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우스를 아시나요?
오디세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입니다. 그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왕성했으며, '다른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죠.
키클롭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마에 눈이 하나 밖에 없는 거대한 괴물들로, 양을 키우며 산다. 오디세우스 일행은 양과 젖과 치즈 덩어리가 있는 동굴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편안하게 쉰다. 키클롭스인 동굴의 주인 폴리페모스는 집으로 돌아와 동굴 입구를 거대한 돌로 막고 양의 젖을 짜려고 앉았다가 뜻밖의 방문객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디세우스는 그에게 손님을 환영해달라고 호소하지만, 배가 고팠던 폴리페모스는 선원 몇 사람을 잡아먹는다.
그러자 오디세우스가 식인 괴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꾀를 낸다. 폴리페모스에게 달콤하지만 독한 포도주를 권하였던 것이다. 포도주를 벌컥 벌컥 마신 폴리페모스는 오디세우스에게 이름을 묻고, 오디세우스는 "내 이름은 '아무도 아니다(우데이스Udeis)'요." 라고 대답한다. 폴리페모스가 잠에 들자, 오디세우스는 푸른 올리브나무로 뾰족한 말뚝을 만들어 폴리페모스의 하나밖에 없는 눈을 사정없이 찌른다. 괴물은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비명을 지른다. 이웃에 살던 키클롭스들이 도와주러 달려와 누가 이런 짓을 했냐고 묻지만 돌아온 대답은 당연히 "아무도 아니다". 그러니 다들 하릴 없이 돌아갈 수 밖에.
'아무도 아니다'라는 이름을 낯설게 만드는, 즉 그것을 보호하는 가면처럼 뒤집어쓰는, 극도로 현명한 대처법을 구사한 것이다.
(...) 우데이스라는 이름이 '영웅'과 '아무도 아니다'를 둘 다 의미할 수 있기 때문에, 우데이스는 이름이라는 마력을 부술 수 있다. 그는 “아무도 아니다”라고 자신을 부인하면서 자신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사라지게 만들어 자신의 생명을 구한다. (방황의 기술 pg. 128)
오디세우스의 이 일화는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려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뜬금없이 그리스 신화의 영웅을 들먹거린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이미 답은 오디세우스의 일화에 나와 있습니다. 책의 내용이 그 답이 될 것 같은데, 책의 내용을 한 번 훑어보겠습니다.
시대정신은 우리와 목표 사이의 길고 어지러운 길에서 우리가 헤매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가 목표만 볼 뿐, 그 사이에 있는 것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기를 바란다. 최대한 빨리 가고 싶은 곳에 도달하자면 카메라와 고화질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달린 기계에 돈을 투자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현실의 사진이 아무리 고화질이어도, 현실 자체가 고화질이 아니라 극도로 혼탁하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용기를 내어 그 혼돈 속으로 뛰어들어 보자. 선명한 화질에 눈이 멀어 방황하고 헤매고 길을 잃을 용기를 버린다면, 다시 말해 우리 존재의 혼란을 깨닫지 않으려 한다면 결국 삶도 놓치고 말 것이다. (방황의 기술 pg. 124)
오디세우스는 너무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때로는 혼자 힘으로, 때로는 신들의 도움으로 그 상황을 모면할 수 있습니다. 그의 방황은 낯선 것과 만나 계속 새롭게 방향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죠. 호메로스가 쓴 <<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를 능수능란한 인물로 소개하는데, 이 능수능란함은 그의 지능과 학구열, 뛰어난 언변, 창의성, 믿을 수 없는 추진력에서 잘 드러납니다. 하지만, 오디세우스의 장점은 두 가지가 더 있습니다. 고결한 품성(자신과 동료들에 대한 책임감)과 무슨 일이 있어도 한도를 지키는, 즉 절대 자만하지 않는,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되 넘어서지 않는 현명함이 바로 그 것이죠.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분들에게는 어떤 장점이 있을지 궁금하네요. 커다란 전지를 펼쳐놓고는 종이의 햐얀 매력에 자신의 장점을 적어 놓는 일이 어쩌면, 자신의 방황을 오디세우스의 그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현명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에게 여행을 하면서 꼭 챙겨야 하는 물건이 있다면, 그건 무엇인가요?
.. 친구, 동창의 결혼식, 선후배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당신에겐 굳이 여행이 아니어도, 아름다움과 추억을 간직할 카메라가 필요하지 않나요?
카메라로 그 순간을 찍는 순간, 여행은 중단됩니다. 그저 현실을 사로잡을 뿐이며, 현실을 사로잡으면서 현실을 통제할 뿐이죠. 먼 훗날, 과거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바라보며 그리운 향수를 대뇌이고 있을 당신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한 번쯤은, 카메라를 소유하지 않은 채로 마음과 몸으로 여행을 즐겨보세요. 영속적인 디지털의 걸작품으로 남길 수는 없겠지만,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있을 가슴 속 추억은 당신의 생명을 구 있을 테니 말이죠.
이 책에서 방황이란 철학과도 결부되어 있습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철학을 알게 해주고, 내 자신의 방황 ‘여행’이 어디로 방향을 잡아야 할지도 알려주죠.
한 번 생각해보세요.
왜 공무원이 되려고 했는지.
왜 대학이 가고 싶었는지.
왜 의사가 되려고 했는지.
단순히 목표를 향해 달리는 사람에게는 목표를 이룬 성취감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에게는 방황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는 이미 떠나갔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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