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이유/독서 그리고 책.

#90번째 독서리뷰. 소설 <못 먹는 남자>, 정해연 지음.

올라씨 Elena._. 2023. 10. 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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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보인다. " 

 

못 먹는 남자. 

정해연 지음

 

 
못 먹는 남자
제영은 어느 날부터 타인의 죽음을 보게 된다. 조건은 음식을 먹는 것. 자신이 보는 게 단순한 환각이 아님을 알게 된 제영은 사람을 살려보겠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그 결과 죽음의 법칙 두 가지를 알아낸다. 첫 번째, 죽음이 보이는 건 얼굴을 아는 사람뿐이다. 두 번째, 생의 운명은 바꿔도 사의 운명은 바꿀 수 없다. 법칙에 가로막힌 제영은 구하고자 했던 사람 중 누구도 구할 수 없었다. 죽음의 적나라한 순간들을 보는 것도 고통이었다. 결국 오로지 죽음을 보지 않기 위해 먹는 빈도를 줄였고, 자신이 볼 죽음의 수를 줄이기 위해 아는 얼굴을 늘리지 않으려 애썼다. 열악한 환경에 고립되고 메말라가면서도 살고 싶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살았다. 그러던 중 죽었어야 할 사람 대신 다른 사람이 죽는 상황을 여러 번 겪은 제영은 죽음을 그만 보겠다는 일념으로 예외들을 추적했다. 이 상황의 끝에 있던 것은 제영과 같이 타인의 운명을 보는 능력으로 죽음을 중개하는 자, ‘중개인’이었다.
저자
정해연
출판
엘릭시르
출판일
2023.08.11

 

 

  무언가 먹으면 누군가의 죽음을 보기에, 자의적으로 먹는 것을 피함으로써 삐쩍 말라 응급실의 VIP가 된 민제영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요즘 이유없이 살이 빠지기 시작하는 시점에 본 책이었다. 타인의 죽음을 보기 때문에 스스로 먹는 걸 금지한 남자, 그리고 스트레스가 하나의 이유겠지만 먹을 의지조차 없는 나. 둘의 차이가 궁금했다. 의지가 없는 나, 그리고 먹고 싶지만 먹지 않는 그. 

 

'희한한 일'이 공포로 변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헛것들이. 헛것이어야만 하는 것들이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10/146p

 

  소설이 소설로 남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혹여 현실로 일어난다고 해도 그것이 소설에서 일어날 법이라는 수식어구를 달아 사회적으로 자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똥이 더러워서 피한다는 말처럼, 동네에서도 알아주는 괴팍한 노인 조철옥은 그에게 불편함을 주는 경비원으로부터 살해당한다. 게다가 민제영이 일하는 회사의 대표는 성적인 농담을 일삼거나 직원의 외모를 가지고 평가 절하하고, 자신을 치켜 세우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그런 대표가 어딘가 투자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주인공의 시점은, 그런 상황을 설명하는 화자(민제영)의 입장은 눈에 선할 정도로 표현이 잘 되어 있어 몰입감이 있었다. 후후룩 읽혔다는 말이다. 

 

'이런 삶이더라도, 나는 살고 싶다' 19/146 p

 

같은 죽음을 보는 '중개인'이 있는데, 그는 먹는다. 누군가의 죽음을 타인의 죽음으로 막아 돈을 벌어 비지니스로 활용하는 중개인. 그는 민제영을 만난 후 비지니스를 함께하자고 제안하지만, 민제영은 거절한다. 

 

 <못먹는 남자>를 읽으면서 이 시점에 나는, 민제영이 중개인의 비지니스에 함께 하길 원했다. 소설이니까. 목숨을 가지고 노는 것이라 볼 수 있지만 자신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기회일 수도 있으니. 하지만 민제영은 중개인의 협업요청을 따르지 않았다. 

 

  죽음을 소재로 다룬 이 소설은 답답한 현실에 가슴을 잡는 이들을 위한 쓰여졌다. 드라마 <유괴의 날>을 보고 책을 보려고 알아보던 중 같은 작가가 쓴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으니 <유괴의 날>도 보러(읽으러) 가야겠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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