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 Los librosR

[살인자의 기억법] 재미가 있는건지, 없는건지

올라씨 Elena._. 2013. 8. 10. 23:10
반응형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저자가 썼다는 사실은 이 책을 다 읽고서야 알았다. 내 소설이기 때문에 나만이 쓸 수 있고, 나만이 마무리 할 수 있다는 멘트를 날린 김영하.  그런데, 나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은 세상의 모든, 어떠한 일에서도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일반론이 아니었던가. 


술술 읽히는 이 책에 나는 별 감흥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은 재미있고, 빠르게 읽힌다지만 나에게 이 책은 술술 읽히는 소설이라는 짤막한 인식을 지울 수가 없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김병수씨가 자신이 죽인 부부의 딸내미를 키우면서 만나게 된 또 다른 살인자. 한 눈에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의 존재를 직감하게 된다. 살인자는 살인자를 알아보는 법. 알츠하이머가 걸렸다는 것에서 결말이 궁금했다. 최근의 기억은 점차 사라지고 과거의 흔적만이 뇌에 남게되는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지만, 하루 하루 시간이 지날 때마다 기억은 기억으로 존재하지 않고,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곧 잊어버릴 경험들. 


그 경험들은 기억으로 존재할 수 없으며, 과거와 현재는 단절될 수 밖에 없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갖고 있는 살인자의 기억은, 결국 시간을 거스르지 못한다는 결말에 이른다. 과거에 몇 명을 살해하고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이 만들어놓은 울타리안에 갖혀 살아가는 김병수씨의 삶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어떠한 해결도 해주지 못하며 본인이 만들어 놓은 울타리(자존심)가 자신의 망상으로 인해 자신이 원하던 초기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과거 기억속에 갖힌다. 하나의 긴 문장이 이 소설의 내용이고 결말이다. 






쉽게 읽히고 여운이 남는다는 말이 나에게는 중간중간 삽입된 문구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프랜시스 톰프슨이라는 자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 속에서 태어나 자신의 고통 속에서 죽어간다." 나를 낳은 어머니, 당신 아들이 곧 죽어요. 뇌에 구멍이 숭숭 뚫려서. 혹시 나는 인간 광우병이 아닐까? 병원에서 숨기고 있는 걸까?">와 같은 문구들이 여운을 남기는 것이고, 그 내용이 김병수의 일생과 겹쳐지면서 사람들은 쉽게 읽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방식으로 구성된 것은 소설 속 김병수가 빠져나올 수 있는 틈을 만들지 않기 위해 구사한 장치로 볼 수 있다. "제 아무리 살인자일지라도, 시간은 거스르지 못한다"라는 평이하고도 특별한 결말이 없는 소설은 내 취향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법을 실제 소설로서 output을 만들었다는 건 조금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차라리 정유정의 <28>에 선뜻 손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살인자의 기억법

저자
김영하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3-07-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정교하게 다듬어진 공포의 기록!김영하의 장편소설 『살인자의 기억...
가격비교글쓴이 평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