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이유/독서 그리고 책.

92 번째 독서리뷰. 인문/철학서 "당신은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올라씨 Elena._. 2023. 10. 3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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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위해 힘과 강단이 필요한 책. 

지난 7월에  후기를 남긴, 나의 최애 도서 <모든 삶은 흐른다>에 맞먹는(?) 책을 발견했다. 

 

    잠시 다른 길로 새보자면,  <모든 삶이 흐른다>는  이해인 수녀님과 많은 독서 평론가들이 극찬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도록 잔잔한 목소리로 자연 또한 변함없이 흐르고 있음을 알려준다. 자연이 사람들에게 주는 힐링이 결국은 내가 안절부절하거나 애써 화를 억눌러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결과와 방향을 같이 하고 있다.  2023.08.10 - [책] - 85번째 독서리뷰. 모든 삶은 흐른다.

 

  <당신은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는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APHORISM은 그러니까 경험을 토대로 글을 짧게 지어낸 진리책이다. 짧고 단순하지만 인생을 압축해 담은 격언집이라 할 수 있겠다.  

 

 

    내가 스트레스 받고 분노에 휩싸여 지금을 즐기지 못하고 있을 때에도 자연은 내 옆에 있으며, 자연 그들이 스스로 선택했든 아니든 자연의 법칙대로 수긍하고 흘러가는 방법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다. 라는 가르침을 주는 <모든삶은 흐른다>와 다르게, <당신은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는 책은 힘듦을 당연시 하고 있다. 짧지만 힘이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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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듦 VS. 자연 

  힘듦과 자연은 다르면서도 같다. 아니, 서로 닮았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이기에 힘든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고, 로랑스 드빌레르는 자연이기에 자연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듯 사람도 그렇게 사는 것이 괜찮지 않을까 조심스레 되묻고 있다. 인간이 인간이기 때문에 자연처럼 살아도 되고, 쇼펜하우어처럼 (고생도 사서한다고), 스스로 힘듦을 자처하면서 살아도 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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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운 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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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살아내고 있는가, 버티고 있는가.

 

  인류가 추구했던 물질 만능 시대에는 인간에게 물질이 될 것을 강요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생존의 가치를 찾으려는 젊은이들에게 좌절과 억압, 공포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4/117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출근길 고속도로에 꽉 막힌 차들. 줄지어 서있는 차들을 보면서 이렇게 기름값, 톨비를 다 지불하고 힘은 힘대로 들고, 운전에 필요한 모든 감각을 사용해 출근을 한들 나에게 있어서 인생은 무엇일까. 저기압일 때는 고기앞으로 가라는 말과는 다르게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지 않았다. 커피만 주구장창 마셔댔다. 속은 부대끼고 심할 때는 먹었던 모든 것을 게워내기도 했다. 꺽꺽 대며 변기를 부여잡은 나의 눈에는 이유를 모를 눈물이 흘렀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누군가의 행동이 이해가 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그럼에도 일은 해야하기에 이해하고자 시도한 내가 참고 참다 터지면 "조용히 참고 갑시다"라는 말을 듣곤 했다.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 생각하지만 당사자도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업체에 뭐라고 해야할까. 머릿속이 하얘졌다. 

 

현대의 우울함이 두려운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특별한 증세를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이다. 우울의 덫에 빠져도 육체적으로는 힘든 일이 없다. 13/117 

 

  한 번 시작하면 쉽게 멈추지 않는 딸국질처럼, 나는 우울함이라는 세계에 갖혀 살았다. 왜 내가 힘들어야 하지 라는 생각이 들면 힘들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찾아 나섰다. 폴란드에서 태어났지만 독일의 철학자인 쇼펜하우어가 말했다. "당신은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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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와 I, 성격의 괴리

  나는 사람들과 섞여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공존과 자유는 서로 구속되어 있지만 그 반대이기도 하다. 파워 E라 불리는 나는, 사실 'I'(극내향형) 이였다. 사람들 속에서 그들에게 내 영혼을 뺏기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휴식이 필요했다. 그런데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에 네, 그렇게 해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와 같은 끝도 없이 "예스"를 외쳐댔다. 점점 더 나는 구렁텅이로 빠져들었다. 

 

  이 세상에 있고 싶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점이다. 쓸데없는 말로 그것이 나의 존재라고 설득당 하고 싶지 않다. 9/117

 

  사람들은 그런 내 속도 모르고 끝도 없이 부탁해댔다. 한국에서 유행이라는 장녀병에, 예스맨 병에, 착한 증후군에 겉을 보기엔 좋은게 좋다는 누군가의 말이 내 뇌리에 제대로 박혀버렸는지 빠지지도 않았다. 

 

세상은 내가 틀렸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세상이야 말로 내 눈엔 전부 실수와 오류투성이다.  (중략)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내면의 질서다. 11/117

 

내가 스스로 NO라고 말하기까지 최소 6개월, 길게 보면 1년까지도 걸린 듯 싶다. 디데이를 세보지는 않았으나 내 스스로를 다독이는 과정에서 나는 또 변기를 부여잡아야 했고 주말에는 내리 잠을 자곤 했다. 지금은 그래도 괜찮아졌다. 

 

판단은 스스로 사색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제시된 의견을 비판하고 보완하고,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이야말로 사색이라는 직관적 표상의 완성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6/117

 

  자기 자신이 하찮게 느껴질 때 인간은 뭔가 반성할만한 건수가 없는지 두리번 거린다. (중략) 반성하고 있다는 것은, 자신을 한심스럽게 여기고 있으며, 타인을 증오하는 중이고, 영혼과 육신에 휴식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3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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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사치, 정직의 모순.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은 어쩌면 나로 인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그냥 그 뿐, 환경에 적응하여 조용히 살아가던지 아니면 새로운 것을 찾아서 현재를 발로 차고 도전을 하던지 그건 본인만이 할 수 있다.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오늘은 잠을 못자서 피곤해

오늘은 쟤 왜 저래

정말 말을 못알아먹네 

미쳤나봐

 

  이런 말들이 생각난다고 해서 내뱉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은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와 같은 키워드를 들었을 때, 책의 끝장을 덮고 나와 연결시켜 생각했을 때 나에게 나온 결론이다. 

 

나에 대한 모략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당연히 불쾌하다. 하지만 내게는 용기가 없다. 그리고 저 사람들에게는 용기가 있다. 나의 패배는 거의 확정적이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용기라면 내 쪽에서 거절하겠다. 112/117

 

나는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계속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생존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고난으로서 나에게 사치로 보일 수도 있다.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본다면 아마도 "쓸데없는 일을 했구나" 생각하겠지. 그럼에도 나는 과거와 사람들의 편견에 대항해보려고 한다.  왜냐면 나는, 인생이 자연을 벗삼아 살 수도 있고 인생에 대항해 사람들의 편견 속에서도 정직하게 내가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행동할테니. 내 삶은 나의 것이지, 너의 것이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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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크

인간의 나약한 정신은 힘들게 자신의 이해와 통찰을 동원하기보다는 타인을 떨어뜨린 몇마디 말을 잽싸게 주워 담아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몰래 삼킨 후 배설하기를 즐겨한다. 26/117

 

판단과 권위를 혼동하지 말라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난제와 부딛혔을 때 권위를 따르면서도 의기양양하게 스스로 판단한 것처럼 착각에 빠지곤 한다. 26/117 

 

행복을 포기하는 것은 위선도 아니고 절망도 아니다.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30/117

 

그들에게 우정은 의무가 아닌 편의이기 때문이다. 41/117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그러니 후회하지 않는다고, 너를 미워하지도 않는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43/117

 

상대방의 시선으로 나를 보기 때문이다. 내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나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자의식이 결여되었다는 것은 나와 나의 관계가 온전히 성립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나와 나의 관계도 온전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온전해지기를 바란다는 것은 욕심이며, 허영이며, 교만이다. 46/117 

 

(중략) 왜냐햐면, 너의 모든 지성, 너의 모든 사고의 능력이 너를 구원해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중략) 49/117

 

자기 나이를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은 그 나이에 겪을 수 있는 모든 불행을 만나게 된다. 78/117

 

인간은 더 이상 원석을 사랑하지 않는다. 이 돌이 무거운 의무라도 되는 것처럼 어떻게 해서든 멀리 던져버릴 기회만 찾고 있다. (중략) 인간은 비겁해졌다. 많은 것을 소유할 수 있게 된 만큼 인간은 비겁해졌다. 83/117

 

타인이 자신의 도덕적 개념을 들먹이며 나의 행동을 판단하는 것은 권리에 대한 남용이다. 그런 행위야 말로 비도덕의 핵심이다. 112/117 p

 

- 끝 - 

 

 

나는 삶을 적대하려는 것이 아니다. 삶을 관통하는, 아니 지배하는 이 거대한 진리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칠 뿐이다.

쇼펜하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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