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librosR 1112

#66. 6일간의 행복한 기억. <스즈메의 문단속>

올라씨 Elena._. 2023. 4. 1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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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일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게 더 좋아.

  질풍 노도의 시기도 아니고 한 살, 두 살씩 해가 지날수록 더 성숙해진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마음이 나이는 잊고 불안감에 초조해져버리거나,  귀에서는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린다. '이명'이다. 계속 신경쓸 때는 없어질 것 같지 않던 이명이 어느새 사라진 것을 목격한 나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하고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베스트 셀러에 오른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그리고 영화에서 어느 순간엔가 예고편을 틀어주었을 때 나는 무덤덤했다. 그러다 읽을 책을 고르는 내 눈에 자꾸만 가시처럼 걸리는 제목이 있었다. <스즈메의 문단속> 이었다. 

  지구는 온난화에, 전세계적으로 미국에서는 토네이도가 기승을 부리고 한국에서는 온갖 화재가 난무해 자연 재해의 무서움을 느끼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샌가 마음은 울적해져있다. 회사에서의 불편한 감정은 "불편한 편의점"을 한참 벗어나 이겨낼 수 없는 난관 속으로 나를 안내하는 듯 한 느낌이 들어 우울했다. 

갑판 한가운데 거센 바닷바람을 받으며 새끼 고양이와 어린이용 의자가 2미터 거리를 두고 서로 노려보고 있었다. 현실인지, 아이나 꾸는 악몽인지 종잡을 수 없어 문득 현기증을 느꼈다.

  부드러우면서도 일상 속에 있는 느낌 그대로 설명한 소설은, 내가 소설 속 관여자가 아닌 채로, 관찰자로서 역할을 주고 자연스럽게 소설에 녹아들 수 있게끔 설명되어 있다. 스트레스 받을 때는 명상을 통해 그냥 단순히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리고 마음이 평안해지니까. 

누군가의 실수로 당연히 끝났어야 할 악몽을 여전히 꾸고 있는 듯한, 하릴없는 불안과 공포가 끓어올랐다. 버려진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진흙에 묻혀 기울어진 지붕의 형태와 불가사의하게 똑바로 서 있는 담과 아무것도 비추지 않은 시커먼 창 유리에 둘러싸여있다. 눈꼬리에 매달려 있던 눈물이 툭 떨어지자 ~ 
....... 아뢰옵기도 송구한 히미즈의 신이시여.
그 사람의 집 냄새가 난다. 루미라고 자신을 밝힌 이 사람의 차에는 밤의 가로등같은 어른스러운 향수와 갓 구워낸 과자의 달콤하면서도 정겨운 냄새가 살짝 감돌았다.
그 질문에 번뜩 어떤 광경이 떠올랐다. 눈 내리는 밤, 차가운 진창을 혼자 걷는 모습. 눈이 쌓인 잔해 속에 문이 똑바로 서 있는 모습. 어린 손으로 손잡이를 미는 모습.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테면 갑자기 다리가 하나 없는 발 세 개 달린 의자로 변한다던가, 미미즈의 기운에 휩싸여 소용 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간다던가, 미미즈(요석)이 없는 채로 문짝이 흔들린다던가 이런 내용들은 사실 현실성은 없지만 그렇기에 소설에 대한 낭만을 가질 수 있고 부담을 갖지 않은 채 관찰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이 책은  술술 읽힌다. 

   누군가 마법같은 일이고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해도, 우리에게는 이러한 부드럽지만 자연스럽고 고요한 일상을 필요로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서 일어난 최악의 지진 피해로 인해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꿈에서라도 대형 재난을, 인간의 삶을 송두리채 뺏어가는 자연의 힘을 소설에서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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