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무게/우울증

쓸데 없는 "착한 사람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올라씨 Elena._. 2023. 10. 2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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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e Guy Syndrome.

마음 속으로는 No 라고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웃으면서  Yes라고 말하는 편협적인 Yes 맨. 그리고 돌아서면 후회하는 나는 '착한 사람 증후군'이다.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사람들은 내가 눈치를 보지 않고 하고 싶은데로 하는 자유분방한 성격이라고 하지만 내면의 나는 아니라고 말한다.   # 착한사람증후군인지 확인해보기

 

사람들이 뭔가를 수군거리고 모여서 히히거리고 웃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내 얘기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잔상이 남는다. 결국 시간이 지나 얘기를 들어보면 내 얘기도 아니었고 나와 관련된 이야기도 아니었다. 쓸데없이 진을 뺀거다.

 

몇 차례 블로그에 글을 썼지만 사실 "내 얘기를 하는게 아닐거야"라고 생각하고 다짐 하는 것도 한 두번이지 계속 하는 것도 못해먹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을 때 쯤엔 이미 나는 다시 우울증 약을 먹기위해 병원을 찾는다. #웹툰으로알아보는착한아이증후군

 

착한 사람 증후군일까요? 라는 내 질문에 의사는 웃기만 했다. 증후군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난 또 그 증상에 꽂혀서 온갖 일들을 결부시켜버릴 거라는 걸 알아서일까. 어느샌가 나는 의사에게 질문을 포기했다. 병에 대한 진단과 치료는 의사와 상의하라는 나무위키의 말은 맞기도 하지만 틀리기도 하다.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 좋은 사람도 아니고 이기적인 사람일 뿐이다. 그럼에도 나는 어릴 적 상처와 한 남자의 외도에 의해 그들은 나쁘지만 나는 착하다는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구축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알고 있다. 내가 의도한 바대로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음을 알고 있고, 또한 나의 생각들이 실타래처럼 연결되어 끊임없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벗어날 수 없는 이유는 내 머릿속에 수시로 생겨나는 고민들이 한아름이기 때문이다.

잠깐 새에 내 머리 속을 가득찬 고민들은 이렇다.

1. 원드라이브 정리 해야하는데

2. 업무 한거 문제 없나

3. 블로그 글은 꾸준히 쓰고 있었나

4 내 건강은 괜찮은건가5 사람들이 보는 내 모습은 괜찮을까6 나한테 냄새나지 않을까7 혹시 내가 놓치는 부분이 있는건 아닌가8 하마스는 왜 전쟁을 시작했을까9 앞으로 또다시 원부자재 공급이 어려워지겠구만10 쟤는 왜 일을 저렇ㄱ ㅔ할까11 나는 언제쯤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12 강아지는 지금 외롭겠지13 오늘 칼퇴하고 차 막히겠네

14 ...

 

이러한 고민들은 그냥 생각나는데로 정리하고 확인하고 해결해버리면 되고 해결되지 않은 건 다음으로 미루면 된다. 얼마전에 '결정을 미루자'라고 판단해 미루던 일들이 이렇게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어제 4주만에 찾은 병원에서 의사가 말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세요. 의식적으로.

그래서 다시 억지로라도 생각해보기로 했다. 긍정적인 생각은 아니지만 어쨌든 고민에 대한 불은 끄니까. 

 

1. 원드라이브 정리 해야하는데 -> 지금 당장 안해도 됨. 

2. 업무 한거 문제 없나 -> 문제 있음 연락오겠지 괜차나 

3. 블로그 글은 꾸준히 쓰고 있었나 -> 요즘 매우 잘 규칙적으로 쓰고 있음. 굿잡

4 내 건강은 괜찮은건가 -> 환절기라 목이 칼칼한거지 큰 문제 없음. 괜찮으니 오늘도 출근했지 

5 사람들이 보는 내 모습은 괜찮을까 -> 안괜찮으면 어쩔껀디.  

6 나한테 냄새나지 않을까 -> 쓸데없는 생각 

7 혹시 내가 놓치는 부분이 있는건 아닌가 -> 있으면 연락오것지 

8 하마스는 왜 전쟁을 시작했을까 ->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당인 하마스. 이스라엘에 저항하며 그들을 파괴하고 이슬람 정권의 독립을 원하고 있다. 최근 생긴 사건은 여기로 

9 앞으로 또다시 원부자재 공급이 어려워지겠구만 -> 내가 할 수 있는거나 하자.

10 쟤는 왜 일을 저렇ㄱ ㅔ할까 -> 그냥 냅둬.... 

11 나는 언제쯤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 지금도 별일 없이 무탈하게 지내고 있는데.... ? 

12 강아지는 지금 외롭겠지 -> 외롭다고 집에 갈수는 없다. 차라리 빨리 일하고 칼퇴하는게 성공적이다. 

13 오늘 칼퇴하고 차 막히겠네 -> 맨날 막히는거 뭐하러 고민하냐. 이런 생각은 의미가 없다. 

14 ...

 

그렇다. 쓸데없는 생각이 많다는 친구의 말은 옳았다. 주변의 시선을 염탐하며 착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내 의도는 틀렸다. 나는 착한사람도 아니고 기분에 따라 움직이는 기분파이기도 하므로 사람들의 나에 대한 평가는 틀렸다. 내가 생각하고 내가 행동하는 것이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소중한 내 자신을 찾게 될 것이다.  화이팅하자. 오늘도 무탈하게. 어제와 같이.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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