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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4. 『왜의 쓸모』 리뷰: 완벽하게 말하려던 내가, 조금 이해하게 된 것들

올라씨 Elena._. 2026. 4. 2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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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의 쓸모
관계와 힘의 구조를 파악하는 네 가지 프레임
찰스 틸리 저자(글) · 최지원 번역
유유 · 2025년 08월 04일
주간베스트 : 인문 214 위 

  <왜의 쓸모<를 읽었다. 솔직히 말하면 쉽지 않았다.  번역투라 문장이 한 번에 들어오지 않았고, 읽으면서 몇 번이나 멈췄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 이 질문을 여러 번 반복했다.  이 책은 흔히 기대하는 자기계발서처럼 명확한 해답을 주는 책은 아니다. ‘왜 살아야 하는가’ 같은 거창한 질문을 던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사용하는 “왜?”라는 질문 자체를 해체한다.

  사람은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이유를 붙인다. 늦은 이유, 선택한 이유, 화난 이유.    그리고 우리는 그 이유를 “진짜 속마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게 말한다.

  그 이유는 단순한 사실의 설명이 아니라 상대를 설득하고, 나를 방어하고,상황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인 형식일 수도 있다고. 때문에 이 문장을 읽으면서  조금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나는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나는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기보다 그 상황에 맞는 “그럴 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말하고 있었던 것 같다.

  책에서는 이유를 여러 가지 형태로 나눈다. 관습, 코드, 이야기, 그리고 학술적 논고. 처음에는 이 구분이 왜 중요한지 잘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예시를 읽다 보니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폭력이라는 하나의 사건도 전혀 다르게 설명될 수 있다.

“그 사람들은 원래 그래.” → 관습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 코드
“어릴 때 불우하게 자랐다.” → 이야기

  같은 사건인데도 이유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그중 하나를 선택해서 설득하거나 이해하려고 한다. 여기서 느낀 건 단순했다. 이유는 하나가 아니라 선택되는 것이라는 점.  그리고 그 선택은 상황과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읽으면서 계속 어렵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남았다. 이유는 설명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 사용하는 기술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나 자신으로 생각이 넘어갔다.

  요즘 나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고 있었다. 단순히 생각이 많은 게 아니라 생각을 계속 분석하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이 감정이 맞는지, 이 말이 정확한지, 내가 솔직한 건지 끊임없이 확인하려고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생각을 분석하다 보면  결국 내 동기를 의심하게 된다. “이게 진짜야?” “내가 나를 속이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질문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말 하나도 쉽게 못 하는 상태가 됐다. 조금이라도 부정확한 표현을 쓰면 스스로가 틀린 것처럼 느껴졌다. 돌이켜보면 그건 철학적인 고민이 아니라 자기검열 루프였다.

생각을 분석한다
→ 내 동기를 의심한다 → 완벽하게 말하려 한다 → 피곤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루프를 끊을 수 있는 힌트를 얻었다. 이 책이 말하는 건 완벽하게 말하라”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우리가 이유를 어떻게 쓰는지 자각하라” 자각하자.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완벽주의는 끊임없이 나를 수정하게 만든다. 하지만 자각은 나를 이해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질문을 바꿔보기로 했다. “왜 나는 이럴까?”가 아니라 “지금 나는 어떤 형식의 이유를 쓰고 있지?”

  나는 지금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건가, 관습에 기대고 있는 건가, 코드 뒤에 숨고 있는 건가 이걸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조금 가벼워졌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순수한 동기’에 대한 부분이었다. 우리는 흔히 완전히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나는 100% 진심이어야 한다 ,나는 나를 속이면 안 된다. 라고. 

  그런데 이 책은 말한다. 그건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일지도 모른다고. 우리는 사회적 존재다. 우리는 항상 
관계를 고려하고 상대를 생각하고 맥락을 맞추며 말한다.  이건 거짓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인 작동 방식이다.
이걸 인정하는 순간 조금 편해졌다. 

 나는 완벽하게 투명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상황 속에서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완벽주의는 → “나는 더 정확해야 한다.”
성장은→ “나는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여전히 어려운 문장도 많고, 한 번에 정리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제 누군가 나에게 “왜?”라고 물으면 예전처럼 단순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지게 될 것 같다.“왜 나는 이럴까?”가 아니라, “나는 지금 어떤 이유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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