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를 치는 손가락엔 중심이 있다
손가락이 적절한 속도로 키보드를 치기 위해선 서서는 어렵다.
의자에 앉아있어야 적절한 속도로 키보드를 칠 수 있다.
앉아있을 때의 무게 중심은 어디에 위치할까.
커피를 탈 때도
컵에 믹스 원두를 넣고 물을 붓는다.
꼿꼿히 허리는 펴서 바닥에 발을 대고 서있다.
중심은 허리에 있지만, 그 중심이 제대로 서지 않은 상태에서 커피를 타기는 어렵다.
중심이 내가 아닐 때에는,
휘둘리기 쉽다.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치인다는 얘기가 아마 그 상황에서 나왔을 것이다.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커피를 타 먹기도 어렵고
키보드를 칠 수도 없다.
먹고 자는 데에 문제가 생기고
제대로 일어날 수 없으며
몸에 쌓인 스트레스는 결국 파멸의, 종말을 맞는다.
고민해야 할 것은 하나다.
무언가에 휘둘릴 때에도
감정적으로 혼미해져 울고 싶을 때에도
그 끈은 놓으면 안된다.
놓고 싶다면 놓아도 되지만
후회할 일이 많을 터이고
힘들지만, 힘든 상황에서도 버티고 있으면
아마도,
정말이지
오롯이 중심을 잡고 있다는 사실이 하나의 위안으로,
그것이 하나의 위안에서
굳건히 나를 지켜주는 힘이 될 것이다.
아무리 높은 벽이라도
내가 결정하지 않으면 시도할 수 없다.
넘어갈 수 없다.
하지만, 그 벽을 넘는 것에 가치가 없다면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에,
진지하게 어떤 용을 써서 이겨내고 나의 발걸음을 돌아보았을 때,
그것이 삐뚤기 때문이 아니라
의미없다고 느껴진다면,
내 스스로를 위한 일을 하지 않았음을 기억했으면 한다.
그러니,
기운 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