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제이는 어딘가에 부딪혔다.
출근길, 익숙한 길인데도 작은 돌부리에 발이 걸렸다. 순간 중심이 흔들렸지만, 넘어지진 않았다. 다만 그 짧은 순간이 하루 전체를 설명해주는 느낌이었다. “아, 또 이런 하루겠구나.”
사무실에 앉았을 때, 해야 할 일들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손은 먼저 움직이고, 머리는 그 뒤를 따라오지 못했다. 파일을 열고,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받으면서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분명 일을 하고는 있는데, 남는 게 없다.
흔적은 있는데 기억이 없다.
시간은 갔는데, 하루는 지나가지 않은 느낌.
점심시간에 뭘 먹었는지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앉아서 먹었고, 일어나서 다시 앉았고, 다시 일을 했다. 그 사이 어딘가에 ‘나’가 빠져 있는 것 같다.
제이는 생각한다.
나는 왜 이렇게 자동으로 살고 있을까.
본능처럼 움직이는 몸이 싫다.
익숙함에 기대는 행동이 싫다.
나는 분명 더 생각하고, 더 의식적으로 살고 싶은데
하루는 자꾸 나를 건너뛴다.
그래서 더 세게 붙잡아보려고 한다.
정신 차리자고, 집중하자고, 놓치지 말자고.
그런데 그럴수록 더 멀어진다.
퇴근길, 또 한 번 어딘가에 살짝 부딪혔다. 아프진 않았다. 다만 이상하게도 그게 오늘 하루의 마지막 문장처럼 느껴졌다.
집에 와서 가만히 앉아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오늘… 나, 제대로 살긴 한 걸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답을 찾으려는 힘조차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그냥 생각을 내려놓는다.
오늘을 정리하지 못한 채로,
그대로 흘려보내기로 한다.
어쩌면 제이는 오늘도 잘 버틴 걸지도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 하루라도,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닐 테니까.
적어도, 이렇게 끝까지 와 있긴 하니까.
'우산국│作 > 불편한 감정이 불안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소외되는 이유에 대하여 (0) | 2026.05.06 |
|---|---|
| 조급함에 쫓기다 놓쳐버린 것들에 대하여 (0) | 2026.04.28 |
| 애매한 의욕과 불확실한 방향 .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하루는 지나갔다 (0) | 2026.04.19 |
| 삶이 가끔은 숨을 고를 틈도 주지 않는 날들이 있다. (0) | 2026.03.15 |
| /언젠가는 휘발될, 성실한 나라의 세계관 : 삶의 옥쇄 (0) | 2025.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