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서 그런가, 손목에 뿌리고 혈이 뛰는 곳에 바르는 액체 향수의 사용방법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다. 겨울이라 그런지 조금은 무거운 향을 써보고 싶기도 했고. 클로에, 필로소피, 지미추 '블러썸', 엘리자베스아덴 '그린티', 클린의 '레놀리', 랑방의 '에끌라 드 아르페쥬' 를 매일 돌아가며 써봐도 뭔가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언제였나.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가는 걸 비싸다는 핑계로 모른 척했던 '탬버린즈 핸드크림'을 선물로 받고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져서(?) 순식간에 들어가 구매를 시도했다. 결제야 1분도 안되어 성공. 하루만에 받은 패키지는 고급스러웠다. 종이도, 용기도 고급스러운 걸 찾는 요즘 시대에 투박할 수도 있는 단정한 느낌의 종이 패키지라니, 거기에 쨍-한 컬러로 포장되어 있어 '트렌디'한 감각을 엿볼 수 있다.
Tamburins, 퍼퓸 밤 스웨이드페어 : 시원한 배, 스웨이드, 쌉쌀한 갈바넘
조향 자격증을 따겠다고 매일 킁킁거리며 향을 맡았던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의 나는 이미 조향 공부는 잊어버린지 오래다. 그럼에도 향을 맡을 시간이 되면 지금도 어찌나 마음이 봉긋 봉긋 설레어오는지 참으로 알 수 없다.<스웨이드 페어>의 시원하면서도 달콤하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 않은 묵직함이 귀 뒤에 스며들었다.
전성분 : 카프릴릭/카프릭트라이글리세라이드, 향료, 다이메티콘, 마이크로크리스탈린왁스, 파라핀, 페닐트라이메티콘, 합성왁스, 비에이치티, 쿠마린, 리날룰, 벤질벤조에이트, 리모넨, 알파-아이소메틸아이오논, 제라니올, 시트로넬올, 신남알
리날룰, 리모넨과 같은 장미 속 향기와, 갈마넘의 천연함이 시원하게 다가와 첫 느낌은 상콤하다. 이어지는 미들노트는 중후함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가볍지 않으면서도 잔잔하게 무거운 향이 코 끝에 스며들어 기분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고체이다보니 바로 원하는 곳에 바를 수 있어서 욕심내어 바르다가는 큰 코 다친다. 두통 주의.
'갈바넘'은 이란이나 프랑스에서 증기로 추출하여 사용하게 되며, 묵직한 향이 시원함도 동시에 전달해주기 때문에 고대에는 시체를 비롯해 방부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했고 나아가 염증이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달콤한 향기가 가져다주는 힐링이라는 키워드가 잘 맞지 않나 싶어 만족감이 높다. 그렇게 달콤하지 않으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다.
Layer: 탑 - 배/위스키, 갈바넘. 미들 - 스웨이드. 베이스 - 통카빈, 엠버, 머스크, 사이플리올
향수를 정할 때, 나에게 중요한 것은 탑보다 미들과 베이스다. 처음에야 당연히 가볍고 오래 가지 않는 잔향이 없는 깔끔한 향을 좋아하지만 ' 향수를 뿌렸구나(발랐구나)'와 같은 느낌을 받기 위해선 미들, 특히나 잔향이 남아있는 베이스의 느낌을 나는 좋아한다. 머스크, 사이프리올과 같이 사향 고래의 토사물(엠버)이 잘 어울어져 가죽 같은 (우디)의 느낌이 들어야하지만 향은 그렇게 가죽스러운 느낌이 없다. 오히려 중후한 꽃의 느낌이랄까. 게다가 최면 효과가 있는 '통카빈' 향이 나를 사로잡아버렸는지는 몰라도 다른 후기들에 비해 만족감은 높은 편이다.
'탬버린즈 스웨이드 페어' 는 여성 과 남성 사이 어디인가 애매한 곳에 포지셔닝 되어 있어 유니섹스 향수로는 추천하기 어렵다. 취향의 선택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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