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개의 북마크.
분명히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읽을수록 점점 마음이 무거워졌다. 할 말을 하는게 이렇게 어려운 거였나. 그리고 한 편으로는 나아가야 할 방향이 생겨서 내심 안심이 되었다. "나를 아프게 했던 댓글에 성장의 힌트가 있었다"고 말한 작가의 말처럼 일상을 되돌아 생각해보건데 내 기억 속 남아있는 불쾌한 감정들과는 다르게 그 곳엔 항상 "배움"이 존재했다.
기억에 남은 글귀가 몇 개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38개였다. 할 말을 하기 위한 나의 준비 과정은 38개라는 말이다. 벅차기도 했다.
내 스스로 깎아내리는 말 하지 않기 & 남의 말에 신경쓰지 않기
작가가 말했다. 20대의 나는 자신을 판단하는 데 유독 엄격했다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20대 뿐만 아니라 얼마전 까지만 해도 회사일에 엄격하니 내 스스로에게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바른생활인으로 지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유독 (엘지유플러스 광고가 생각나지만) 워커홀릭이어서 야근이라면 '저요' 라고 외치는 나였으니, 야근하는게 안쓰럽다는 동료들의 말이 귓 등으로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워커홀릭이고, 열일하며, 야근은 서슴치 않고, 누군가에게도 어깨를 굽히지 않을 정도로 떳떳하게 일하는 사람이다.
그 와중에 나를 혼란에 빠트리는 함정이 있었으니, '가스라이팅'과 '내 스스로 깎아먹기'가 그 것이었다. 나를 깎아내리는 것은 결코에게 나에게 좋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한채 남이 얘기하면 '네, 그렇죠'., "해드릴게요" 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잘 몰라요', '제가 그렇죠' 라고도 말했다.
어디엔가, 누군가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무조건 직장인은 예스맨이 되어야 한다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뭐? 예스만 하면 세상이 달라졌던가?
내 스스로도, 남에게도, 돌려 까기.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쓸 때 머리를 가장 골치아프게 하는건 바로 나의 장단점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업무를 어떻게 진행했냐 와 같은 업무에 대한 부분은 오히려 쉬웠다. 뻔히 보이는 내 장점과 단점을 어떻게 보기 좋게 꾸미느냐하는 게 내 이력서 작성에 가장 큰 시간을 들이는 것이었고 매번 답을 찾지 못해 나는 내 머리를 쥐어뜯어야 했다.
책에서 굉장히 좋은 예시를 들어주고 있다. 자소서에 '예민한 것이 단점이라고' 작성하기보다, '섬세함으로 인해 남들은 잘 못 느끼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라던지, '남들보다 느리다는 단점'보다는 '신중한 편이나 협업을 할 땐 남들의 속도보다 떨어져 답답할 때가 있다.' 등등. 예민한 것이 항상, 언제나, 매순간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고 구체적인 상황일 때 그러하다고 한정지어 "항상" 답답하고 예민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매우 좋은 작성 꿀팁)
티키타카 하기
아직도 영혼의 단짝을 찾지 못한 나는, 마음이 닿아 항상 수다를 떨 수 있는 친구가 없다. 대화를 하다가 상대방의 끝도 없는 신세한탄에 잘 지치고 대화의 코드가 맞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티키타카는 tiqui-taca(탁구공이 왔다갔다 한다는 의미의 스페인어)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탁구와 같이 대화가 재미있게 왔다갔다하며 이어지는 대화의 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자세히, 구체적으로 말하기
버정, 버카, 베라 등 단축어가 매우 많고 우후죽순 생겨나 따라잡기가 어렵다. 언제부턴가 이해하는 걸 포기도 했다. 누군가 "웃기네"라는 말을 했을때 어감이 좋지 않았는데 대화의 정황상 상대방은 너무 웃기다는 말을 저렇게 한 것으로 보여졌다. 하지만 내 행동이나 말투에서 빈정거리는 느낌의 '웃기네'는 그렇게 좋은 대화 방법이 아니다. 나에게는 동일한 언어라도 표현 방식에 있어 예민함이 있으므로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는 못한다.
'웃기다'라고 표현할 때는 웃겨, 웃겨죽겠네 라는 짧은 단어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이 '재밌는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공감을 유도하는 큰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너무 웃어서 눈물이 고였다' 와 같이.
마찬가지로 "감동이야"라고 말하기보다, "감동해서 코 끝이 찡해진다" 라고 표현하면 어떤 느낌으로 가슴에 와닿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서 대화의 맥이 끊기지 않는다.
말을 예쁘게 한다는 것.
말을 예쁘게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생각해왔는데 이 책을 통해 그 느낌을 알았다. 대화 예쁨이나 기술은 시각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마음에 살며시 다가가 마음에 부드럽게 앉아있을 수 있어야 하고, 나비처럼 어느샌가 가볍게 날아올라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가볍고도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되어 기쁘다. (마음이 따뜻하다)
<말을 제일 잘하는 사람은 논리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라고 희렌최가 밝힌 바 있듯, 친구나 주변의 어른들보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더 친근함을 느꼈던게 이런 이유 아니었을까. 항상 불편한 순간에 바른말 올바른 말로 상대방을 휘어잡아야지 생각했던 내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어쩌면 말을 잘하는 기술이 아니라 잘 듣는 기술을 말해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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