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국│作/불편한 감정이 불안으로

제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올라씨 Elena._. 2026. 4. 2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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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이는 어딘가에 부딪혔다.

출근길, 익숙한 길인데도 작은 돌부리에 발이 걸렸다. 순간 중심이 흔들렸지만, 넘어지진 않았다. 다만 그 짧은 순간이 하루 전체를 설명해주는 느낌이었다. “아, 또 이런 하루겠구나.”

사무실에 앉았을 때, 해야 할 일들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손은 먼저 움직이고, 머리는 그 뒤를 따라오지 못했다. 파일을 열고,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받으면서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분명 일을 하고는 있는데, 남는 게 없다.
흔적은 있는데 기억이 없다.
시간은 갔는데, 하루는 지나가지 않은 느낌.

점심시간에 뭘 먹었는지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앉아서 먹었고, 일어나서 다시 앉았고, 다시 일을 했다. 그 사이 어딘가에 ‘나’가 빠져 있는 것 같다.

제이는 생각한다.
나는 왜 이렇게 자동으로 살고 있을까.

본능처럼 움직이는 몸이 싫다.
익숙함에 기대는 행동이 싫다.
나는 분명 더 생각하고, 더 의식적으로 살고 싶은데
하루는 자꾸 나를 건너뛴다.

그래서 더 세게 붙잡아보려고 한다.
정신 차리자고, 집중하자고, 놓치지 말자고.

그런데 그럴수록 더 멀어진다.

퇴근길, 또 한 번 어딘가에 살짝 부딪혔다. 아프진 않았다. 다만 이상하게도 그게 오늘 하루의 마지막 문장처럼 느껴졌다.

집에 와서 가만히 앉아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오늘… 나, 제대로 살긴 한 걸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답을 찾으려는 힘조차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그냥 생각을 내려놓는다.

오늘을 정리하지 못한 채로,
그대로 흘려보내기로 한다.

어쩌면 제이는 오늘도 잘 버틴 걸지도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 하루라도,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닐 테니까.

적어도, 이렇게 끝까지 와 있긴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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