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머리 속에 갑자기 번쩍 거리는 분노가 차올랐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갑자기 죽음을 생각하게 된 게 이 것 때문인지도 몰랐다. 하늘은 하늘을 바라보았지만 답을 내려줄 것 같지도 않았다. 비가 세차게 흘러 하늘이 구멍이 날 것 같기도 했지만 하늘은 계속 말이 없었다. 하늘. 부모님이 하늘과 같은 사람이 되라며 지어주신 순 한글 이름이었다. 하늘은 살고 싶기도 했지만, 반대로 살고 싶지 않기도 했다. 속수무책으로 일어나는 삶에 대한 분노는 알 길이 없었고, 그 분노는 타인을 향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삶이 재미가 없음은 당연한 이치였다. 그렇게 하늘에게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