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간 것은 꿈이 되고, 꿈속의 사람들은 대개 아름답다”
꿈 같은 일상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히어로에 대하여
감각자들
안전가옥 오리지널 43
나혜림 저자(글)
안전가옥 · 2025년 02월 11일
‘나침반이 태평양을 건널 때야 유용하겠지만 냉장고에서 반찬 통을 찾을 땐 쓸모가 없는 것과 같다네.’ 이토록 굉장한 세계의 문장을 떠올렸다.
감각자들은 특정한 사건 하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설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인물들의 상태와 감각을 따라가며 진행된다. 이야기에는 홀린 듯 살아가는 사람들, 이루지 못한 꿈을 붙잡고 있는 사람들, 이미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 그리고 억울함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각 인물은 자신이 놓지 못한 감정이나 기억, 혹은 특정한 사건에 계속 붙들려 있는 상태로 그려진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과거의 어떤 지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감정은 시간이 지나며 사라지기보다 형태를 바꾸어 남아 있고, 그로 인해 현재의 행동과 판단에도 영향을 준다.
소설은 이러한 인물들의 내면을 설명하기보다는, 그들이 느끼는 감각과 상태를 장면 단위로 보여주는 방식에 가깝다. 인물 간의 관계나 사건의 인과관계는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으며, 독자는 단편적으로 제시되는 장면들을 따라가며 전체를 이해해야 한다.
작품 속에서는 감각이 점점 확장되며, 그것이 책임감과 죄책감으로 이어지는 과정도 반복적으로 드러난다. 사소한 시선이나 말 한마디가 개인에게는 크게 작용하고, 그 해석이 다시 스스로를 얽매는 구조로 이어진다.
희성이라는 인물의 수면에 대한 묘사는 이러한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깊게 잠들지 못하고 얕은 상태에 머무는 잠, 깨어난 이후에도 잔여감이 남는 수면은 인물의 불안정한 내면을 드러내는 장치로 사용된다. 노루잠, 괭이잠, 토끼잠과 같은 표현은 지속적인 긴장 상태를 암시한다.
“감각자로 살겠다 다짐했다. 꿈속이 아닌 꿈밖에 머물며, 꿈을 지키며”
평범한 이들에게 이름을 붙임으로써 ‘나’를 ‘우리’로 만드는 소설. 감각자들.
나도 어쩌면 감각자일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는 감각자들 사이에서, 감각자로 살아가는 걸까 하는 의미없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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