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이유/독서 그리고 책.

#77번째 독서리뷰, "개는 개고, 사람은 사람이다"

올라씨 Elena._. 2023. 7. 10. 11:31
반응형
 
개는 개고 사람은 사람이다
대한민국 1호 반려견심리전문가 이웅종 소장의 반려견 지침서『개는 개고 사람은 사람이다』. 반려견 훈련사로 27년, 개와 함께 40년을 넘게 보낸 베테랑 훈련사 이웅종이 반려인이라면 늘 맞닥뜨리는 다양한 문제들을 함께 생각하고 고민함으로써, 사람과 개가 행복하게 동거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개를 키우며 겪게 되는 모든 문제의 100%는 인간의 자기중심적인 태도에서 발생하는 셈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같이 살기 위해서는 서로 간에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람은 사람의 공간 안에 개를 들여놓았기에 같이 생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타협이 필요하고, 개는 사람의 공간 안에 들어간 것이기에 그 공간 안에서 사람과 공동생활을 할 수 있는 규칙을 이해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훈련’이고 ‘교육’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명백히 인간과 다른 종으로서 개를 바라보고, 인간의 공간에 함께 살아야 하는 불완전한 존재로 이해할 때, 반려견을 더 알고 제대로 사랑할 수 있으며 개와 사람이 오래도록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개가 개로서 온전히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사람이 만들어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개는 불행해지고 그 개와 함께 살아야 하는 사람도 힘들어진다고 이야기하면서 반려견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반려견을 제대로 사랑하고 제대로 키울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저자
이웅종
출판
쌤앤파커스
출판일
2017.08.04

개들이 사는 공간은 인간의 공간이다. 지극히 인간을 위한 공간 안에서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는 결정적인 문제의 시작점이다. - 책 소개글 - 

지음 이웅종

발행일 2017년 8월 4일 

출판사 쌤앤파커스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퇴근 후 강아지와 인사를 하고 있는데 똥꼬스키를 하는게 아닌가? SNS를 통해 똥꼬스키를 했을 때만 해도 귀엽네 하고 넘겼던 나였다. 내 강아지가 똥꼬스키라니, 귀엽기보다는 무서워졌다. 얘가 왜 이럴까 하고.

  처음 입양을 결정했을 때 나는 유기견을 임시보호 중이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생각보다 뿌듯함을 느꼈으며 이 강아지와 함께 행복하고 후회없는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 덕분인지 입양을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다. 막상 입양을 하고 나니 사야 할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정기적으로 사야 하는 건 사료, 배변패드 뿐만 아니라 소리 나는 장난감, 가끔 병원 다녀오거나 중성화 수술을 앞둔 날에는 강아지 죽을 만들 시간이 안되면 영양죽도 미리 사놓아야 했다. 

기를 만한 사람의 조건은 사회 경제적인 기준이 아니다. 바로 '에너지'다. 90/127 p

  입양 후에는 몇 주가 지나지 않아 체력의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어렵지만 공을 갖고 놀아주는 것과 매일 이어지는 산책은 회사일이 끝나고 쉼이 필요한 나에게 강제적인 하루의 일과였다. 어떤 날은 퇴근 후 거실에 눌러앉아 강아지를 안고 울기도 했다. 미안함과 죄책감 때문이었다. 

  입양을 결정하기 전까지 파양의 이유들과 나는 그런 경우가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했는데, 막상 입양을 하고 보니 그들의 입장이 이해되었다. 체력이 좋지도 않은 나에게 입양은 무리였던건가. 싶은 생각으로 자괴감에 빠져 우울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행복한 것은 힘듦과 죄책감, 똥꼬스키, 산책 중 우다다 등을 경험하면서도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인데, 나의 행복감과는 다르게 내 강아지는 행복할까 하는 고민에는 쉽사리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반려견에 대한 책, <무엇이 개를 힘들게하는가> ,   <당신의 몸짓은 개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된다>, <내 강아지 마음상담소>를 읽은 것만으로도 내 고민이 충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TV동물농장’ 국민 강아지 아빠, ‘대한민국 1호 반려견심리전문가’
이웅종 소장의 개와 인간을 위한 공존의 생태학!

  사실 이 책을 읽은 건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함이 아니라 나의 또다른 죄책감을 떨치고 싶었던 탓이 크다. 야생에서 무리를 지어 살아야 할 그들이 사람과 함께 살면서 얻는 갖가지 질병이 스트레스에서 기인한 것으로 나는 알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유기된 강아지를 입양해서 키우는 것에 대한 자위적인 심산이었을지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위안이 되었던 것은 내가 생각했던 강아지의 지위. 그러니까 사람들 속에서 살아야 할 강아지의 예의랄까, 사람 속에서 손가락질 받고 살아야 할 이유를 현실적이고도 강하게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 소개에서도 언급하는 '공존'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싶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훈련을 통해 사람과 약속한 곳에서 배변하고, 밤이면 짖지 않고 잠자리에 들며, 주인이 어딘가로 나갈 때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불안해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중략), 38/127 p

   배변 패드에는 볼 일을 잘 보다가, 어느 순간 기분이 좋지 않을 땐 거실에 싸고 우다다를 가장한 짜증을 부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꿋꿋했다. 화장실에서 볼 일을 봐야한다는 사람과의 공존 속에서 지켜야 할 룰을 가르쳐야 할 숙명이, 나에게, 있었기에. 

반려견으로서의 대형견은 '개'이지만, 흥분 상태에서의 대형견은 '야수' 보는 것이 맞다. 88 /127 p  생후 한 살이 되기 전까지는 가급적 개를 혼자 있게 하지 말고, 자신이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애정을 쏟아야 한다. 58/127 p

  3개월에 입양했으니 지금은 10개월 차다. 아니 11개월 차다. 중형견인지 생각도 못했는데 믹스견이라는 말을 듣고 입양해보니 쑥쑥 커서 지금은 대형견으로 오해받는 중형견이 되었다. 가끔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면서 얼굴을 찡그릴 때면 나도 무섭다. 주양육자인 내가 무서운데 산책 중 보는 사람들은 내 강아지가 얼마나 무서울까. 화를 내고 얼굴을 찡그리며 이빨을 보여줄 때면 그는 야수가 맞다. 물리면서도 가벽을 들고 강아지와 대치하는 내 마음은 이웅종 소장의 생각과 맞닿아있다. 

  결혼이나 입양을 통해 인간의 아이(?)를 키워본 적 없는 내 입장으로선 소중한 생명체를 내가 가르치고 키운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어려운 결정을 하고, 가끔은 출근이 정말 싫은 날이 와서 택시를 타고 출근 시간에 딱 맞춰 출근하는 나의 생활에 의지할 수 있는 책을 만난 느낌이다. 

  책을 읽어보니 강형욱 소장과 이웅종 소장의 컬러(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강형욱 소장은 부드러운 카리스마, 이웅종 소장은 단호박 같은 카리스마. 하지만 두 사람이 갖고 있는 강아지에 대한 애정은 우위를 가릴 수 없다. 그들이 나오는 영상 뿐만 아니라  책 속에서 그들의 애정을 볼 수 있기에 반려견과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그들의 책을 읽어보았으면 한다. fin.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