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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포식자의 악에 대처하는 법. 소설 『종의 기원』

올라씨 Elena._. 2024. 8. 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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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이 생각나는 소설,  『종의 기원』  이다.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은 영화화 될 정도로 대중의 관심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설경구 배우가 열연했던 그 영화다. 알츠하이머 환자이면서 25년간의 살인을 졸업하기로 다짐한 그에게 딸인, 은희가 사라지자 그녀를 되찾기 위한 1인적 시점. 그런 시각에서 소설 『종의 기원』은 1인칭 시점의   살인자의 기억법  와 닮았다. 

 

 
종의 기원
펴내는 작품마다 압도적인 서사와 폭발적인 이야기의 힘으로 많은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작가 정유정의 장편소설 『종의 기원』. 전작 《28》 이후 3년 만에 펴낸 이 작품을 작가는 이렇게 정의한다. 평범했던 한 청년이 살인자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 ‘악인의 탄생기’라고.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미지의 세계가 아닌 인간, 그 내면 깊숙한 곳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지금껏 ‘악’에 대한 시선을 집요하게 유지해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 이르러 ‘악’ 그 자체가 되어 놀라운 통찰력으로 ‘악’의 심연을 치밀하게 그려보인다. 영혼이 사라진 인간의 내면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며 그 누구도 온전히 보여주지 못했던 ‘악’의 속살을 보여주고자 한다. 가족여행에서 사고로 아버지와 한 살 터울의 형을 잃은 후 정신과 의사인 이모가 처방해준 정체불명의 약을 매일 거르지 않고 먹기 시작한 유진은 주목받는 수영선수로 활약하던 열여섯 살에 약을 끊고 경기에 출전했다가 그 대가로 경기 도중 첫 번째 발작을 일으키고 선수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없이 몸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약과 늘 주눅 들게 하는 어머니의 철저한 규칙, 그리고 자신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듯한 기분 나쁜 이모의 감시 아래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없었던 유진은 가끔씩 약을 끊고 어머니 몰래 밤 외출을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왔다. 이번에도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을 며칠간 끊은 상태였고, 그래서 전날 밤 ‘개병’이 도져 외출을 했었던 유진은 자리에 누워 곧 시작될 발작을 기다리고 있다가 자신의 집에 양자로 들어와 형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해진의 전화를 받는다. 어젯밤부터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집에 별일 없는지 묻는 해진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유진은 피투성이인 방 안과, 마찬가지로 피범벅이 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 핏자국을 따라, 아파트 복층에 있는 자기 방에서 나와 계단을 지나 거실로 내려온 유진은 끔찍하게 살해된 어머니의 시신을 보게 되는데…….
저자
정유정
출판
은행나무
출판일
2016.05.16

 

 

  줄거리  정신병을 앓고 있는 그가, 어릴 때부터 발작 증세를 보일 때면 엄마는 이모에게 그를 데려갔다.  그렇게 약을 먹기 시작했다. 그는 발작전구증이라는 듣기도 쉽지 않은 병을 가지고 있었다. 정신의학과 의사인 이모는 엄마가 그를 병원에 데려갈 때마다 그에게 약을 처방해준다. 그가 정말 좋아했던 수영 조차도 약을 먹으면 스퍼트가 나지 않아서 약을 멈추고 기록을 갱신해가는 중이었다. 그러다 수영장에서 발작이 올 거라는 직감에 숨어버린 그는, 결국 수영을 못하게 되었다.

 

  원망. 그의 원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약 끊기’는 사막 같은 내 삶에 스스로 내리는 단비였다. 매번 그런 건 아니지만, 단비의 비용으로 발작이라는 후폭풍을 치러야 한다. 지금 자각하는 현상들은 폭풍의 임박을 알리는 전령사였다. ‘발작전구증세’라 통칭되는 어수선한 환각이었다.

<책 중에서 > 

    

  정유정 작가가 쓴 『종의 기원』  의 창작 의도를 밝히는 과정에서, <사이코패스의 자기변론서>라는 말을 했다. 악이 어떻게 존재하고 점화되는가라는 주제로 시작된 이 소설은 '나쁜 자는 벌을 받는다' 라는 결론에 다다르지 않으므로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와 같은 시원섭섭함을 전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사회 속의 만연한 범죄가 어떻게 점화되어 발전해나갈 수 있는지, 그리고 그들은 잘 살아가는지에 대한 의문을 조금은 해소하게 만든다. 

 

  불쌍하다는 말을 즐겨쓰지 않는 나지만, 인생의 기로에서 스스로 어떠한 상황에 이르렀을 때 결정을 해야한다면 그건 어릴 적 부모의 교육과 어릴 때에 자라온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깨달음을 얻어야 할테다. 『종의 기원』  소설 속 주인공인 그에게 환경과 교육은 부재했으며 그것이 그를 불쌍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반대로 살인자인 그를 사람들은 불쌍하게 여기지 않는다. 조절하고 감내해야 할 그의 성격으로 치부할 뿐. 

 

  죽는 길을 생각해봤다. 가장 쉬웠다. 목을 매든가, 옥상에서 뛰어내리든가, 아버지의 면도칼로 내 목을 베든가. <책 중>

 

  자수하라는 해진의 말에 그는 다른 최선을 택했다. 결국 그는 소설의 끝머리에 이르러 스스로에게 적당한 삶을 선택하며 끝난다. 세상이 사건, 사고에 맞추어 어떤 조작을 하거나 사실 아닌 이야기들을 풀어내던지 상관없이 그에게는 그의 삶만이 존재할 뿐이다.  - 끝 - 

 

이제 내가 왜 인간의 ‘악’에 관심을 갖는지에 대해 대답할 차례다. 평범한 비둘기라 믿는 우리의 본성 안에도 매의 ‘어두운 숲’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똑바로 응시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지 못한다면 우리 내면의 악, 타인의 악, 나아가 삶을 위협하는 포식자의 악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분신 유진이 미미하나마 어떤 역할을 해주리라 믿고 싶다. <저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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