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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서평] 류재언의 '협상 바이블'

올라씨 Elena._. 2023. 2. 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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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선가 문득 '인생'은 '협상'의 "연속"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쉽게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해가 어렵지도 않았다. 그러다 어릴 적(?)이 생각났다. 학부생일 때, 전공서적을 사야해서 엄마에게 '용돈'을 달라했고, 엄마는 자꾸 책을 사냐며 안된다고 했다. 나는 기를 쓰고 우겼는데 쓸데없는 내 호기였다. 쓸데없는 우김이었을텐데  엄마에게서 받은 돈으로 몰래 술을 사먹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엄마는 내가 책을 사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을테지.  엄마와의 협상에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심적으로는 죄책감을 가진, 그러니까 절반만 성공한, 별로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협상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미지 출처 : 협상 상황을 평가하는 구체적 기준들) 

 

"모든 협상은 두 가지를 남긴다.
하나는 협상 결과물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관계다.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성공한 협상이다."
- 책 중에서 - 

 

알고 보면 쉬운 협상의 시작. 인간관계.

 

  제일 싫은 말이다. 혼자 노력한다고 되지 않는 것이라 더욱 어렵기에. 지금도 싫어하는 말 중 하나지만 '인간 관계'가 모든 협상의 시작이라는 걸 이 책은 너무나 명쾌하게 기술하고 있다. 인간관계는 주거니 받거니 하는 상호작용으로 이뤄져있는데 책에서 보여지는 인간관계란 단순히 '베스트 프렌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대해 얘기하고 있기도 하다. 인간 관계 가 협상의 시작이라는 건 두말 할 나위 없다. 

  단 6분.  손정의 회장의 초기 투자 제안을 거절하고 "2,000만 달러면 충분하다.' 라고 겸손하고 솔직하게 말한 '마윈'에게  매우 놀랬다. 협상이라면 논리적인 관계로 시작되어 내가 원하는 결과를 취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을 것만 같은 단호함의 대가인 마윈에게 이런 모습이라니. 사업가에게서 솔직한 얘기를 듣는게 가능한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더 나은 인간관계를 만들어보자고 구구절절 내 자신을 설득해 스트레스 받았던 과거가 떠올랐다. 

 

1. 협상을 실패하는 습관의 늪. 실행하지 못할 약속 하지 않기.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는 나에게 '속보이는' 얘기를 하는 사람은 좋지 않게 본다. 예를 들어,  "술 한 잔 하자.", "언제 시간 될 때 밥 한끼 하시죠." 친근함을 과시하거나 친해지고자 함, 그리고 책에서 말하는 신뢰도 1~5점 중, 1점 정도인 것 같다. 이는 일을 주십사 요청하기 위한 하나의 작은 수단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말들은 속이 없는 쭉정이에 불과하며 나는 이러한 말들을 하는 공급처와는 잘 만나지 않는다. 업무에 도움이 되거나 필요한 경우에는 10분이라도 시간을 내지만,  가급적이면 공급처와 술 혹은 식사 대접은 받지 않고 있다. 내 의도를 모른채 거래처에서는 "왜 절 피하죠?" 라고 말하는 분도 계신데 결국 끝은 좋지 않았다. 

2. 숨은 이해관계인과 베트나를 적극 공략하기

  여기서 '배트나'란 BATNA, 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의 줄임말이다. 협상학의 기본이라고 하는데 책을 보면서 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협상이 결렬 되었을 때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 .

협상 테이블에서 소위 말하는 '갑을'관계는
배트나를 확보했는지,
그리고 확보한 배트나가 얼마나 매력적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내 주변에는 영업은 영업, 구매는 구매, 그리고 인사는 인사만 잘하면 되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의 경우 업무의 이슈가 생기면 주변에 관계자들에게 전화해 해당 부분의 개선 혹은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전화를 택했고, 협의된 내용을 메일로 정리하여 보내곤 했다. 시간이 지난 후,  이러한 업무 방식은 나에게 어려움이 닥쳤을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문제가 된 부분을 허심탄회하게 얘기 하다보면 스스로 답을 찾기도 했는데, 내가 놓치고 있는 기본적인 부분을 피드백 받거나 개선점을 찾는데 정말 놀랄만한  공통점이 있었다. 기본에 충실해야한다는 원칙이, 문제가 생겼을 때는 항상 내가 기본을 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3. 사소한 디테일 살리기 : 작은 선물, 그리고 인사

  사회생활을 하기 전에 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님께 받은 가장 큰 교육은 '바름'과 '예절'이었다. (쓸데없이)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를 해야하는지 의문을 가졌지만 그때마다 부모님은 '모르는 사람도 성인이고 너보다 어른이다.' 라고 말씀하시며 인사를 시키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인사성 하나만으로 많은 것을 얻게 된 것 같다. 출근 하며 만난 버스 기사님, 1층의 보안 검색대에 교대 근무를 서는 보안직원, 그리고 보안 팀장님과 사무실에 들어설 때 만나는 업무 동료들. 화장실에서 만날 때마다 인사하던 청소 이모는 어느 날인가 퇴근 후 히터를 끄고 가지 않았다면서, 체크하라는 당부를 해줬고 보안 팀장님은 언젠가 사전 등록을 해야하는 회사 주차장에 등록되지 않은 자차를 출입시켜줬다. 

성과 논리보다 직감과 감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때가 적지 않다. 

 

  여행을 다녀오며 선물한 작은 사탕 하나로 인해 나는 사소하고 작지만, 나에게 소중한 도움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들은 나도 모르게 회사에서 내 위치를 자리잡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4. 조급하면, 조급해지면 협상에서 진다.

  사실 협상이라는 키워드로 책을 찾기 시작한 건 인간 관계에 대한 걱정이 재발하기도 했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 이렇게 관계를 맺어가는게 맞는지 등), 자기 계발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서였다. 그렇게 찾은 책이 <협상 바이블> 이었다. 거기에 이 책을 빠르게 읽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연봉 협상' 때문이었다. 

  다소 늦은 감의 연봉협상일 수 있지만 회사 사정에 따라 연봉 협상 기간은 다르기 때문에 알아두면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연봉을 어떻게 올릴까' 라는 생각으로 (예를 들어 배트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등),  그리고 내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의 연봉 인상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메모하다보니 대략적이긴 하지만 방안이 생겼다. 

처음에 몇 십원짜리 부직포 가방으로 시작된 거래가
결국 고가의 명절 선물 세트나 유아 교구재료까지 이어지는 것이죠.
영업을 해보니 결국 조급해하는 사람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협상 테이블"에서 '돈'은 매우 중요하다. 거기에 보수적으로 협상에 임할 인사담당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설득시킬지는 매우 어려운 일이고 난감하며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어쨌든 나는 해내야 하니까. 그리고 이제는 조급하지 않으니까. 

  배트나를 정리하고, 업무 성과를 입사 이후부터 전체적으로 정리해 숫자로 도표를 만들고, 내가 (그리고 인사 담당자가) 협상에 실패할 경우 초래할 결과들에 대해 키워드로 요약해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서평을 끝내며. 

  연봉 협상은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협상의 바이블>을 읽으면서 나는 단순히 갑이 아니라 을이 될 수도 있으며 누군가의 이해관계자가 될 수 있음을 이해했고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에게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 마음은 "연봉을 올려야한다"는 조급함에서 벗어나 여유를 가지고 협상에 임할 수 있는 내 자신을 만들어 준 것 같아서 뿌듯하다. fin. 

 

협상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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