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이유/독서 그리고 책.

# 82. 나는 자발적으로 출근을 하고 있는가? (심리조작의 비밀)

올라씨 Elena._. 2023. 7. 2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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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움직이기 싫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대자로 드러누운 나는  "나는 왜 이렇게 움직이기가 싫을까" 생각하면서 핸드폰을 들었다. 누가 주입식 교육이라도 시킨 것처럼 인스타그램을 켰고 손가락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새로운 영상을 보기 위해 스크롤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동안 멈추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화면을 계속 바꿔댔다.

 

  새로운 자극을 계속 원했고, 만족스러운 영상이 나올 때까지 행동은 반복됐는데 마음에 드는 영상이 있어도 오랫동안 눈이 머무르지 않았다. 인스타그램 자동 추천에 의해 내 피드는 강아지로 도배되었는데 다른 강아지들은 행복해보였고 내 강아지는 상대적으로 행복하지 않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리조작을 당하고 있는가

  그렇게 자존감을 잃어가고 나는 세상 한 가운데에서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다 내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다. <심리조작의 비밀>이 그것이었다.  심리를 조작한다면, 나도 심리를 조작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 갑자기 무서워졌다. 

 

  책에서는 <심리조작>의 원리에 대해 5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군중 심리와도 연결되며 조작의 대상이 되는 상대방이 생각을 함부로 하지 못하게 프레임을 씌워 조작하는 기법으로 책을 접을 때 쯤, 내가 스스로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지 고민을 하게 된다.

 

*심리조작의 5가지 원리. 
제 1의 원리 : 정보 입력을 제한하거나 과잉되게 한다. 
제 2의 원리 : 뇌를 지치게 만들어 생각할 여유를 빼앗는다.
제 3의 원리 : 구제를 확신하고 불멸을 약속한다.
제 4의 원리 : 사람은 사랑받고 싶어하며 배신을 두려워한다.
제 5의 원리 : 자기 판단을 불허하고 의존상태를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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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조작의 비밀 | 오카다 다카시 - 교보문고

심리 조작의 비밀 | 당신은 정말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는가『심리 조작의 비밀』은 사람의 마음을 교묘하고 은밀하게 조종하는 ‘심리 조작’이라는 영역을 깊이 있게 탐구한 전문가 오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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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심리 조작이 일어나는가.   

그럼 심리 조작은 어떤 사람에게 많이 나타날까? 책을 읽고 나면 그 답을 쉽게 알 수 있는데 요약하자면 이렇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남에게 의지하는 의존적 사람들.  이들은 스스로 생각을 할 수 없고 따라서 결정을 할 수 없으며 지속적으로 누군가에게 종속된 상태가 된다. 그들이 의존하는 대상이 말하는 것에 집착하게 만들어 스스로의 생각에 벽을 쌓게 만들고, 체력적으로 벼랑끝에 몰리게 하며, 결국은 갑이라 불리는 군림자에게 무릎을 꿇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 회사에 내 의지로 다니고 있는가?" 에 대한 질문에 있어서 고민을 한 것은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퇴직 후 직장을 쉽게 구하지 못하던 나에게, 면접 합격이라는 메일은 축복이었다. 그러나 입사후 시간이 지나고 고인물 같은 느낌이 들면서 어느순간 내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할 여유를 잃고 수동적으로 남의 주장을 그대로 따라하고 그것을 자신의 의사라고 착각하게 될 때, 전체주의의 망령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배타주의와 전쟁으로 내달리게 된다 134/135 p

그로기 상태가 되다. 

  입사 후 사소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돌렸고, 스스로 공부하며 알게된 지식, 그리고 업무에 로스가 없게 한 것, 생산 담당자들과 긴밀히 합을 이뤄 단가는 물론 생산에 문제가 없도록 처리한 이력들은 모두 나에게 재산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1. 내 인사를 무시하거나, 2. 듣고도 못들은 척 하거나, 3. 나를 험담하거나, 4. 내가 잘못한 것처럼 내 탓을 하거나, 5.  내 결과를 자신의 것인양 보고하거나, 하는 직장인이라면 한 번 쯤 겪어볼만한 일을 나도 마찬가지로겪었었다. 

  

그렇게 그로기 상태(권투시합 등에서 상대에게 큰 가격을 당해 정신이 몽롱해지거나 다리가 후들거리는 상태 또는 몹시 피곤하거나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는 상태를 이른다. 그로기는 서양 술의 한 종류인 럼주에서 유래된 말이다.) 가 되어버린 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넘쳐난 나머지 출근길에 실신했고, 하루에 커피를 무제한으로 마셔된 탓에 위염이 생겼고, 집에 가면 잠만 잤으며 담배를 물었고, 그 외의 시간에는 하릴없이 인스타그램을 보았으며, 그 외 시간에는 몽롱하게 살아야 했다. 

 

다시 스스로를 분리하다.

  그리고 <심리 조작의 비밀>을 읽고 난 후 스스로 다시 물어보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심리 조작>은 아니었겠지만, 회사의 정체된 분위기와 될대로 되라 식의 주의는 어쩌면 "나의 심리를 조작"했을수도 있다고. 

  

  나는 내 개인생활과 회사생활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퇴근 후에도 일에서 벗어나지 못해 안달거리고 꿈에서조차 일거리를 물어오는 내 스스로에게 화가 났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생각 없이" 살기로 했다. 고민은 고민을 부르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으며 조직은 내 생각만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기에. 나 혼자 아둥바둥 산다고 해서, 회사가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기에.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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