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이유/독서 그리고 책.

#57. [도서 리뷰]내 강아지 마음 상담소 강형욱 지음.

올라씨 Elena._. 2023. 2. 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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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 마음에 대한 소소한 질문들' 이라는 소제목이 마음에 끌렸다. 강아지와 보내는 시간에 한계는 분명히 있었고, 거기서 오는 불안감도 있었다. 어디 아픈덴 없을까. 불편한 곳은 없을까. 잘 지내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잘 지내고 있겠지'라는 생각보다 앞질러 가다보니 불편하지 않게, 그래도 이왕 같이 사는거 하나의 생명체라고 모른척 지내고 싶진 않았다.

  반려동물에 대한 책들의 리뷰는 여기로 (#53. 당신의 몸짓은 개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블로그에 남긴 후기 외에도, 몇 개의 책을 더 읽었는데 이 후기는 기회가 되면 쓰도록 하고, 오늘은 강형욱 훈련사의 "내강아지 마음 상담소"에 대한 내용을 간략이 적어보려고 한다. 

  강아지 중성화, 그리고 통증과 같이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질문 외에 강아지와 생활하면서 생기는 간단한 질문들을 답변 형식으로 꾸려놓아서 쉽게 훑어 보고 상황에 맞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내 강아지 마음 상담소>의 가장 큰 장점이다.

 

 

  많고 많은 반려동물 훈련사 중, 강형욱 훈련사의 이야기는 줄 곧 챙겨보고 있다. 개 번식장을 꾸린 아버지와 생활을 같이 해서 였던게 아니라, 그 생활동안 강아지의 본능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고 유년기에 강아지와 함께 보냈던 시기일 때 쉽게 결정하지 못했을 '강아지 훈련사'라는 직업을 택한 그의 결정에 박수를 보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잘못된 방식으로의 훈육을 가르치고 '주인이 주인이 되어야한다', '서열을 제대로 세겨주어야 강아지가 입질을 하지 않는다', '잘못하면 콧잔등을 때려라', 와 같은 논조의 글들도 많이 읽어보았지만 나에게는 찡그리는 기억만 남아있다. 강아지의 본능을 이해하고, 억압된 인간 생활에서 잘 어울려 살게 하는 훈련사의 본심이, TV에서도 잘 나타났고 나긋나긋한 가르침이 도리어 내 마음을 편하게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강아지 훈련, 아니 교육을 할 때는 가급적 강압적인 단어를 쓰지 않고 목소리 톤만 조정하거나 무시하는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하면 되는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구별하여 알려주고 있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내 아들내미 강아지도 잘 따라주고 있어서 강형욱 훈련사와 강아지에게 너무 고맙다. 

  본론으로 다시 돌아와서, 책을 결정할 때 목차를 주로 보는 내 시선에 꽂힌 질문이 있었다.

외출할 때 강아지를 위해 불을 켜놓는 게 낫나요?
방석이나 바닥을 파는 이유, 자기 자리를 만드는 건가요?
강아지도 집이 더러우면 싫어하나요?
강아지들은 자신의 부모나 형제를 기억하나요?
강아지에게도 시간 개념이 있나요?
강아지도 한숨을 쉬나요?
강아지 소리를 내면 제가 강아지인 줄 알까요?
잘 웃지 않는 강아지, 행복하지 않은 건가요?
강아지는 보호자의 성격을 닮나요?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을 하고, 노을이 지기 시작할 때 집에 돌아오는 나에게 내 아들을 제대로(?) 알 기회는 많이 없었다. 유기견으로 시작한 견생에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느낌이란 어떤걸까. 이 친구에게 밤이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함께 구조되었으나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부모 형제를 기억하고 있을까 하는 것들. 

  체감적으로는 강아지가 시간을 알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할 때면 '너를 못보내'의 의미를 가진 하울링을 하거나 짖지는 않았지만 저녁에 퇴근에 잠깐 외출을 할 때면 "지금은 못보낸다"와 같은 의미를 담아 울기도 했다. 눈물을 흘리진 않았지만 직감적으로 알게되는 강아지의 마음.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직감적으로 느꼈던 부분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안심이 되었다.

  지금은 화장실에서 배변을 하지만, 종종 치워달라는 의미로 자꾸 근처에 와 나를 괴롭혔던 내 강아지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집이 더러운 것'보다, 강아지 배변 냄새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이야 화장실 혹은 실외 배변을 주로 하고 배변 문제로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지만 냄새를 맡아보고 안정감이 있고 공격당하지 않을 위치에 배변을 하는 강아지의 본능은 어쩌면 더러운 것이 아니라, 본인의 배변냄새가 불편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강아지를 입양한지 한 달 정도 지났을까. 가족들이 나에게 말했다. 엄마를 닮아서 다리가 길고 성격이 어쩜 그렇게 똑같냐. 소심하면서도 활발한, 사람을 개보다 너무 좋아하는. 내가 주로 사람들에게 듣던 얘기와 같았다. 활발해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학습된 활발함이 소심함 속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 강아지도 그랬다. 강아지는, 같이 사는 사람의 특성을 배우고 따라한다. 내가 교육을 하거나 강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 더욱 조심하는 이유다. 

  타인에게 질문하기엔 애매하고, 그렇다고 느낌만 있어서 확실하게 알 수 없는 강아지의 마음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어서 보는 시간 내내 안심이 되었다. 리뷰를 쓰지는 않았지만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된다>도 최근 읽었는데,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좀 더 내 친구이자 아들인 강아지와 함께 행복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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