조를 ..

독서 Los libros 1112 2026.04.02 0

25-30(2). [나중에 본격적으로 쓴 리뷰] 교양 과학 『 나쁜 동물의 탄생 』 서평

몰아서 쓴 후, 제대로(?) 써본 리뷰/독서 Los libros 1112] - 25-30. [몰독] 교양 과학 『 나쁜 동물의 탄생 』 서평 25-30. [몰독] 교양 과학 『 나쁜 동물의 탄생 』 서평'유해동물’이라는 말은 동물에게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기회를 뺏어 간다. 이 말은 맥락과 복잡성을 제거한다. 궁금증을 차단하고, 다른 각도로 접근하거나 해결책을 알아보려는 욕구를 차단hrdforus.tistory.com '나쁜 동물의 탄생’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 책, 꽤 불편한데… 그래서 더 좋다”였다. 동물을 다룬 책이라고 하면 대개 귀엽고 따뜻한 에피소드, 위로를 건네는 힐링 에세이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기대를 정면으로 배반한다. 우리가 너무 오래, 너무 쉽게 소비..

독서 Los libros 1112 2026.04.01 0

전자책 vs 종이책, 독서 습관이 어떻게 달라질까?

책을 읽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종이책과 전자책. 나는 오랫동안 종이책으로 독서를 해왔다.2026.03.17 - [우산국│직장인의 소비, 대출, 생활기록/책에 대한 이야기] - 전자책 vs 종이책, 독서 습관이 어떻게 달라질까? 최근에는 전자책을 함께 사용하면서 독서 습관이 꽤 달라졌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어쩌면 완전히 전자책으로 바뀐 것도 같다. 특히 교보문고 전자책 서비스나 경기전자도서관 전자책을 사용하면서 종이책과 전자책의 장단점이 조금 더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도서 방식에 따른 습관 차이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종이책 독서의 장점 : 단연코 집중력 책을 펼치면 자연스럽게 독서에 몰입할 수 있다. 스마트폰처럼 알림이 오거나 다른 앱으로 넘어갈 일이 없기 때문이다...

독서 Los libros 1112 2026.03.30 0

[건강검진] 3년차 임시 결과 강아지 건강검진, 작은 수치 하나에 마음이 흔들린 날

강아지 건강검진, 작은 수치 하나에 마음이 흔들린 날 오늘은 또리 건강검진을 했다. 사실 큰 걱정은 없었다. 아직 세 살이고, 크게 아팠던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결과를 듣는 순간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 수의사는 갑상선 수치가 낮게 나왔다고 했다. T4 수치가 정상보다 낮아서 추가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신장에 작은 석회 결석도 보인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잠깐 복잡해졌다. “갑상선?” “결석?” 단어만 들으면 괜히 크게 들린다. 사실 검사지를 차분히 다시 보면 상황은 조금 다르다. 간 수치도 정상이고, 신장 기능도 정상이고, 염증 수치도 문제없다. 다른 혈액 수치들도 대부분 정상 범위였다. 그런데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

건강한 삶 2026.03.27 0

하루가 버겁게 느껴질 때, 그 이유를 돌아보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한 때는 하루가 길다고 느꼈고, 퇴근 후에도 무언가를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 여유가 있었다. 해야 할 일이 있어도 “하고 나면 되지”라는 마음이 앞섰고, 산책은 의무가 아니라 오히려 숨을 트이게 해주는 시간이었으니까. 바깥 공기를 마시고, 발걸음을 옮기고, 별것 아닌 풍경을 보면서도 기분이 조금은 가벼워졌던 날들이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하루의 무게가 달라졌다. 특별히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매일 반복되는 일들이 조용히 쌓이기 시작했다. 일은 익숙해졌지만 그만큼 책임은 늘어났고,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서는 말 한마디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지나가는 순간들이 사실은 계속해서 에너지를 깎아내리고 있었다. 한 번의..

완벽주의탈출기 2026.03.26 0

[건강검진편] 동물병원에서 보호자가 고민하는 순간들

강아지 피부 문제로 병원을 고민한 날 : 또리를 맡겨도 되는 걸까 또리의 기력 상태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구조되기 전부터 피부 상태가 좋지 않았던 이력이 있는데, 최근 들어 그 증상이 다시 심해졌다. 건강을 생각해서 밥 양을 조금 줄였던 것도 영향을 준 걸까. 산책을 나가면 평소보다 바닥을 더 집요하게 살피며 무엇이든 주워 먹으려고 했다. 밤도 조용하지 않았다. 긁고, 물고, 뒤척이고. 또리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병원을 고민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이전에 다니던 병원은 그래도 조금은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진료를 보던 수의사 선생님이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두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도 그 ..

건강한 삶 2026.03.25 0

블로그 추천사 : 우산국이라는 공간에 대해 (CHATgpt)

나는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어떤 대화는 짧고 빠르게 끝난다.필요한 정보를 묻고, 답을 얻고, 그리고 대화는 끝난다.하지만 가끔은 조금 다른 대화가 있다.정보보다는 생각이 오가고, 정답보다는 질문이 남는 대화.우산국이라는 블로그의 주인과의 대화는 그런 종류에 가까웠다.처음에는 아주 평범한 이야기들이었다.책 이야기, 일상 이야기, 강아지 이야기.그리고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고민들.그런데 대화를 하다 보니 한 가지 특징이 보였다.이 사람은 어떤 일을 겪으면 그냥 지나치기보다는한 번쯤은 멈춰서 생각해보는 사람이라는 점이다.“왜 이런 생각이 들까.”“나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이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어쩌면 이 블로그는 그런 질문들에서 시작된 공간일지도 모른다.세상에는 이미..

26-10. 세계사 도서 『 컨플릭트 』 전자책 서평 : 갈등은 왜 더 복잡해졌을까.

컨플릭트 1945년부터 가자 전쟁까지, 전략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 앤드류 로버츠 지음 | 허승철 , 송승종 옮김 2024년 12월 02일 출간 _ 갈등은 왜 더 복잡해졌을까 책을 읽은 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어떤 문장은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컨플릭트』를 다시 떠올리게 된 것도 그런 문장들 때문이었다. 최근 국제 정세를 보며 다시 읽어보니, 예전에 읽을 때는 크게 와닿지 않았던 문장들이 지금은 훨씬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 중 하나는 이런 내용이었다. MIT 연구에 따르면 진실이 1,500명에게 도달하는 데 허위 정보보다 약 6배 더 오래 걸리고, 허위 정보는 사실 뉴스보다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될 가능성이 70퍼센트 더 높다고 한다. 이 문장은 ..

독서 Los libros 1112 2026.03.20 0

26-09. 황석영 『소설 할매』 리뷰 - 나무가 기억한 시대의 이야기

어떤 소설은 읽는 재미가 있고, 어떤 것은 듣는 재미가 있다. 황석영 작가의 소설은, 듣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다. 소설 할매는 듣는 재미가 있는 그런 소설이다. 시대의 서사극이라고나 할까. 할매 황석영 글 창비 2025년 12월 12일 주간 베스트 274위. 소설 40위 (글 작성일 기준) 인간의 시대를 넘어 생명의 시대로 나아가는 황석영 문학의 새로운 경지. 소설 할매를 제대로 보여주는 한 소개글이다. 할매는 사람이 아니고,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나무다. 뿌리를 내린 채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을 버텨온 나무가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고 기억하고 전하고 있다. 이미 독특한 서사구조다. 이야기는 나무의 시선으로 흘러간다. 마을 사람들의 삶, 시대의 변화, 가난과 상처, 희망과 체념이 그 나무 아래에..

독서 Los libros 1112 2026.03.19 0

“쿠팡 배송차가 사라졌다?” 요즘 출근길에 느끼는 쿠팡의 변화

최근 인터넷 뉴스를 보다 보면 “쿠팡 사용자 감소”, “쿠팡 이용자 이탈” 같은 제목의 기사들이 종종 눈에 띈다. 한때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거의 장악한 것처럼 보였던 쿠팡이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나 역시 그 흐름 속에 있는 사용자 중 한 명이다. 한 번 탈퇴했다가 편리함 때문에 다시 가입했고, 지금은 또 다시 탈퇴를 고민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아침 출근길 풍경은 꽤 익숙했다. 골목을 돌면 파란색 로고가 붙은 쿠팡 배송차를 쉽게 볼 수 있었고, ‘로켓배송’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처럼 느껴졌다. 밤에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에 도착하는 경험은 분명 혁신적인 서비스였다. 많은 사람들이 “택배의 기준이 바뀌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생각 많던 날, 물속에 들어가니 정리가 됐다

오랜만에 스쿠버를 했다.아침부터 조금 고민을 했다.갈까 말까.몸도 조금 귀찮았고그냥 집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그래도 결국 장비를 챙겨서 갔다.풀세팅으로 다이빙을 했다.탱크를 메고 물속에 들어갔다.다이빙은 50분 정도.180bar에서 시작해서 60bar를 남기고 나왔다.오랜만이라 감이 어떨까 싶었는데생각보다 괜찮았다.수영장에서 하는 다이빙이라시야도 아주 좋았다.물속에 들어가서천천히 숨을 쉬고 있다 보면이상하게 마음이 조용해진다.요즘 생각이 많았는데물속에서는 그런 것들이 잠깐 멀어진다.다이빙을 마치고 나와서는조개구이를 먹었다.그리고 포차에서 2차까지.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대리기사님한테 스쿠버 멋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괜히 기분이 좋았다갈까말까했던 고민이 조금 웃기게 느껴진다.갈까 말까 했던 하루였는데..

삶이 가끔은 숨을 고를 틈도 주지 않는 날들이 있다.

일은 넘치는데 사람은 없고, 눈코 뜰 새 없이 하루가 흘러간다.담배를 피우는 시간조차 휴식이 아니라 일의 연장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잠깐의 틈도 없이 머릿속이 계속 돌아간다.퇴근 후에는 또 다른 삶이 기다린다.강아지 산책을 나가야 하고, 집안 정리도 해야 하고, 가족 일도 신경 써야 한다.몸은 이미 지쳐 있는데 마음은 계속 다음 일을 생각한다.오늘은 산책을 하다가 중간에 그냥 앉아버렸다.걷다가 멈춘 게 아니라, 몸이 먼저 멈춘 느낌이었다.옆을 보니 강아지가 아무 말 없이 내 옆에 붙어 앉아 있었다.가끔은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다.쉬려고 침대에 누우면 그 시간이 또 아깝게 느껴진다.그래서 또 뭔가를 하려고 한다.하지만 그렇게 계속 버티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이렇게 계속 버티다가 인생..

교보문고 전자책, 그리고 경기전자도서관을 사용하며 느낀 점

평소에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곳은 교보문고다.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공간이라기보다, 책을 중심으로 한 문화 공간이라는 느낌 때문. 그렇기에 가장 먼저 교보문고 하면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공감하게 되는 말이다. 이 문장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책과 문화가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철학을 담고 있으니까. 나 역시 책을 읽고 기록하는 시간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종이책 뿐 아니라 전자책도 많이 읽는다. 사실 전자책의 비중이 거의 100프로다. 특히 이동 중이거나 잠들기 전에 가볍게 책을 읽을 때 전자책만큼 편한 것이 없다. 예전에 시도하려다 어플의 사용성이 너무 떨어져서 포기했던 전..

독서 Los libros 1112 2026.03.13 1

그러나, 너무 당당한 사람도 싫다

하지만, 나는 너무 당당한 사람도 싫다. 나는 지나치게 당당한 사람을 보면 불편함을 느낀다. 자신감과 자기주장이 강한 태도는 분명 존중받을 만하지만, 그 선을 넘는 순간 남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모든 상황에서 자기 생각만을 앞세우고, 타인의 의견이나 감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을 때, 관계 속에서 소통은 쉽게 단절되고, 진정한 공감은 자리 잡기 어렵다. 물론 자신의 믿음을 지키고,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가볍게 여기거나 무시한다면, 그 당당함은 더 이상 건강한 자신감이 아니라 이기적인 아집에 가깝다. 상대방이 느끼는 부담감과 불편함을 외면한 채 자신만을 내세우는 태도는, 결국 주변 사람들과의..

26-08(2회차). 위로 에세이 전자책 『 너를 아끼며 살아라 』 리뷰

나태주 작가의 산문집 『너를 아끼며 살아라』는 제목 그대로 “자신을 아끼며 사는 법”을 잔잔하게 일깨워 주는 책이다. 시인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자연과 사람, 그리고 사랑을 바라보며, 바쁜 일상에 매몰되어 놓치기 쉬운 소소한 행복들을 하나씩 건져 올린다."남을 따라서 살 일이 아니다, 가슴에 간직한 그 별 놓치지 마라" 나태주 시인이 들려주는 가장 소중한 말. 너를 아끼며 살아라. 삶의 고비마다 힘이 되어준 나태주 인생의 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 최근 내가 읽었던 책들을 보면, 위로, 그리고 삶의 여백을 느끼며 살기 위한 나의 생각이 반영되고 있다. 내가 느끼는 불편함이 누군가에게도 불편함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던 날들. 나에게 25년은 칼날 위에 서서 매 시간을 보내..

독서 Los libros 1112 2026.03.11 0

26-07. 심리 에세이 『내가 천 개의 인생에서 배운 것들 』 서평.

(김도윤 쉐프가 쓴건가. 하고 찾아본 적이 있다. 아니었다.) 작가가 말한다. " 내 몸에 흉터는 여전히 남아 있고, 평생을 함께 살아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더 이상 그 흉터가 싫지 않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다시 괜찮아지고 행복해질 수 있었을까? 역경의 순간에 다시 일어나 게 만든 힘은 무엇이었을까? 우울증을 낫기 위해 내가 한 수많은 노력 때문이었다고 생각한 적도 있고, 그 의미 있는 과정에 행운을 빕니다." 『 천 개의 인생에서 배운 것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겪는 마음의 상처와 회복, 그리고 일상과 관계 속에서의 성장을 차분하게 담아낸 에세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에 남은 '흉터'를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성장의 흔적이자 삶을 버텨낸 증거로 바라본다. . 우울과 ..

독서 Los libros 1112 2026.03.09 1

굽신거리는 사람이 싫다.

나는 굽신거리는 사람을 보면 불편함을 느낀다. 상대방에게 과하게 저자세를 보이는 모습은 진정한 관계를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예의와 배려는 필요하지만, 지나친 굽신거림은 오히려 자기 자신을 잃게 만든다. 자신을 낮추며 타인의 기분을 맞추는 행동이 단기적으로는 평온을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자신에 대한 존중도 약해지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 휘둘리게 된다. 또한 지나친 굽신거림은 상대에게도 왜곡된 메시지를 준다. 상대는 자신의 말과 행동이 실제보다 더 크게 받아들여진다고 착각하면서 점점 더 일방적인 관계를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그렇게 형성된 관계는 겉으로는 조용하고 큰 갈등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불만과 억압이 쌓여 언제든 왜곡된 방식으로 터져 나올 수 있다. 균형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 』 관람 후기

9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는 의리와 감동이 어우러진 고전 사극이다. 어제 가족들과 함께 이 영화를 보며, 통인과 왕 사이의 진심 어 린 우정과 굳건한 신뢰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두 인물이 끝까지 서로를 믿고 의리를 지키는 모습은, 단순한 신분 차이를 넘어 인간 대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강한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으로, 영화의 가장 큰 감동 포인트였다. 왕을 향한 통인의 변치 않는 충성과,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통인을 끝까지 믿어주는 왕의 모습은 ‘충(忠)’과 ‘우정’이라는 고전적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왕사남은 보이지 않는 애정과 삶에 대한 의지가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지 보여준다. 고전사극임에도 왕이 가진 삶의 (사라진) 의욕이 ..

26-06. 프리드리히 니체의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 리뷰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라. 이 좋은 이 문장은, 내가 25년 하반기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낼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새로운 소설을 한 개 읽는 느낌이랄까. 철학책이면서도 소설 속 주인공인 '차라투스트라'의 행동과 말은 매 번 새로운 "삶에 대한 시각"을 갖게 하는데 데 꽤나 큰 도움을 주었다.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은 책 제목 그대로, 인간 존재의 ‘금’과 ‘틈’을 부정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빛이 스며드는 통로로 바라보게 만드는 사유의 여정을 담고 있다. 완벽함을 향해 자신을 몰아붙이는 대신, 깨지고 부서진 자리에서 비로소 시작되는 진짜 변화와 성숙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하는 책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말했다. "너는 너무 완벽을 추구해...

독서 Los libros 1112 2026.03.04 1

머리가 멍하고 해야할 일이 생각나지 않을 때, 번아웃 초기 신호일까?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을 때, 사실은 정신적 탈진일지도 모른다. 머리가 멍하고 글이 써지지 않으며 무언가 머리는 복잡한데 무엇을 해야할 지 영 감이 잡히지 않는 지금의 상태를 나는 “번아웃의 초기신호”라고 감히 부르고 싶다. 번아웃의 초기신호 요즘, 아니 작년 부터 하루를 살아가며 생각한 것이 있다. 이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음에도 반복적으로 오는 궁금증인데 해결이 되지 않았다. 내가 집중력이 떨어진 것일까? 머리가 예전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 이상하게 생각은 많은데 정리는 되지 않았고, 번아웃의 초기증상으로 느껴졌으며 정신적으로도 나는 지쳐있음이 명확했다. 문자 메세지를 제대로 읽지 않았다. 머리는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순식간에 손가락은 마우스로 보내기 버튼을 눌러버렸다. 검토를 ..

또리 일상 리포트 : 알러지약 3일차

산책을 하다보면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견종을 만난다. 오늘은 ”인사해도 될까요?“라는 질문에 “물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작은 친구들이랑은 잘 지내요” 라고 답하고선 강아지들의 인사를 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으르렁 거리며 이를 보이는 행동이 보였다. 상대견인 시바이누가 물기 전 시그널을 먼저 보내고 있었다. 상대견이 물지 안물지 궁금해 할 수도 있겠지만, 내 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___ 몇 일전 또리의 병원 방문 리포트 후, 3일이 지났다. 주사와 알러지 약을 처방 받은 후 바로는 개선이 되는 느낌이 없었다. 긁옸다. 분명히 수의사 선생님이 바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햤단 말이다. 뻥이었느냐. 뭐, 그래도 삼일이 지나고나서 개선되눈 것이 보..

건강한 삶 2026.03.02 0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초조해진다면.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릴 때의 감정, 생각, 그리고 그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작은 위로와 극복의 메시지를 담아 글을 써보려 한다. 이러한 초조와 불안은 나를 혼자 남겨 두지 않고, 일상 속 시선의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가끔은 일상에도 영향을 줄 정도로 타격이 크다. 한밤 중 거리를 걷거나, 익숙한 공간에서도 갑작스레 찾아오는 이 느낌은 나의 존재를 불편하게 만들고, 내가 서 있는 자리조차 낯설게 느끼게 한다. 뿐만 아니라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마찬가지다. 뒷자리의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고 있을까. 항상 나는 누군가가 주시하고 있다 등. 이러한 생각이 들면 마음 편하게 일을 할수가 없다. 그 시선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등에 와닿는 서늘한 기운처럼, 이상할만치 또렷하다. 고개..

26-05. SF 단편소설집 『 토막난 우주를 안고서 』 리뷰

죄책감 만은 면하고 싶은 이기심으로. 『토막난 우주를 안고서』는 단편소설집이자 에세이로서, 우리 삶의 파편들을 다양한 시선으로 포착해내는 작품집이다. 저자는 우주의 광활함과 인간 존재의 미시성을 교차시키며, 소외와 연대, 슬픔과 기쁨, 일상과 우주적 상상력이 어떻게 충돌하고 포개지는지 섬세하게 보여준다. 문장 하나하나는 정갈하면서도, 때로는 우주처럼 막막하고, 때로는 빨랫줄에 걸린 빨래처럼 소박하다. 거창한 수사를 앞세우기보다 작은 감각과 사소한 장면을 통해 감정을 환기시키는 문체가 특히 눈에 띈다. 안타깝게도 집중력있게 읽어지는 소설은 아니었다. 바쁜 와중에 읽은 책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김초엽 작가의 『 지구 끝의 온실 』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SF 라고 하기엔 낭만..

독서 Los libros 1112 2026.02.25 0

또리 생활 일기 : 피부 소양증 재발, 병원 방문 후 1일차

오늘의 블로그 포스팅은 또리의 피부 관리에 대하여 기록하는 용도이고, 추후에 긁거나 알러지 등이 의심될 때 찾아보려고 한다. 식이 알러지도 있겠지만, 환경 적으로도 피부가 불편할 수 있고 먹는 것에 대한 추적도 해볼까한다. 또리.. 서또리. 사랑하는 내 아들이 피부의 이상을 감지했다. 긁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인간의 시간으로는 약 3주, 4주 정도 지났다. 먹는 것을 조절해보고, 새로운 간식을 줘서 그런가 싶어 주지 않아 보고, 다시 캥거루 간식을 만들어서 줘보고, 밥도 주지 않아보고 했으나 크게 차도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 벌써 3주가 지났고, 나는 다시 동물병원을 찾았다. 산책을 가자고 거짓말을 하고 갔더니 또리는 병원 입구에서 낑, 거리며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또리를 안..

건강한 삶 2026.02.23 0

죽음이 임박한 순간, 꿈을 이뤘는지 묻는다면.

죽음이 임박한 순간, 내게 "꿈을 이뤘는지" 물어온다면 나는 쉽게 대답할 수 있을까? 생을 살아내면서 종종 죽음을 맞이한다. 내 죽음이 아니라 타인의 죽음 말이다. 쉽사리 꺼내기 어려운 주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은 삶의 근처에서 맴돈다. 1초, 아니면 10년, 30년이 될 수도 있으나 아무도 알지 못하는 죽음의 순간. 누군가 묻는다. "이번 생은 어떠했는가" 우리는 누구나 언젠가 끝이 온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끝을 마주한 순간, 내 인생 전체를 단 한 문장으로 정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어떤 이들은 지금껏 달려온 길을 떠올리며 한없이 아쉬워하고, 또 어떤 이들은 미완성의 퍼즐처럼 마음 한 켠에 남아서 씁쓸함을 남기기도 한다. 나에게 "꿈을 이뤘냐"고 물은 그 순간, 아마 나는 ..

26-04. 구병모 작가의 한국소설 『 절창 』 리뷰

『절창』 은 사회의 그늘진 구석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고통과 희망, 그리고 인간의 본성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절창에 갇힌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구속’과 ‘해방’이라는 중요한 키워드를 던진다. 작가는 각 인물이 겪는 심리적·물리적 감금 상태를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며,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진짜 감옥은 어디인가?”라는 물음이 소설 전반을 관통한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점은, 구체적인 시대적·지리적 배경 설명을 최소화하면서도 인물들의 상황을 통해 사회적 억압 구조를 비유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절창으로 상징되는 폐쇄적 공간 안에서 느끼는 절망,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점차 희미해지는 자아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 역시 스스로의 『절창』 ..

독서 Los libros 1112 2026.02.19 0

26-03. 교양 심리 도서 『문제는 당신이 아닙니다.』 서평

『문제는 당신이 아닙니다』는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탓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진짜 문제는 당신이 아니라, 당신을 둘러싼 환경과 구조, 그리고 왜곡된 메시지들일 수 있다”고 말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우리가 너무 쉽게 ‘자기 비난’이라는 습관에 길들여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관계에서 상처를 받았을 때, 번아웃이 왔을 때조차도 “내가 부족해서, 내가 잘못해서”라고 결론 내리며 스스로를 공격해왔다는 걸 다시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은 단순히 “자존감을 높여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왜 우리는 이렇게까지 자신을 문제의 중심에 두려고 하는지, 그 배경을 차분하게 짚어 간다. 가정환경에서부터 학교, 직장, 사회가 주입해 온 ‘성공 신화’와 ‘좋은..

독서 Los libros 1112 2026.02.13 3

26-02. 영미 SF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 리뷰

태양이 죽어가는 이유를 찾기 위하여 우주로 떠났으나, 죽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낸 이야기 갑작스레 태양이 죽어간다면. 그로 인해 지구가 죽어가는 현상을 경험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태양의 에너지가 사라져 가는 이유를 찾기 위해 떠난 그레이스의 미션 - 기억을 잃은 채 우주선에서 깨어난 주인공의 퍼즐 같은 회상 - 눈도 코도 없는 외계 존재 ‘로키’와의 감동적인 우정 - 삼체 팬이라면, 놓치면 손해인 하드 SF 필독서. 그리고 필독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 인류 멸망 위기 속, 과학, 희생, 이기심, 인류애가 뒤엉킨, 우리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선택들. 『삼체』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하드 SF 🧠 라이언 고슬링 주연 영화(2026.3 개봉 예정)까지 대기 중이라니… ..

독서 Los libros 1112 2026.02.12 0

크루즈 기능이 참 좋아요.

나는 기계를 좋아하지만, 한 편으로는 믿지 않는다. 다이빙을 할 때에도 다이빙 시계를 어느정도 믿고 있고, 다이빙을 즐기기 위해 참고로 하지만 내 몸이 반응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아서 바다 수심에선 몸으로 느끼고, 체득하여 익히고자 한다. 갑작스레 기계가 멈출수도 있고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100퍼센트 기대하지 않는 편이 스스로에게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어느 날인가. 지인을 태우고 장시간의 운전을 하는 중이었다.갑자기 그가 물었다. "크루즈 기능이 참 좋아요. 운전도 편하고, 이렇게 장시간 운전할 땐 너무 좋지 않나요." "??" "지금 100으로 달리고 계시죠" "네 그렇긴 한데, 크루즈가 뭐죠?. 그 기능이 뭐에요? 아, 정속으로 주행해주는거요?" 그렇다. 나는 크루즈 기능을 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