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이유/독서 그리고 책.

#83 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과 작별하는 '심플라이프'의 진심.

올라씨 Elena._. 2023. 8. 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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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모든 것들을 정리하고 싶었다. 나는 움직이는 것도 싫었고, 먹는 것도 싫었으며, 행동하는 것을 시작으로 생각하기를 멈췄다. 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나에게 "다시 약을 먹어보는게 어떻겠냐?"라며 우울증 약을 권했다. 어느 순간 '이러다 내가 죽어야 끝나지"라는 결말에 도달한 내 자신을 마주치고는 사무러치게 놀랐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절대 이룰 수도 없고

 충분히 가질 수도 없는 인생이라는 다람쥐 쳇바퀴에 올라탔다. 8/197P

 

  어차피 빨래를 개키지 않으면, 내일 밀린 빨래를 보며 나는 또 한숨을 내뱉어야 할테고, 오늘 산책하지 않으면 내일 강아지의 신경질을 오롯히 받아내야 하므로 그때 할 일은 그때, 바로 하자 라고 마음먹고 실행한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나는, 이미 지쳐있었다. 그걸 알았을 때는 충분히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었다. 항상 그랬다. 

감정의 기복이 롤러코스터를 타던 때가 불과 몇 일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이제는 심지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걸 눈치채고야 말았다. 감정이 바닥에 짖이껴 올라오지 않았던 것이다.  

 

 

  너무도 인정받고 싶어서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기분을 맞추다보니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 원하는 것. 갈망하는 것.

심지어 나의 정체성까지 포기하지 않았는가?

나도 그랬다.  7/197 P

  

   초기 건강검진에서 심장을 한 번 쓸어내렸으나 '자궁경부암'이 있다가 사라진 것을 알게된 작가 '제시카 로즈 윌리암스'의 <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과 작별하는 '심플라이프'>를 읽게 된 것은 우연이었을까. 그녀가 스스로에 만족하지 못해 옷을 버리고, 새로운 '심플한 옷장'을 꾸미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하루와 내가 가진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들은 내가 컨디션이 좋았을 때 했던 모든 행동들이었다. 그녀의 심적 변화에 공감되어서, 그래서 내심 반가웠다. 

 

자기 확신과 자기애, 안정감이 부족하면 삶의 모든 부분을 통제하려고 든다. 186 / 197 p 

 

  나는 알고 있다. 어렸을 적 느끼지 못한 안정감이 나에게 불안함으로 다가왔고, 누군가의 인정을 받고싶어하는 욕구가 불안감을 이겨내는 하나의 원인이었다는 것을. 많은 사람, 아니 전세계의 모든 이들에게 인정받고자 그들에게 '내 인생'을 맞춰왔다는 것을. 그건 내가 아니었다. 나도 알고 있었고 지금도 알고 있다.  하지만 다시, 다시 한 번 극복하기 위해 애를 쓰고 나는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란 믿음을 조금씩 가져보려고 한다. 

 

 나는 인생을 살아온 1/3 지점까지 어떤 일이든 내 감정을 피해왔다.  과거를 기억하지 않았고 기억하고 싶지도 않았다. "아프지 않았니?"라고 물어본 사람들의 말에 나는 "기억이 안나요" 라는 말로 회피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사람들이 나에게 "괜찮냐?"라고 물어보는 횟수가 줄기 시작하면서 나는 또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상처 받았는데, 나는 불안한데, 괜찮냐고 왜 물어보지 않지? 내가 사람들에게 가진 의문이었다. 

 

  일본의 킨츄키라는 예술은 물건의 불완전함을 존중한다. 물건이 깨지면 금가루나 다른 귀금속 가루를 섞은 송진으로 수리한다. 깨진 부분을 가리거나 새것처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부각해서 물건의 역사를 존중한다. (책 중에서) 

 

  책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어 기뻤고, 내가 가진 우울함의 근원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모든 것으로부터 사랑받기 위해 내가 만들어낸 하나의 목적성 행동이라는 걸 나 말고도 다른 이가,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누군가도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마음 고생하며 지금을 살아낼 것이라 생각하니 한 편으로는 위로가 된다.  fin. 

 

  오늘 하루가 안 좋은 날이든, 평범한 날이든, 비극적인 날이든, 여전히 당신에게 소중한 날이며, 여느 다른 날만큼이나 감사해야 한다. (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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