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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한국형 에세이. 《단순 생활자》

올라씨 Elena._. 2024. 7. 1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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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바람이 불 때는 왜 하늘은 파랗고 바람이 이리도 세게 부는지 궁금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어릴 때의 소일거리 마냥 흘러가는 생각이었을 뿐 크게 내 인생이나 삶에 있어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바람이 흘러가는 데로, 내 시간도 흘러가고 있었으니.

바람도 하늘도 내 삶에게 중요한 것은 없었다.

 

 

 
단순 생활자
전 세계 20개 이상 국가에 판권을 수출하고 2022년 최고의 베스트셀러에 오른 장편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작가의 신작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전작에서 사랑스러운 사람들 사이에 피어나는 따뜻하고 진솔한 이야기로 많은 독자에게 감동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 황보름 작가가 이번에는 자신의 단순하고 평화로운 세계에 관해 들려주며 명랑하고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단순 생활자』에는 오랫동안 고대하던 독립을 하고, 얼마 후 퇴사를 하고, 다시 전업작가로 돌아온 황보름 작가가 지난 1년간 다름 아닌 ‘자신’을 구석구석 살피면서 스스로를 건사해나가는 삶의 모습이 고루 담겼다. 큰 자극 없이 자신의 생활 반경 안에서 단순하게 살아가는 한 사람의 모습에서, 우리는 잠시 편안하게 숨을 고르고 안도하게 된다. 어쩌면 내가 찾고 있는 행복은 내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으며. 깊고 느리게 쉬는 숨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변해갈까. 불필요한 것들은 걷어내고 오롯이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들로 명랑하고 안온하게 내 세계를 채우며 삶을 단순하게 다듬어가는 황보름 작가의 이야기를, 혼자 무언가를 하고 그 성취를 맛보는 데에서 달콤한 의미를 찾는 사람, 함께 노는 것도 좋아하지만 혼자 노는 게 더 재미있어 열심히 혼자 있으려는 사람, 나만의 공간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소소하면서도 커다란 만족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은 사람에게 권한다. 책에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책으로 나오기까지의 이야기와 황보름 작가의 글 쓰고 읽는 삶에 대한 이야기도 담겼다. 늘 거기 있어주어 고마운 독자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다정히 함께.
저자
황보름
출판
열림원
출판일
2023.10.13

 

 

  바람이 불면 머리카락이 날리는 것은 당연지사인데 왜 날리느냐 하늘을 원망할 필요 없듯. 작가가 되면 밥벌이가 어려운 것은  당연지사인데 왜 생활이 이토록 곤궁해진 것이냐. 13/142 P

 

그러다 어느 날, 하늘에서 투명하게 비치는 바람의 소리와 느낌조차도 느낄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게 지금이고.

 

  거기에 나는 에세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어쩌다 손이 가게 된 것은 <단순 생활자>라는 제목이 턱-하고 뇌리에 박혔기 때문이다. 워커홀릭이라는 고질병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데도 아직 발버둥 치고 있는 내 자신을 한심하게 보다가, 무엇인가 복잡한 일에 "단순히 생활하는" 작가의 흐름이, 그녀의 생활 패턴이 알고 싶어 구매한 책. <단순 생활자>이다.

 

  유명 소설을 통해 알려진 황보름 작가는 하루를 어떻게 살아낼까.

  평상시에 보내는 시간 속의 고민과, 고민에 부딪혀 무의미해 허무로 결론나는 나의 시간들이 아까웠는데, <단순 생활자>가 많은 위로를 주었다. 

 

  지금 이 시간도 버텨내고 있는 날 보면, 아마도 에세이가 특정 기간이나 번아웃이 온 시점에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도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에세이임에도, 좋은 글귀들이 많아 북마크로 정리해본다. 

 
월급쟁이의 노동은 임금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어찌 됐건 척척 밥으로 환산되고 있다는 사실이.  14/142 P
자기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사람은 끝까지 망가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나에겐 있다. 44/142 P
 
솔직함의 한계엔 늘 신경을 쓴다. 속 얘기를 털어놓고 싶어도 조금은 남겨두고, 디테일에 더 함을 주고 싶어도 결국은 힘을 뺀다. 그렇게 '나만 아는 나'를 내 안에 넘겨놓고 (중략) ~ 69/142 P
 
글을 묵혀두지 못하고 바로 독자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 두려웠다. 글이 좋은지 안 좋은지 (중략) 110/142 P
 
내가 힘들어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오면 나를 푹 쉬도록 허락한다. 나를 몰아세우지 않고 느슨하게 풀어주면서 한량처럼 며칠을 보내도록 한다. 131/ 142 P
 

 

 

리뷰를 쓰다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오늘은 많이 힘들었구나. 오늘은 쉬어도 돼.

오늘은 한량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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