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속 책소개
"이제 모든 것은 로버트, 그 개가 설명할 겁니다."
SNS에서 인기를 끈 아름다운 프로포즈 사진
그러나, 사진 주인공들이 사망한 채 발견되어 논란이 커지는데, 사진 작가의 정체가 개라고?
“나는 벌어질 모든 우연에 덫을 설치한 겁니다.” 상상력의 빈곤을 자책하게 만드는 기묘한 설정과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놀라운 이야기 한국 최초 대거상 수상 작가 윤고은 신작 장편 국내 출간 전 영미권 수출, Scribe출판사 출간 확정!"
신박한 이야기로 해외로의 수출 및 출간 확정이 되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오진 않았으나 개가 '유명해질' 작품을 선택한다는 줄거리는 새로웠다.
불타는 작품
2023 10 이북 출판
2023 11 읽음
윤고은 지음
Pick한 이유
책을 선택한 건 "개"에게 승인 받은 작품을 불태워야 한다는 주제 때문이었다. 강아지와 함께 매일을 사는 나에게, 인간의 감정에 어느정도는 공감할지 모르나 전혀 다른 개체인 개의 '허락'을 맡은 작품의 결과가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게 장바구니에 넣고 읽기 시작했는데 쉽게 공감은 가지 않았다. 내 머릿 속에는 의문이 계속 떠올랐다. 개라고? 개한테 인간의 예술을 승인받는다고?
있긴 있는거지? 로버트 재단이라는 거. 설마 사기는 아니겠지? 25/133
줄거리
엉킨 가시덤불 같던 엘크의 뿔 너머로 벼랑 위에 선 두사람. 4/133
한 작가가 그랜드 케니언에서 한밤중의 아득한 별들 속으로 한 커플을 찍게 된다. 이 사진 속의 커플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성과 턱시도(...?) 양복을 입은 남성이라 웨딩 사진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사진을 올린지 얼마 되지 않아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순식간에 퍼지게 되고 이 사진을 찍은 것이 사람이 아니라, 개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작가는 논란에 휩싸인다. 개를 소유하고 있는 본인이 작가라고 우기거나, 개가 찍었으므로 소유권이 본인에게 있다는 주장은 사람들로 인해 무시당하기 시작한다. 사실 사람이 믿기는 어려운 일 아닌가.
내가 주문하고, 내가 배달하고, 내가 평가한다. 완벽한 삼합 !
차분해지자, 차분해지자 (책 중에서)
제대로 된 이야기는 한 작가가 로버트 재단에 합류하게 된 계기부터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 예술적인 기질이 있음에도 영향력도 없고 사람들에게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그녀가 어느순간 로버트 재단의 로버트로부터 픽pick, 그러니까 선택받아 로버트 재단의 합숙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부터 '이건 뭐지?' 라는 말과 의구심을 갖게 된다.
소설을 쓴 <윤고은 작가>가 말한 것처럼 ' 나는 벌어질 모든 우연에 덫을 설치한 겁니다'라는 말과 같이 의심과 의심을 더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거기에 더 놀라운 사실은, 로버트 재단의 최대 주주임과 동시에 개인 '로버트'가 선택한 작품은 소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읽으면서도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소각? 혹시 ‘구매’가 ‘소각’으로 잘못 번역된 것은 아닌지,
인쇄상의 오류가 아닌지 의심했는데 그건 정말 작품을 불태우는 행위 그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은유나 상징의 표현도 아니었다. 정말 불태운다고 했다. 책 중에서
어쩌면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했을지 모른다. 아니다.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소설을 읽으며 개가 주인인 '로버트 재단'이라는게 존재하고 그 개의 pick을 받은 작품은 불태워야한다. 그것이 룰이고 유명해지는 단 하나의 이유다.
로버트 재단의 로버트가 그 '개'가 맞아? 소설이 마지막을 향해 갈 때마다 나는 되물었다. 사람 이름 같이 느껴지는 로버트가 개라면 소설 속에 일어나는 일은 일어날 수 있을까 하고 계속 되물었던 것이다.
로버트가 선택했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불타는 작품>에서 명성을 얻게 될 작품을 선택하는 건 순전히 로버트의 선택인데, 소설에서의 화자를 맡은 작가에게, 로버트가 선택한 방식은 "똥"이다.
이상한 선택의 기로
심지어 '진짜'로 평가받는 로버트 말고 대타 로버트와 식사를 하고 있으니, 이미 계약 파기 사유는 충분하지 않은가? 작품을 태움으로써 작품의 가치는 더욱 올라가고, 그러나 태운 그 작품이 세상에 남지 않게 됨으로써 화가의 가치 뿐 아니라 작품의 가치는 더욱 올라가게 된다. 220/227 p
윤고은 작가가 작가가 말하는 것이, 새삼 이 말도 안되는 소설이 생기게 된 이유라는 것이, 작가의 글을 읽으면 조금은 이해가 될 것도 같다. 우연에 우연을 겹쳐 사고에서 살아남을 수도 있지만, 우연에 우연이 겹치면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어쩌면 자본에 굴복해 우연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안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러한 사실을 작가가 꼬집고 싶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예술이라는 어려움을 간접적이나마 보여주고 싶었던건 아닐까. 모든 이들의 예술이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음을 알려주기 위하여.
우리는 자본에 굴복하지 않고, 팬데믹에 스러지지 않고, AI에게 패배하지 않은 채, 예술을 사랑하며, 예술을 창조하며, 예술가로서의 기쁨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책 중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소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랜 시간을 들여 읽었음에도 아직 머릿 속은 복잡하고 소설을 읽었다기보다는 한 편의 불가사의한 이야기를 읽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난해하고 복잡한 무리 속에서 홀로 항해를 하는 것과 같이 이질적인 느낌이 들어 마음이 불편했던 소설이다.
극찬에 극찬이 이어지는 소설이지만, 나에게 소설이라함은 '위안', 혹은 '근심을 잊게 해주는',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내 스스로를 이입하게'' 해주는 대상이기에 나와는 결이 맞지 않는 느낌이다. 찝찝하다.
잡소리.
교보문고 이북을 읽은 후에는, 아래와 같이 완독 북마크를 껴넣는다. 핸드폰을 바꿔서인지 완독시간이 7분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난 이 소설책을 .. 일반적인 소설책보다 3배는 더 시간을 쓴 듯 싶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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