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국│作/共存의 무게

걷고 싶지 않지만 걷고 싶다

올라씨 Elena._. 2026. 6. 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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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지 않다.

신발끈을 묶는 것조차 귀찮고,
현관문을 여는 일도 번거롭다.
어디를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무엇을 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걷고 싶다.

집 안에 가만히 앉아 있자니
생각은 자꾸 제자리만 맴돌고,
머릿속은 흐린 물처럼 탁해진다.

물을 급하게 마시다 사레가 들고,
하던 말을 잊어버리고,
쓰려던 글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날.

몸은 무겁고,
마음은 몽롱하고,
집중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걷고 싶다.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바람 한 번 맞고 싶어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싶어서.

목적지가 필요한 날보다,
방향만 필요한 날이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

그렇게 걷다 보면
풀리지 않던 생각도,
답답하게 막혀 있던 마음도,
조금은 느슨해질 것만 같다.

걷고 싶지 않지만 걷고 싶다.

아마 지금의 나는
어딘가에 도착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잠시 숨을 쉬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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