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무게

[편지] 사랑하는 엄마-

올라씨 Elena._. 2014. 1. 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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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사랑하고 또 미안한 우리엄마. 


엄마, 엄마와 함께 있는 여기는 천국이에요.
엄마와 함께라면 행복하다는걸 왜 모르고 있었을까요.
엄마가 아프고나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이 시간은 분명히 지나갈거에요.
힘든 시간을 지나고 웃으며 얘기할 때가 올거에요.

먹은 걸 게워내고 물 한모금으로 메스꺼움을 이겨내려고 하는 엄마의 마음을 이 못난 자식은 이제서야 알게 되는 걸까요. 그게 병과의 싸움에서 이기고자 하는 엄마의 마음과 다짐이었음을 왜 이제서야 알게된 걸까요.

이 시간은 분명히 지나갈거에요.
웃으며 얘기할 때가 올거에요.

엄마가 힘들어도 전 엄마를 포기하고싶지않아요.
엄마와 아빠는 제 인생의 전부니까요. 이 못난 딸을 뒷바라지하며 하루하루를 버텨준 엄마, 그리고 아빠. 아빠, 그리고 엄마.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조차
밥을 먹으며 고기의 질감을 느끼는 것조차
배고파 음식을 먹으며 느끼는 포만감조차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는 것 조차
사람들을 만나 회포를 풀 수 있는 것 조차
사람들을 만나 내가 아프지만 이렇게 건강하게 잘 살아있다는 것조차
글씨를 보고 전광판에서 빛나는 불빛을 볼 수 있는 것조차
두 다리로 떳떳히 걸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조차
내가 원하는 코디로 옷을 맞춰입을 수 있다는 것조차
마음껏 양파를 먹고 냄새를 가시게 할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조차
달력의 빨간날을 보며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것조차
변비에 화장실가기가 불편해 요거트를 사먹는 것조차
배추전, 김치전, 파전 과 같이 밀가루 범벅인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조차
소리를 듣고 신경질을 내고 짜증을 부릴 수 있다는 것 조차
사람들의 생김생김을 보고 못 생겼다 말할 수 있다는 것조차
춥고 눈바람이 쌩쌩불고 눈이 펑펑 오는 날, 신나게 눈싸움을 할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조차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조차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입어보고, 살 수 있음에 감사하는 것조차
이렇게 나에게 주어진 생활에 대해 감사하는 것조차 엄마와 함께 나누고 싶어요.

뼈가 보여 생사를 넘나드는 환경에서도 소중한 딸을 잃을 수 없다며 의사를 붙잡고 울던 엄마의 모습을 전 잊지 않아요. 그 옆에서 묵묵히 엄마를 지켜주던 아빠를 전 잊지 않아요. 죽어가는 나의 숨을 부여잡고 산소마스크를 쓰며 들었던 엄마아빠의 목 소리를 잊지 않아요. 힘을 낼 수 있을 상황이 될때까지 기다릴게요. 그때까지만 포기하지마세요. 그 이후엔 제가 있을게요.

힘들고 힘든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사랑하는 엄마에게.

2013년 추운 겨울에.


BlackBerry® 에서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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