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이유/독서 그리고 책.

#64.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읽고.

올라씨 Elena._. 2023. 3. 2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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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적 세계관에 대한 상상

  아, 뭐랄까. 이 책이 1932년에 써졌다는 사실을 알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탄성이 나왔다. 지금에서야 AI, 가상현실에 대한 개발과 현실적으로 조금씩 반영되어 디스토피아라고 말하는 이상적인 세상에 한 발자국 다가섰나 했는데 이미 그런 이상향의 나라를, 아니 국가를 소설로 써내려간 내용이라니. 매우 흥미로웠다. 

  '유토피아'의 줄거리.

  우선, 유토피아 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완전한 사회를 말한다. 영국의 사상가 '토머스 모어'로부터 처음 생긴 단어이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내용은 이렇다.   '토마스 모어'와 '올더스 헉슬리'의 유토피아 세계관은 기본적으로 같다. 

   이 섬에는 10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주민들은 가족 단위로 편성되는데, 50가구가 모여서 하나의 집단을 이루고 '시포그란트'를 선출한다. 이 시포그란트들이 모여 '평의회'를 이루고 네 후보 가운데 하나를 '왕'으로 선출한다. 일단 임금으로 선출되면 평생 자리를 지킬 수 있지만, 만일 전제 군주가 되면 퇴위를 당할 수도 있다. 전쟁에 대비하여 이 섬나라는 '자폴렛'이라는 용병을 두고 있다. 그 병사들은 전투 중에 적들과 함께 죽게 되어있기 때문에 군사 독재는 생겨나지 않는다.

  유토피아 섬에는 화폐가 없다. 주민들은 각자 시장에 가서 자기가 필요로 하는 만큼 물건을 가져다 쓰면 된다. 집들은 모두 똑같고 문에는 자물쇠가 없다. 주민들은 누구나 타성에 젖지 않도록 10년마다 이사를 하도록 되어 있다.

  누구나 일을 하기 때문에 하루 노동 시간을 여섯 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 무료 시장에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누구에게나 2년 농사를 지을 의무가 있다. 간통을 하거나 섬에서 탈출하려고 기도한 자는 자유인의 권리를 잃고 '노예'가 된다. 그렇게 되면 그는 일을 훨씬 더 많이 해야 하고 같은 시민이었던 옛 동료들에게 복종하여야 한다.

  유토피아에서는 하루에 총 6시간 일을 한다. 먼저 3시간 일을 하고 식당에서 점심밥을 먹은 다음, 다시 3시간 일을 한다. 일을 한 다음에는 문화센터에 가서 자신에게 맞는 맞춤 강좌를 듣는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줄거리. 

   줄거리라고 하면 인터넷에 찾아보면 많이 나오겠지만, 나중의 내 기억을 위해서라도 적어둬야 할 것 같다.  여성의 자궁에서 태어나지 않는 인간들의 세계. 인공 부화기에서 태어난 5종류(알파 ~ 앱실론) 계급의 사람들은 정해진 일만 하고 필요한 것은 세계정부로부터 배급받으며 살아간다.그들은 생활하면서  '소마'라는 약을 주기적으로 처방받는다. 이 약은  촉감영화와 같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오만가지의 욕구를 채울 수 있게 하는 마약(의 일종)과 같은 기능을 한다.  

위키백과, 멋진 신세계 검색

  책에서, '소마'의 배급을 통해 욕구를 충족하고 정해진 일을 하며 규칙적인 삶들을 보내는 이들을 <문명인>이라 하고 현재의 인간과 같이 자연 속에서 살아가며 여성의 자궁속에서 태어나 자라는 사람들을 <야만인>이라 부른다.

 " 행복하고, 열심히 일하고, 제품들을 소비하는 시민으로서의 그는 완벽합니다." 라고 표현하듯이 책 속에서의 <문명인>은 부러울 것 없이 삶을 소비하며 살아가는데 사실 그것은 정권의 계획의 일종이며, <야만인>을 배척하는 것 또한 어렸을 때부터 잠결에 들어온 강제적인 목소리 때문이다. 

  <문명인>의 세계에서 정해진 틀 속에서 하루를 살아내는 것에 대한 반감을 가진 '페이크 주인공'의 계략으로 문명 세계인 유토피아는 위기를 겪게 되고 그 와중에서 <문명>의 삶을 지켜내려는 자와 <문명을 반대>하는 자의 반란이 일어나지만 2개의 종족 모두 행복에 닿진 않은 상태로 소설을 끝을 맺는다.  

유토피아 세계관에 대한 나의 기대 

   규칙적인 삶, 그리고 돈을 걱정하지 않으면서도 평화롭게 살 수 있는 하루하루를 고대했던 나에게는 유토피아 세계(관)을 향한 미련이 있었다. 생산성 위주의 삶을 통해 효율을 극대화하고 정해진 틀 안에서 살아가는 것을 안정으로 생각하는 나에게는 어쩌면 유토피아는 인생의 목표였을지 모른다. 그런 유토피아를 생각한 나만의 세상이 있었는데... 이 책을 보고 나는  유토피아에 대한 기대와 미련을 버리게 되었다. 

  모든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을 위해서 일합니다. 우리는 누구 하나라도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앱실론까지도 쓸모가 있습니다. 우리는 앱실론들이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책 중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정해진 삶이란 재미없지 않은가. 사주를 보고 답답한 마음에 소리를 질러버리더라도 누군가의 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간접적인 삶이라면 인간의 본성과 스스로를 지켜낼 힘 조차도 없는 까닭에.

나의 꿈, 유토피아.

  <멋진 신세계>를 읽은 후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정말 멋진 신세계라는게 있을까 싶기도 하고, 몸이 좋지 않아 방문한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으며 이것이 '소마'가 아닐까. 나의 통증과 불편함을 줄어주어 평안하고도 안정적인 생활로 나를 안내하는 존재. 웃음이 피식- 하고 쏟아졌다. 

  브런치에서 후기를 남긴 어떤 분은 초반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했는데, 나의 경우는 반대였다.  가끔은 FM이라 너무 답답하다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내가 추구했던 이상은 "유토피아"였으니까. 

  그런데 책을 읽고 난 나의 기분은 새삼 다르다. 아니, 많이 달라졌다. 정해진 틀에서 사는 것은 재미없고 나는 행동하면서 경험하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얻는데 그런 나만의 쾌락을 없애버리는 유토피아는 흥미가 떨어지는 것이다. 

  책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이렇게 잘난 체 하는 태도. 그리고 그렇지 않을 때의 맥 빠진 자아 연민의 폭발 따위." 근데 가끔은 사람은 잘난 체 하거나 불쌍한 척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이야 감정의 동물이고 원하는데로 표현하면서 살아도 되는 동물이니까.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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