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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 황석영 『소설 할매』 리뷰 - 나무가 기억한 시대의 이야기

올라씨 Elena._. 2026. 3. 1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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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소설은 읽는 재미가 있고, 어떤 것은 듣는 재미가 있다. 황석영 작가의 소설은, 듣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다. 소설 할매는 듣는 재미가 있는 그런 소설이다. 시대의 서사극이라고나 할까. 


할매
황석영 글
창비
2025년 12월 12일
주간 베스트 274위. 소설 40위 (글 작성일 기준)

  인간의 시대를 넘어 생명의 시대로 나아가는 황석영 문학의 새로운 경지. 소설 할매를 제대로 보여주는 한 소개글이다. 할매는 사람이 아니고,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나무다. 뿌리를 내린 채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을 버텨온 나무가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고 기억하고 전하고 있다. 이미 독특한 서사구조다.

  이야기는 나무의 시선으로 흘러간다. 마을 사람들의 삶, 시대의 변화, 가난과 상처, 희망과 체념이 그 나무 아래에서 오고 간다. 나무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것을 본다. 말하지 않을 뿐이다. 사람은 떠나지만, 나무 할매는 남아 기억한다.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나무는 단순히 지켜보는 존재가 아니라 기억하는 저장소로서의 고서와 같은 존재다. 

어째서, 왜 나무인 걸까.

 사람이 말하고 기록하면 주관이 심겨진다. 심어진 주관은 우리가 단종이나 수양대군, 혹은 한명회와 같은 역사속 인물을 볼 때 선입견으로 자리잡는다. 그들이 안쓰러운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들의 환경을 고려치 않고, 그들의 씀씀이나 생활패턴을 제대로 지켜보지 않은 채 영화라는, 그러니까 사실을 일부 가공하여 만들어낸 허구라는 미디어 속에서 잘못된 기억을 심을 수 있다.

  그래서 나무다.  나무가 어떠한 감정도 넣지 않은 채로 말하고 기억하는 것은 사실 그대로의 객관적 기록이다. 황석영은 나무라는 존재를 통해 우리가 한 시대에 대한 시선을 감정적으로 보기보다 묵묵하게 증언하도록 만들었다. 재미있는 사건도 없고, 슬픈 사실은 있되 기록에 남았다. 나무는 그렇게 묵묵히 한 자리를 지킴으로써 역사를 증언하도록 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쉽게 읽히지 않는 소설이었다. 지켜보는 묵언 수행자의 기록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 오백년 동안 한 자리에 앉아 삶을 지켜보는 것은 그다지 재미있거나 구미가 당기는 일이 아니고, 나도 사람이기에 주관이 들어가고 감정 이입도 되어야 할텐데 그렇지가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 장을 닫을 수 있어 다행이다.

  우리는 지나간 시간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기억은 누구의 시선으로 남는가?
『소설 할매』는 말하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나무라는 존재에 맡겨 복원한다. Holaci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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