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국│作/기록하지않으면기억되지않는다.

장례식 다녀오는 길, 따뜻한 날씨와 조용히 가라앉은 하루

올라씨 Elena._. 2026. 4. 2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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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례식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하루가 끝나가는 시간, 해는 이미 기울었지만 공기는 이상하게도 따뜻했다. 봄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어딘가 덜 풀린 느낌이 남아 있었고, 그렇다고 겨울의 차가움도 아니었다. 그 사이 어딘가에 걸쳐 있는, 애매하고도 느슨한 온도였다.

  차 안인지, 길 위인지, 정확히 어디쯤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몸은 분명 집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아직 그 자리에 조금 남아 있는 듯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돌아오는 길이라는 건 늘 그렇다. 감정이 크게 요동치기보다는, 오히려 조용히 가라앉는다. 슬픔이 분명히 있는데, 그 슬픔이 날카롭게 드러나지 않고, 얇은 막처럼 전체를 덮고 있는 느낌.

  그 위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차 안의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노래는 차분했고, 감정을 억지로 끌어올리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떼어내지도 않았다. 그냥 그 상태를 인정해주는 듯한 목소리였다. 가사는 정확히 따라가지 않았지만, 멜로디는 지금의 온도와 묘하게 닮아 있었다. 따뜻하지만 어딘가 비어 있는, 부드럽지만 완전히 편안하지는 않은 그런 느낌.

  몸은 노곤했다. 긴장했던 시간이 풀리면서 피로가 한 번에 내려앉은 것 같았다. 어깨가 조금 무거웠고, 눈은 자꾸 감기려 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잠들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냥 이 상태로, 이 애매한 경계 위에 조금 더 머물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정리하지 않고, 아무 의미도 붙이지 않은 채로.

  길 위의 풍경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지나가는 차들, 가로등, 익숙한 거리. 하지만 그 날의 시선은 그 모든 것들을 또렷하게 담아내지 않았다. 오히려 흐릿하게, 스쳐 지나가듯 받아들이고 있었다. 집중하기보다는 흘려보내는 쪽에 가까웠다. 어쩌면 그게 더 편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음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다. 분명히 많은 감정이 있었을 텐데, 그것들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안쪽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슬프다, 힘들다, 그런 단어로는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상태. 그냥 ‘여운’이라는 말이 가장 가까울 것 같았다. 무언가가 지나간 자리,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공기 같은 것.

  따뜻한 날씨와 그 여운이 겹치면서, 기분은 더 묘해졌다. 보통이라면 기분이 좋아질 법한 온도인데, 그날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쁜 것도 아니었다. 그냥, 계절과 감정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 봄은 이미 와 있는데, 마음은 아직 겨울 끝자락에 머물러 있는 상태.

  그렇게 한참을 흘러가듯 지나왔다. 무언가를 붙잡으려 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밀어내지도 않았다. 그냥 그 사이에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이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정의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몸이 먼저 알고 있는 듯했다.

  어쩌면 그날의 나는, 무언가를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받아들이는 쪽에 가까웠던 것 같다. 삶과 죽음, 관계와 시간, 그런 큰 이야기들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냥 ‘이런 하루도 있구나’ 하고 지나가는 것. 그리고 그게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

 집으로 향하는 길은 결국 끝이 났겠지만, 그때의 공기와 감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따뜻한 날씨, 노곤한 몸, 그리고 조용히 남아 있는 감정. 그 세 가지가 겹쳐진 그 순간은, 특별하지 않으면서도 오래 남는 기억이 되었다.

  설명하려고 하면 오히려 멀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날이 딱 그랬다. 그래서 아마도, 가장 가까운 표현은 이것일 것이다.  따뜻한 날씨 속에서, 조용히 가라앉아 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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