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억한다.
그들이 사는 세상, 내가 사는 혼돈
내가 중심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내가 사건의 중심에 있어야 마음이 편했다. 결국 일의 처리는 모든 시선을 나에게 돌아왔고 그건 내가 응당 해야 할 몫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계속해서 터졌다. 나에게 몰린 일들이 많아지고 내가 처리해야 할 것들이 다른 이들보다 많으니, 그들 입장에서는 내가 일을 만들어서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테고 실제로 그런 말들도 자주 들었다. 굳이 뿌리까지 캐낼 상황이 아님에도 왜 일을 그렇게 하는지, 그들에겐 그 것이 궁금증이었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소외감을 느낄 상황이 아닌데도 소외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연애를 할 때는 무뚝뚝한 성격과는 다르게 애교를 부리고 귀엽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연애를 쉬게 되면서 친분이 없는 사람에게도 나름 어리광을 피웠다.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갑자기 나한테 와서 왜 이러는가 싶었을테다.
할 일이 쌓여 스트레스를 받아 예민해진 감정을 어떻게 추스리는지 감당할 수 없어서 사람들에게 화를 내거나 언성을 높이고, 차갑다는 이미지를 받으며 살아왔는데 어느 순간 나에게 씌여진 그 가면이 나를 괴롭게 만들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영화를 보고 울기도 자주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상처를 받을 때마다 쌓인 울분은 없어진 눈물이 대신하고 있다.
약 때문인지, 약을 줄여서인지 우울증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일때가 있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뚜렷한 말을 해주지 않았고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 것이다. 지금의 상황이 특수하니까, 그럴 수 있다는 말로 나를 위로했다. 하지만 나는 위로되지 않았다.
갑상선 약과 우울증 개선 약, 그리고 허리가 아파 먹는 신경증 약, 건강기능식품으로 먹는 오메가와 여성 유산균, 점심 후 먹는 마그네슘과 화장실을 잘 가지 못할 때마다 찾는 장유산균. 거기에 건강 예방책으로 처방받은 고지혈증 약까지. 나이가 아직 약을 많이 먹어야 할 때도 아닌데 건강기능식품과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들로 하루가 메꿔지고, 이 약을 먹을 때마다 몸은 이미 갈 만큼 간게 아닐까 싶어 침울해진다.
비교하는 인생은 의미가 없다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우울증을 강화시키고 결국 타인을 통해 내 가치를 저하시키는 것도 알고 있고, 시간은 어쩔수 없이 흐른다는 것도 알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목메이지 않는 것도 이해하고 알고 있다. 그런데 자꾸만 무기력해지는 내 자신을 보고 있자면, 문장 하나가 생각난다.
내가 사는 오늘은 누군가가 그리워할 내일이다.
살고 싶다. 매사 피곤해하지 않고 즐기면서 행복함을 느끼면서. 수시로 느껴지는 우울이 조금씩 없어지기를 원하지만 그것은 점점 더 나를 침범하고 있다.
그렇게 나는 나의 혼돈을 기억한다.2023년 12월 회고록.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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