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플릭트
1945년부터 가자 전쟁까지, 전략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 앤드류 로버츠 지음 | 허승철 , 송승종 옮김
2024년 12월 02일 출간
_
갈등은 왜 더 복잡해졌을까
책을 읽은 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어떤 문장은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컨플릭트』를 다시 떠올리게 된 것도 그런 문장들 때문이었다. 최근 국제 정세를 보며 다시 읽어보니, 예전에 읽을 때는 크게 와닿지 않았던 문장들이 지금은 훨씬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 중 하나는 이런 내용이었다. MIT 연구에 따르면 진실이 1,500명에게 도달하는 데 허위 정보보다 약 6배 더 오래 걸리고, 허위 정보는 사실 뉴스보다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될 가능성이 70퍼센트 더 높다고 한다. 이 문장은 단순한 통계처럼 보이지만, 지금 시대의 갈등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_
요즘 국제 분쟁을 보면 실제 사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정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사실이 정리되기도 전에 수많은 해석과 주장들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진다. 충격적인 영상이나 자극적인 주장일수록 더 빨리 확산된다. 사람들은 사실보다 감정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의 갈등에서는 총과 미사일뿐 아니라 정보 자체가 하나의 무기가 된다. 누가 더 빠르게 이야기를 만들고 퍼뜨리느냐에 따라 여론과 인식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책에서 소개된 또 다른 발언도 기억에 남는다. 러시아의 대통령인 Vladimir Putin은 2017년 ‘지식의 날’ 행사에서 학생들에게 “AI 분야의 선구자가 되는 사람이 세계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다소 과장된 표현처럼 들렸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_
인공지능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군사 분야에서도 드론, 정보 분석, 사이버 공격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전쟁의 형태 역시 점점 기술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군사력이라고 하면 병력 규모나 무기의 수량을 떠올렸지만, 지금은 데이터와 기술력이 훨씬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결국 미래의 갈등은 기술 경쟁과도 깊이 연결될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인상적인 문장은 정치학자 Mark Galeotti의 말이었다. 그는 “전쟁과 평화의 경계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승리’는 단지 오늘이 좋은 날이었다는 의미일 뿐,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은 현대 국제 관계의 특징을 매우 잘 설명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전쟁과 평화가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되었다. 전쟁이 시작되면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고, 협정이 체결되면 전쟁이 끝나는 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갈등은 훨씬 복잡하다. 사이버 공격, 경제 제재, 정보전, 외교적 압박 등 다양한 형태의 긴장이 계속 이어진다.
겉으로는 평화로운 상태처럼 보이지만 언제든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가 갈등을 바라보는 방식도 바꾸고 있다. 갈등은 더 이상 특정 사건이나 전쟁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정치, 기술, 정보, 경제 등 다양한 요소들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어떤 분쟁을 단순히 “누가 옳고 누가 틀리다”라는 방식으로 이해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_
『컨플릭트』가 말하려는 핵심 메시지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갈등은 단순한 감정의 충돌이 아니라 역사와 이해관계, 그리고 권력 구조 속에서 만들어지는 복합적인 현상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종종 갈등을 단순화해서 바라보지만, 실제로는 그 이면에 훨씬 많은 요인들이 얽혀 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어쩌면 이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 본성의 발전은 기술의 발전보다 훨씬 뒤처져 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인간의 감정, 욕망, 권력에 대한 경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갈등은 새로운 기술과 결합하면서 더욱 복잡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 책을 다시 떠올리며 느낀 것은 갈등을 이해하려면 단순한 사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구조와 맥락을 함께 봐야 한다는 점이다. 정보가 어떻게 퍼지는지, 기술이 어떻게 힘의 균형을 바꾸는지, 그리고 국제 정치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아마 그래서 『컨플릭트』는 단순히 국제 분쟁을 설명하는 책이라기보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느껴진다.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지만 지금 다시 떠올려 보니 오히려 현재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 언젠가 시간을 내어 이 책을 다시 읽어본다면 예전과는 또 다른 시선으로 갈등이라는 주제를 바라보게 되겠지.
'우산국│직장인의 소비, 대출, 생활기록 > 독서 Los libros 11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6-11. 교보문고 전자책 『내 말은 왜 오해를 부를까』 서평 (0) | 2026.04.02 |
|---|---|
| 25-30(2). [나중에 본격적으로 쓴 리뷰] 교양 과학 『 나쁜 동물의 탄생 』 서평 (0) | 2026.04.01 |
| 26-09. 황석영 『소설 할매』 리뷰 - 나무가 기억한 시대의 이야기 (0) | 2026.03.19 |
| 26-08(2회차). 위로 에세이 전자책 『 너를 아끼며 살아라 』 리뷰 (0) | 2026.03.11 |
| 26-07. 심리 에세이 『내가 천 개의 인생에서 배운 것들 』 서평. (1) | 2026.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