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컥.
상진이 몸에서 느낀 익숙한 낌새였다. 생리 현상이라 해도, 주변에서 알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잠시 몸을 멈추고 호흡했다. 다시 울컥. 하고 몸에서 내뿜는 느낌이 들었다.
언제부터였는지 신경쓰이기 시작한 신체의 반응. 그리고 그럴 때마다 상진은, 상진도 모르게 흐느적거렸다. 단단하다 못해 딴딴한 스스로의 생김새가 언제부턴가 부끄러워졌는지, 아니면 사람들의 말과 행동 속에, 스스로도 모르는 새 지렁이처럼 흐물거리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말을 하는데, 저 쪽에서 듣지 않는 생김새를 느끼고
대화를 하는데 나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딴소리를 짓껄이며
상스러운 말을 섞어 개바쁘게 사는데도 하는게 없어보이고
도대체 뭘 하는지 알 수 없는 미로 같은 세상의 구덩이가 바로 그에게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흐드러져버리는 스스로라는 생물체가 살 의미가 있는가.
울컥
눈물이 나왔다. 차라리 줄줄 흐르기라도 하지, 울컥이라는 느낌을 받기도 전에, 찔끔.
쏙 들어가버린 눈물 조차도 얄미웠다.
그는 전에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며 일하던 때가 떠올랐다. 새삼스러웠다.
뭐 하나만 잘못하면 얘기를 들을 생각도 없이 재떨이를 던지던 사람이 생각났다.
과거일 뿐인데 다른 과거는 생각도 나지 않는데 유독 재떨이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담배를 피지도 않는 여자의 앞에는 도대체 재떨이는 왜 있었던거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 재떨이가 날라왔으니 책상 위에 존재한 것은 사실이었다.
이해할 수도 없지만
이해하고자 노력했던 과거의 매 순간이 의미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을 무렵,
다시 마음을 새로 잡았다.
굳이 이해받을 필요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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