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죄책감 만은 면하고 싶은 이기심으로. 『토막난 우주를 안고서』는 단편소설집이자 에세이로서, 우리 삶의 파편들을 다양한 시선으로 포착해내는 작품집이다. 저자는 우주의 광활함과 인간 존재의 미시성을 교차시키며, 소외와 연대, 슬픔과 기쁨, 일상과 우주적 상상력이 어떻게 충돌하고 포개지는지 섬세하게 보여준다. 문장 하나하나는 정갈하면서도, 때로는 우주처럼 막막하고, 때로는 빨랫줄에 걸린 빨래처럼 소박하다. 거창한 수사를 앞세우기보다 작은 감각과 사소한 장면을 통해 감정을 환기시키는 문체가 특히 눈에 띈다.
안타깝게도 집중력있게 읽어지는 소설은 아니었다. 바쁜 와중에 읽은 책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김초엽 작가의 『 지구 끝의 온실 』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SF 라고 하기엔 낭만이 있었던 지구 끝의 온실과 다르게, 이 소설은 SF 장르가 긴 흐름으로 서사를 만들어가야 한다면, 짧은 단편집 안에 많은 서사를 넣어야 하기 때문에 공감을 갖게 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이 책은 삶의 상처나 갈라짐, 완전하지 않은 것들의 아름다움을 감각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분절된 기억과 감정, 그리고 그것들이 ‘우주’라는 메타포 안에서 어우러지는 장면들은, 흩어진 조각들이 사실은 하나의 서사를 이루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인물들이 품고 있는 고독과 결핍은 차갑게 방치되지 않고, 서로의 이야기를 매개로 조용한 연대의 가능성으로 확장된다. 일상적인 경험 속에 숨은 비범함을 포착하는 저자의 시선은, 독자로 하여금 자기만의 상상력과 공감대를 자연스럽게 작동시키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책은 “온전함”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도 괜찮다고 말하는 듯하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가 결코 완벽하게 봉합되지 않더라도, 그 균열과 단면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 나갈 수 있다는 희미하지만 단단한 믿음을 건넨다. 상처를 지우거나 미화하기보다, 그것을 껴안은 채 살아가는 존재들의 모습을 통해, 독자는 자신이 지닌 결핍과 파편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소설과 에세이, 현실과 상상이 뒤섞인 이 독특한 우주를 여행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파편난 마음으로 하루를 버텨내는 이들이라면, 이 책 속 어딘가에서 자신과 닮은 조각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완전하지 않은 채로 서로를 비추는 이 이야기들이, 읽는 이의 내면에 작은 별 하나를 켜줄지도 모른다.
'우산국│직장인의 소비, 대출, 생활기록 > 독서 Los libros 11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6-07. 심리 에세이 『내가 천 개의 인생에서 배운 것들 』 서평. (1) | 2026.03.09 |
|---|---|
| 26-06. 프리드리히 니체의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 리뷰 (1) | 2026.03.04 |
| 26-04. 구병모 작가의 한국소설 『 절창 』 리뷰 (0) | 2026.02.19 |
| 26-03. 교양 심리 도서 『문제는 당신이 아닙니다.』 서평 (3) | 2026.02.13 |
| 26-02. 영미 SF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 리뷰 (0) | 2026.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