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읽게 되었는지?
교보문고에서는 가끔 이북 행사를 한다. 정해진 기간 내에 이벤트 대상 품목을 대여하거나 구매하는 경우 100원으로 뽕을 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벤트 페이지 : 알림을 자주 보지는 않지만 교보문고의 행사는 꼭 잊지않고 열어보는 편이다. 100원에 득템한 오늘의 소설 <구원의 날>이다.
줄거리는 어떤가?
강가에서 발견된 선우의 백골. 그것이 부모가 잃어버린 선우의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피폐해진 삶으로 서로에게 책임을 지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부모의 끈질김과 애정을 읽어낼 수 있다. 백골과 함께 발견된 선우의 목걸이로 인해 선우의 아버지는 유골이 선우일거라 생각하면서도 이미 정신을 잃어 정신병원에서 입퇴원을 반복하는 와이프를 위해 아들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아들이 부르던 노래를 따라하던 아이를 병원에서 발견한 선우의 엄마는, 그 아이가 선우일거라 생각하고 선우의 손을 잡고 병원을 탈출한다. 탈출 후 간 곳은 엄마의 집이었다. 잠시동안의 통화를 마친 그녀의 엄마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이미 없었다.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후, 선우의 엄마 예원은 함께 탈출한 아이로부터 놀랄만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놀라 자빠진다고 해도 맞는 말이지 싶다. "울림 기도원에 있어요. 선우는."
후기를 써보자.
<유괴의 날>이 천재소녀의 잃은 기억을 찾는 과정에 있다면, <구원의 날>은 가족의 애정을 찾아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 갑작스레 사라진 아들을 찾아 떠나는 부모의 애절한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정해연 작가의 소설은, 장편이면서도 술술 읽혀서 첫 장을 펴면,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딴 짓을 할 수 없다. 몰입력이 상당하다. <유괴의 날>, <구원의 날> 모두 퇴근 후에 침대에서 읽다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에 사로잡혀 시계를 보면 밤 1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개인적으로 <유괴의 날> 보다는 이번에 읽은 <구원의 날>이 더욱 와닿았다. 주변에 천재가 없어서일까 실감이 나지 않은 전작에 비해 가족에 대한 책들을 꾸준히 읽어왔기에 나의 공감을 얻었을런지도 모른다. 최근 알 수 없는 종교들이 많아지고 역 주변에서도 "얼굴에 광이 나시네요" , "길 좀 여쭐게요" 라는 말들로 접근해오는 사람들이 있다보니 현실적으로 체감이 된 탓이다.
" 딱 한 가지 변한 것은 있었다. 방구석에 놓인 옷장 안에는 선우가 입었던 옷들과 함께 인근 사립 초등학교에 보낼 생각이었다. 두 사람의 형편에 비해 학비가 과하기는 했지만,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원은 선우가 여덟 살이 되던 해에 사립초등학교의 교복을 사 와 방에 걸어두었다. 해가 바뀌고는 아홉살의 평균 신장에 맞춰 새 교복을 사 왔다. 책 중에서
개인주의가 심해지고 대가족이 점차 소가족으로 변형되었음에도, 부모가 그들의 자식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는 위의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부모는 이 교복을 가지고도 다퉜는데, 죽은 아이의 영혼을 기리는 것 같아서 실었던 아빠와 살아 있을거라 생각하는 엄마의 심리 차이는 소설의 깊이감과 전개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선준과 예원은 끝내 선우를 찾는다. 그리고 함께 선우를 찾아 떠난 아이에게도 행복이 깃든다. 아이를 찾는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부모가 가진 그들의 담대함과 애절함은 결국 모든 사람을 제자리로 돌려 놓는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말미에 써있던 한 구절이 내 마음을 흔든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게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자책하지 않는 것. 큰 발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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