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이유/문화(영화, 뮤지컬, 전시 등)

연극, 파우스트 (LG아트센터/마곡) 박해수, 원진아, 유인촌 외

올라씨 Elena._. 2023. 4. 2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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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파우스트. 당신의 영혼을 걸고 내기할까요? 

  문화생활을 할 때가 되었는지 좀이 쑤셨다. 뮤지컬이던지 연극이던지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인터파크를 기웃거리다 어느샌가 섬뜩하면서도 한 눈에 들어오는 제목이 있었다. 당신의 영혼을 걸고 내기할까요? 내기하자고..? 

  나름 서울 이 곳 저 곳 기웃거리며 연극이나 뮤지컬을 많이 본 것도 같은데 LG아트센터 마곡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2년전에 방문한 장소라니....? 그래서 기록을 찾아보니 논현 쪽의 LG아트센터를 기록으로 남겨놓은 거였다. 구글, 놀랬잖니. 

 

  논현 LG아트센터에서 본 "몬테크리스토"는 아마도 내가 뮤지컬에 빠져들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였던 뮤지컬 유치원생같은.. 느낌으로 뮤지컬을 본거라서 감회가 새록새록 돋는게 지금도 느껴진다.

 

 

  사실 이 연극을 보기로 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OP 석에서 관람해본 적 없어 '이건 봐야해'라는 내 두뇌나 마음의 결정보다 손이 빨랐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나는 결제한 상태였다. 보통 공연장에서 12-13열까지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최선의 위치인데 (이 정도면 얼굴은 보이는 정도다.), 연극이라 앞에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데다가 배우의 얼굴과 동선을 볼 수 있는 최적의 기회였다.  

  1층 OP 3열 15에서 관람하였는데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다.  배우의 연기와 눈물, 그리고 땀방울을 그대로 볼 수 있어서 현실감과 몰입감이 좋다. 연극에서 이 것보다 좋은 것이 뭐가 있을까. 단점은 파우스트를 비롯해, 일부 연극에서 배우들이 좌석을 돌아다니며 연기를 하거나 측면에 위치해 있을 때 잘 보이지 않는 다는 거다. 파우스트는 양쪽 무대에서 연기하는 경우 조금의 시야 가림이 보였고, 뒤에서 무대쪽으로 내려오거나 반대로 무대에서 바깥쪽으로 나갈 때에는 고개를 돌려도 한계가 있어서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P석을 강력추천 하는 이유는 배우들의 표현력을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연극 '파우스트'는 연구실에 쳐박혀 평생을 살아온 늙은 연구가인 파우스트가 악마인 메피스토와 계약해 젊음을 추구하고 결국 타락에 빠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연극을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아마도 소설도 곧 읽게 되지 않을까.   

 배우가 지정되어 있고 로테이션 연극이 아니라서 권진아, 유인촌, 박은석, 박해수 배우의 연기가 압권이었다. 박해수 배우는 악마를 연기했는데 정말 화장도 그렇고.. 악마의 악랄함과 비굴함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인스타그램이나 SNS에서 떠도는 초반의 연기가 그대로 묻어나와서 저 사람이 악마는 악마구나 싶었다.  동시에 악마가 귀여울 때도 다 있구나 싶을 정도로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을 때는 참.. 악마라는게 아쉽기도 했다. 

  노인 파우스트 역의 유인촌 배우는 고질적인 연구가(학자) 의 기질이 보여 답답한 부분이 있었다. 계속 공부를 하며 지하에 틀어박혀 사는 학자의 삶이 그렇겠지만 연극 초반에 나와 답답한 부분을 보여줌으로써 역시 학자는 어쩔수 없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성이 있었다. 인간의 한계를 제대로 느낀 학자. 가끔 내가 느끼는 부분인지라 공감이 많이 되었다.

  박은석 배우는 노인학자가 메피스토와 계약을 맺어 젊음으로 회귀한 젊은 파우스트를 연기했다. 사랑에 빠진 학자이면서도 절망과 사랑에 빠진 구구절절한 젊음이 느껴진 역할이었다. 

  이 배우의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원진아 배우다. 앞자리, 그것도 OP 석에서 연극을 관람하며 정말 후회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가 박해수 배우와 원진아 배우 덕분이다. 악마가 가질만한 적나라한 표정과 사랑에 빠졌을 때와 고뇌하는 그레첸. 그리고 그 그레첸이 지옥으로 가서 정신이 나간 역할을 연기 할 때, 눈물을 흘릴 때는 정말이지 이 사람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구구절절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배우들의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는 것도 그랬고. 연극 파우스트가  끝날 때 내 등에는 소름과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그리고 초반에 시선을 자로잡는 미카엘 역의 김형범 배우.. 근육질이 아주 ... 멋있었다.. 

  4/ 29 까지 공연을 끝으로 박해수의 연극 복귀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약 5년만에 연극으로 복귀한 박해수의 공연은 전석 매진이니까.  

  일상에 찌든 나에게 연극 파우스트가 주는 교훈은 아주 간결하다.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유혹을 조심할 것. 그리고 내가 생각한 데로 밀고 나가되 항상 주의깊게 주변을 돌아볼 것. 어쩌면 지옥이 무서운 것일수도 있겠다. 과거로 돌아간다고 잘 살 수 있을까, 후회없이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과거의 나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냥 지금 이대로 현실에 충실하고 싶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생각하게 된 연극 파우스트였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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