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무게/산문집

하루 밖에 없는, 그리고 오늘 하루, 30대에 접어든 오늘 내 생일. 축하해.

올라씨 Elena._. 2023. 9. 1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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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8일. 그리고 9시 18분

생일의 의미.

   매년 생일이 지나면 내 생일이 언제쯤 오려나 손꼽아 기다렸었다. 과연 누가 내 생일을 기억할까 싶기도 했고, 선물은 어떤걸 고를지, 그리고 그 사람의 인생에서 내가 어떤 존재일까 라는 걸 알게되는 날이, 일 년 중의 딱 하루. 오늘이기 때문이다.

 

  한 때는 누군가의 SNS 계정이 올라온, 잔뜩 화면을 채우던 사람들의 선물이 부러워, 야무지게도 사람들의 생일을 챙기곤 했다.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게끔 해주는 잠깐의 고민이었지만 그 해 나에게도 선물은 끊임없이 도착했었다. 그러다 채 몇 년이 지나기도 전에 나는 그러한 선물 공세에 지쳐버렸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선물이라는 대체제로 해소하고 싶지 않았고,  선물을 하면 할수록 누군가로부터 받을 선물에 (나도 모르게) 기대하는 내 스스로의 모습이 처참했다. 

 

가족과의 생일파티

  언젠가는 내 생일에 부모님께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용돈과 선물을 드렸지만, 그것도 오래가진 못했다. 아직도 부모님에게는 생일 축하를 받고 싶은 마음이 커서일지도. 나이는 점점 더 먹어가고 부모님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데 나는 아직도 철부지 어린아이다. 엄마가 해주는 호박전과 고추전, 그리고 생일의 기분을 제대로 내게 만들 엄마표 갈비찜. 어제 저녁 가족과 함께한 생일파티가 유독 생각나는건 왜 때문일까.

 

  10대의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20대의 나는 내가 잘난줄 알았고, 30대의 나는 대인관계에 조금씩 지쳐가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 속에 나는 <당신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를 정독중이다.  매번 귀찮아, 힘들어라는 핑계로 매 시간을 보내고 있고 점점 더 내 입에는 '귀찮다'는 말이 자꾸만 산처럼 쌓여간다. 한 살, 두 살 먹어가면서 나는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고 싶은데 그 날은 과연 언제 올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읽기 시작한 것이다. 

 

 되새김질

  하지만 좀처럼 나의 힘듦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행복을 찾아 돌뿌리에 채어 넘어지지 않도록, 지금에 만족하되 물질에 집착하지 않도록, 내 스스로가 소중하기 때문에 남들의 무의미한 말들로 생채기를 만들어  가슴이 아프지 않도록, 분노에 휩싸여 눈물이라는 이슬로 마감되지 않도록, 비록 미래의 전망은 밝지 않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내일도 살아내려 한다. 

 

고통과 고뇌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은 자신을 이렇게 만든 세상을 사유하고, 자신이 살아온 길을 더듬게 된다. 눈길조차 보내지 않던 길가의 돌멩이가 나의 엄지발가락을 저리게 만들고, 발을 절뚝거리게 만들고, 가던 길을 멈추게 하고, 결국 약속에 늦게 만드는 특별한 대상으로 부각되는 것이다. - 쇼펜하우어

 

다소 생일에도 침침하고 뭔가 기분이 좋지 않은건, 내가 쓸데없는 기대를 해서 그런지 모른다. 하지만 난 오늘의 나에게서 또 다른 희망을 본다. 그리고 오늘을 힘차게 살아낼 것이다. 올라씨,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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