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이유/독서 그리고 책.

#81. 공감은 배신을 한다.

올라씨 Elena._. 2023. 7. 2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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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의 배신이라니, 책 제목이 참 서글펐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뒤돌아보면 나는 항상 사람들에게 공감하며 살아왔다.  공감이 배신일 수도 있다는 제목이 끌리기도 했고 공감이 가져다주는 부정적인 요소나 내 인생의 목적을 바꿔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읽기 시작한 <공감의 배신 (폴 블룸 지음, 이은진 옮김)>

 

  스페인에 이런 말이 있다. Nuestra virtud es a menudo un vicio disfrazado.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종종 위장된 악덕일 수도 있다.  공감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명언에 비추어 보면 공감이라는 미덕 안에 의도치 않은 악덕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출근길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건 나에게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내 인사를 받는 사람의 생각은 달랐나보다. 앉아있는 사람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지 않았고, 길을 가다 마주친 사람은 모른척 핸드폰에 머리를 박았다. 그래서 나도 해봤다. 그렇게 좋은 점을 찾지는 못했다. 내 마음이 불편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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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예도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머리를 하거나 스타일이 평소와 다른 날이면 아는 체를 했다. 사람에 따라 다른 반응이긴 했지만, 나 역시도 안부를 그렇게 물었었다. "오! 머리했네요." 혹은 "무슨 일 있어요?"와 같은. 

 

 이런 단순한 경험은 내 인생에 있어서 유효한 학습을 하게 만들었다. 내가 공감을 상대방에게 강요하고 있었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 말이다.  이러한 결론은 매우 스스로에게 충격적이었다. 

 

 

  아이가 물에 빠져 죽게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굳이 공감능력이 필요하지 않다. 22/193 p

 

  새로운 경험을 하고 스스로 무엇인가 얻을 때까지 나는 많은 고민과 걱정을 했어야 했다. 그녀가 머리를 한 것을 알았을 때, 그것을 물어보는 것이 상대방에게 자극이 되지 않을까.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하는 잡다한 생각들이었다. 

 

내가 한 껏 차려 입고 출근한 어느 날이었다. 소개팅 가세요? 라는 질문이 되돌아왔다. 

연애에 대한 생각이 없는 터라 그렇게 좋게 들리진 않았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태도였다. 빈정거리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나는 그 날 이후로 상대방의 스타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공감이지만 그것은 상대와 친해지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 공감이라는 것은 상대방에게 악덕일 수도 있다는 것이, 그리고 나아가 그것은 오지랖일 수도 있기에 행동이나 말을 할 때면 조심스럽게 하는 것이 지금은 일상이 되었다. 말 수가 줄 게 된 것이다.  

 

머리로는 이들 개개인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그들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들 모두에게 공감할 수는 없다. 28/193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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