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이유/독서 그리고 책.

#69. 일상 속에 스며든 공포의 이야기. 스티븐킹의 단편선 <옥수수밭의 아이들, 금연주식회사 외>

올라씨 Elena._. 2023. 5. 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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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일상 속에 스며든 공포의 이야기. 스티븐킹의 단편선 <옥수수밭의 아이들, 금연주식회사 외>

    스티븐 킹의 <옥수수밭 아이들 외>는 단편 소설집으로 짤막한 이야기들을 모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지금의 기분 상태는 이상하다. 일상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지도 않았고 똑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인데 나도 모르는 공포감에 몸서리쳐지는 기분이랄까. 공포심이라고 뚜렷하게 말하긴 어려운 부분이 있으니 꺼름칙하다고 할까. 잘 모르겠다. 어떤 단어가 적합한지 생각나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도 무서운 이야기는 실제로 일어나고, 그 이야기 속에서 나는 지금 살고 있다.

  비가 오는 날에는 기분이 울적하고, 사람들에 치여 내 시간을 허비하지 못하는 날에는 허무함에 무섭고,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 이상하게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 때, 피드백을 해줬는데 안해준 것처럼 모른척하고 다시 물어보거나 재차 확인하지 않고 다시 물어볼 때와 같이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소름끼치게 이상한 일들. 한 둘도 아닌데다가 어느순간에는 무한정 늘어나 내가 피드백을 하지 않았다고 연락이 오면, '내가 정말 피드백을 안했나?'라는 생각으로 내 시간을 버리고 내 감정도 모소하게 만드는 일.  모두 스티븐킹의 말이 떠오른다. "두려움은 우리를 눈 멀게 하는 감정이다. ...  우리는 우리를 눈멀게 하는 감정. 사고력을 서서히 갉아먹는 감정을 느낀다. " 

  타이밍이 좋았을지 모르지만 이 책은 그렇다. 실제로 귀신이 나오지는 않지만 귀신이 물건에 씌이거나 사람에게 갔을수도 있는 상태의 으스스하며 스산한 이야기들의 단편집. 

<옥수수밭의아이들>은 새삼 괴물로부터 만들어진 세상에서 어린 아이들이 벌레 하나 없는 깨끗한 옥수수 밭을 지키는 이야기이고 <금연주식회사>는 쉽게 금연 욕구를 가지지 못하는 자들에게 섬뜩함을 전해준다.  "담배로 목숨을 재촉하지 마세요!  ... 사람들이 (금연을 하겠다는) 말을 할 때마다  5센트씩만 모았어도 벌써 부자가 되었을 겁니다. 잘 새겨두세요. 모리슨씨."

 두 가지 소설을 비롯해 기억에 남는 단편은 이렇다. 

- 철야 근무 : 쥐. 그리고 사람. 욕심과 꼰대질이 부르는 결말.
- 맹글러 : 기계는 영혼이 있을까? 없을까? 
- 회색 물질 : 어쩌면 과도한 욕심으로 인해 변해버린.. 
- 정원사 : 징그럽고, 다시 읽기 싫은 소설
- 사다리의 마지막 단 : 아련하지만 묵직한 여운 (아름답지 않은) 이 남는 남매의 이야기 

  특별한 직업없이 살아온 스티븐 킹은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글이란 바로 그렇게 씌여지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없다. 단 하나도." 직업이 없이 살아왔다는 건 이 것 저 것 안해본 일이 없다는 것이고 그러한 일용직의 삶에서 따온 소설의 실마리들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많은 구독자와 광팬을 가지고 있다. 

  어렸을 적의 나는 무서운 꿈을 꾼 적이 있고 요즘엔 꾸지 않는 날이 많다. 어릴 때는 꿈 속에 무엇인가 나왔고 그것이 귀신은 아니었으며 버스안에서 잠깐 잠들었을 때 가위에 눌렸지만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지는 않았다. 그것이 내 안의 무엇인가가 나에게 스스로를 알라며 표현한 것일지라도 그런 나의 느낌이 오히려 공포가 되어 나를 옥죄어올 때가 있었다. 그런 느낌이다.  

  곡성보다 약하지만 불쾌한 잔잔함이 오래가는 소설들. 감동적인 소설(스즈메의 문단속 등) 들을 보다가, 어느 순간 읽게된 스티븐킹 소설이 지금의 나에게는 잘 맞지 않는 느낌이다. 멋진 신세계와 같은 찝찝함이랄까. 일상 속에 가진 찝찝함을 선사하기 위해 이 소설들을 쓴거라면 성공의 박수를 보낸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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