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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6. 프리드리히 니체의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 리뷰

올라씨 Elena._. 2026. 3. 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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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라. 이 좋은 이 문장은, 내가 25년 하반기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낼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새로운 소설을 한 개 읽는 느낌이랄까. 철학책이면서도 소설 속 주인공인 '차라투스트라'의 행동과 말은 매 번 새로운 "삶에 대한 시각"을 갖게 하는데 데 꽤나 큰 도움을 주었다.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은 책 제목 그대로, 인간 존재의 ‘금’과 ‘틈’을 부정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빛이 스며드는 통로로 바라보게 만드는 사유의 여정을 담고 있다. 완벽함을 향해 자신을 몰아붙이는 대신, 깨지고 부서진 자리에서 비로소 시작되는 진짜 변화와 성숙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하는 책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말했다.    "너는 너무 완벽을 추구해." . "그럴 필요 없어"

  나는 물었다.  "어째서?". "하나의 인간은 완벽해야 해" 

 

읽는 내내,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 독자에게 조용하지만 집요한 질문을 던진다.

- 당신은 지금 무엇으로 인해 멸망하고 있는가?
- 당신은 어떤 독을 향유로 바꾸고 있는가, 혹은 여전히 독으로만 간직하고 있는가?
- 당신이 그렇게 지키려 애쓰는 ‘자아’는 정말로 당신을 살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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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이면서 동시에 철학을 노래하는 니체의 책은 종종 읽는다. 두껍고 페이지 수가 많아서, 전자책으로 읽다보면 영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스스로를 몰아치며 책을 읽으려고 하다가도 쉬면서 볼 수 밖에 없게 된다. 니체의 책은, 그래서 매력있다. 쉼을 강제하는 그런 철학책이라니. 

  내 독서 노트 속 인용처럼,  “꿀을 너무 많이 모은 꿀벌”이라는 말은 신선하다.  이미 지식과 경험, 성취로 가득 차 있지만 오히려 그 충만함 때문에 숨 막혀 하고, “차고 넘치는 내 지혜에 질증이 났다”고 고백한다. 이 지점에서 책은 흥미롭게 방향을 튼다. 더 많이 채우는 대신, 스스로의 균열을 인정하고, 그 틈을 통해 다른 이들과 관계 맺고 나누려는 욕망이 깨어나는 것이다.

“현명한 자들이 자신의 어리석음에 다시 한번 기뻐하고, 가난한 자들이 자신의 풍족함에 기뻐할 때까지나는 베풀고 나누어 주고 싶다.”
  이 구절은 이 책의 핵심 정서를 잘 보여 준다. 지혜는 이미 ‘채운 것’이 아니라, 자신 안의 모순과 빈틈을 자각할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 ‘현명함’과 ‘어리석음’, ‘가난함’과 ‘풍족함’이 역설적으로 뒤집히는 이 대목은, 인간이 자기 한계를 깨달을 때 오히려 더 넉넉해질 수 있다는 역설을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

책에서 차라투스트라가 던지는 말 또한 인상적이다.

“지금 그대는 자신의 직업으로 인해 멸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직접 내 손으로 그대를 파묻어 줄 것입니다.” 

  이 잔혹할 만큼 정직한 선언은, 우리가 붙들고 사는 ‘직업’, ‘역할’, ‘정체성’이 어떻게 우리를 살리면서 동시에 서서히 소진시키는가를 날카롭게 찌른다. 누군가가 나를 “파묻어 주겠다”고 말할 때, 그 파묻힘은 끝이 아니라 재시작을 위한 장례 의식에 가깝다. 지금까지의 나를 충분히 애도하고 땅에 묻을 때, 그 흙 사이로 처음으로 빛이 스며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장례’의 용기를 요구한다.

“그대는 그대의 독에서 그대의 향유를 만들었다” 라는 문장은 이 책이 추구하는 변형의 윤리를 압축한다. 우리 각자가 품고 있는 독—상처, 결핍, 분노, 실패—은 단순히 제거해야 할 오염이 아니라, 올곧이 직면할 때 향유로, 자양분으로 바뀔 수 있는 가능성 그 자체다. “슬픔에 잠겨 있는 그대의 암소에게서 젖을 짜”던 사람이, 어느 순간 그 젖에서 나온 “달콤한 우유”를 마시고 있는 장면은, 고통이 어떻게 기쁨의 양식으로 변모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다. 깨진 틈은 바로 이 변화가 일어나는 미세한 균열이다.

니체는 감각과 정신, 그리고 자아에 대한 통념도 흔들어 놓는다.

“감각이 느끼는 것, 정신이 인식하는 것,그것은 그 자체로 절대 목적이 아니다.”
  감각과 이성만으로 안전하게 세계를 통제하고 싶은 욕망, ‘자아’라는 단단한 중심을 세워 흔들리지 않으려는 욕구는 현대인이 집착하는 완전함의 다른 이름이다. 하지만 니체는 더 근원적인 어떤 것을 가리킨다. 놀랍게도 그것은 정신이 아니라 ‘육체’와 그 ‘위대한 이성’이다.

“이 위대한 이성은 자아를 말하지 않고, 자아를 행한다.”
  말로 스스로를 포장하는 대신, 삶의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 자기 자신이 되어 가는 과정. 머릿속에서 그린 이상적인 자아상이 아니라, 상처 입고 휘청거리며 살아 내는 몸의 역사. 이 책이 말하는 빛은, 이처럼 허공의 이론이 아니라 몸을 통과해 나오는 어떤 것에 가깝다. 머리로는 부인하고 싶지만, 몸과 삶이 이미 알고 있는 진실. 그 진실이 드러나는 찰나가 곧 ‘깨진 틈’이다.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미덕은, 상처와 결핍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단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축소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깨짐’을 찬양하지도, ‘완전함’을 설교하지도 않는다. 대신, 인간이란 애초에 금 가 있고 새어 나가는 존재이며, 바로 그 새어 나감 덕분에 서로에게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을 끈질기게 환기한다. 틈이 없다면 빛도 들어올 수 없고, 상처가 없다면 서로의 아픔을 이해할 언어도 생기지 않는다.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는 메시지는, 위로라기보다 하나의 결단 요청으로 다가온다. 더 이상 흠 없는 자아를 연출하려 애쓰지 말고, 이미 금 가 있는 자신을 인정하라는 초대. 내 안의 깨진 부분들을 부끄러운 결함이 아닌, 빛이 통과하는 창으로 받아들이라는 촉구.

  이 책은 상처 입은 사람을 ‘치유’해 주는 안내서라기보다는, 스스로를 장례 치르고 다시 살아 나가려는 이들을 위한 철학적 동반자에 가깝다. 완벽함 대신 진정성을, 매끈한 서사 대신 금 가고 울퉁불퉁한 삶을 택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한동안 내려놓기 어려운 사유의 거울이 되어 줄 것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말했다. "완벽할 필요 없어"

내가 답했다. "그러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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