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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9. 소설 『천 개의 파랑 』 서평 [ 삼성 6월 e북 무료 도서 ]

올라씨 Elena._. 2025. 7. 7.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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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
천선란 지음
허블
2020년 08월 18일 출간 (국내도서 : 2020년 08월 19일 출간)

위너 브라더스 픽처스 영화화 계약 체결.

 

 

교보문고에서 만난

  6월에 만난 삼성의 무료 소설이 <천 개의 파랑> 이라니. 삼성 이북.. 정말 감동이다. 

  소설 <천 개의 파랑> 을 처음 접한 건 교보문고가 아니라, 우연찮게도 인터파크 문화 카테고리 였다. 뮤지컬 관람 리스트에서 만난 <천 개의 파랑>은 뮤지컬보다는 관극(가무극) 으로 관객을 만났던 것 같은데....

 

  윤태호 배우가 연기하는 공연을 보고 싶어 헤매이다 발견한 것이 바로 이 <천 개의 파랑> 이었다. 그가 나왔던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마이클리도, 윤태호도... (추억 아련...)  그러나 가무극인 <천 개의 파랑>은 예약을 했음에도 결국 취소하고 관람하지 못해 아쉬움이 큰 기억으로 남았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관람 후기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관람 후기

TV에서 스쳐지나듯 만난 프랑스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무언가 홀린 듯 계속 보았던 것 같다. 시인 인 것처럼 목소리를 연주하는 마이클 리의 공연을 유튜브로 무제한(...!) 듣다 보니, 그의

hrdforus.tistory.com

 

 

  그 때 줄거리를 대략적으로 보긴 했는데도 교보문고에서 만났을 때는 대략, 아니지 엄청 반가웠다. 로봇이 만들어내는 세상이지만 인정(사람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정-감- 가는 소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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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줄거리

  소설 <천 개의 파랑>은 말의 기수였으나, 어느 순간 말에서 떨어져 폐기 대상에 놓인 로봇 '콜리'의 이야기이다.  어지간히도 지독한 인간 중심적인 지구라는 행성에서 '말'은 속도를 돈으로 이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심에 의한 희생양이다. 그런 말 위에서 인간의 욕심으로 만들어진 로봇 콜리.  그렇게 폐기처분 대상에 오른 '콜리'는 한 아이의 시선에 들어 몰래, 그녀의 용돈과 맞바꾼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내 생각과도 비슷하게 브로콜리라고 부르는 작 중 인물도 있다. )

 

 어쨌든 말 경주 중에 말에서 떨어진 콜리는 이렇게 말한다. 

“갈기를 만져보고 싶었어요.”


 로봇이, 말의 갈기를 만져보고 싶어 말에서 떨어졌다니. 어처구니 없는데도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마도 작가 천선란의 위력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또 콜리는 말한다.  “행복만이 유일하게 과거를 이길 수 있어요.”

 

  공감을 느낄 수 없는 로봇 '콜리'는 이상하다. 로봇이 로봇같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콜리를 만들 때 부품 하나가 잘 못 섞여 들어간 탓이다. 때문에 콜리는 폐기 처분이 될 기로에 놓였으면서도 하늘을 보며 파랑파랑하다는 말을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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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 개의 파랑>은 휠체어 신세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은혜, 그리고 우울한 삶을 살아가지만 로봇 고치는 선수(전문가)인 연재. 그리고 연재의 단짝이 되고 싶은 지수, 은혜와 연재의 엄마인 보경. 이들의 생활 속에 스며든 콜리의 이야기를 그렸다. 

 

 _

 

  콜리가 기수이면 콜리와 함게 마장을 달리는 말도 있다. 그 말의 이름은 투데이였다.  투데이는 신기록을 달성하며 금새 경주마들 사이에서 우상으로 자리 잡았다. 아니지, 인간들 사이에서 우상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말인 투데이가 달리기를 좋아한다는 걸 아는 사람(?)은 콜리밖에 없었다. 인간들에게는 말이 이기는 것만 중요했지만, 콜리에게는 투데이가 달리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콜리는 거짓말을 했다. "갈기를 만지고 싶었어요."

 

  안타깝게도 콜리는 달리는 도중 투데이에서 떨어져 폐기해야 할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투데이는 과도한 달리기 때문에 금새 몸이 노쇠해져 걷기조차 힘든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연재의 가족들을 만난 콜리는, 어느 날 연재 에게 묻는다. 

  "말을 하지 않고 어떻게 아나요? "

 

  그런데 콜리는 투데이가 말하지 않아도, 투데이의 등에 올라앉아 투데이가 달리는 모습과 가슴의 움직이는 모습만으로도 달리기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모순적이지만 사람들에게 듣는 말이 이거다. "말을 해야 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마음이 닿은 사람들끼리는 굳이 말이 필요없다는 사실을 , 우리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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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만, 그럼에도 <선물> 같은 책

  사람들에게, 삶이, 생활이, 일상이 지쳐 내 스스로도 돌아볼 수 없는 날이 있다. 곧 새 집에 들어가는 나에게 사람들이 물었다. "인테리어는 어떻게 해요? " 내가 답했다. "아직이요. 별 생각 없는데요."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했다. 어째서 새로운 집이 생겼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지. 설레이지 않은지 질문들이 연이어 쏟아졌다. 

 

  나는 지쳤다. 아직 어른들의 삶의 절반을 살지도 못했으면서 지쳤다. 분명한 것은 내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이고, 알고 싶지도 않으며, 알 생각도 없다는 것이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런데 <천 개의 파랑>을 읽으면서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딱딱하게 본인의 할 말만 하고, 기분이 나쁘면 언짢은 티를 내고, 본인 것의 급하지만 타인의 생활과 상황은 생각할 겨를이 없는 제 3자와 생활하다보면 늘상 겪는 일이지만 그래도 지치는 건 별 수 없음에도 조금은 마음이 따뜻해졌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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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대변하는

  그리고 <천 개의 파랑>의 천선란 작가는 소설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한다. 

 

(중략)  하지만 그중 대부분의 인간들이 여전히 개 공장에서 태어나 펫숍으로 팔려 온 강아지를 구매했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고양이를 발로 찼다.

 

  털이 뭉친 노견은 너무 못생겼다 느꼈으며 갓 태어나 젖도 떼지 못한 개만이 가족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생각했다. 고양이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 없이 집에 들였다가 털이 너무 많이 빠지거나 아이가 생겼다는 이유로 유기했고 같은 케이지 안에 넣어 서로 죽이는 햄스터를 징그럽다는 눈으로 바라보았으며 수온과 염분을 맞추지 못해 떼죽음당한 열대어를 변기통에 흘려보냈다.

 

  새를 위해 새장을 하늘이 보이는 베란다에 놓았고 그해에 유행했던 동물들은 반짝 개체수를 늘렸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가축이 된 짐승과 인간과 친한 몇몇의 동물들 빼고 모든 동물들은 몇 세기 안에 사라질 것이다. 소리 소문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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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마음으로

  고된 하루하루가 이어지더라도 가끔은, 이런 일관성 있으며 따뜻하고, 정말 세상에 일어날 법한 일들이 현실적으로 와닿을 수 있다면, 나는 조금 더 살아볼 마음이 생길 것 같다. 

 

  끝으로, 소설이지만 콜리가 했던 따뜻한 말들을 적어보았다. 나에게도 위안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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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인 콜리의 말말말. 

 

잘 부탁해요.


“살아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에요. 살아 있다는 건 호흡을 한다는 건데, 호흡은 진동으로 느낄 수 있어요. 그 진동이 큰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에요.”

“그렇다면 아주 천천히 움직여야겠네요.”

“멈춘 상태에서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많은 힘이 필요하니까요. 당신이 말했던 그리움을 이기는 방법과 같지 않을까요? 행복만이 그리움을 이길 수 있다고 했잖아요. 아주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언젠가 멈춘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할 거예요."

이해받기를 포기한다는 건 이해하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았다.

인간은 함께 있지만 모두가 같은 시간을 사는 건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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