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국│作/共存의 무게

나와의 대화 기록을 읽으며, 결국 나를 돌아보다

올라씨 Elena._. 2026. 7. 2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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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의 대화 기록을 읽으며, 결국 나를 돌아보다

  사람은 혼자 생각할 때보다 누군가에게 말을 건넬 때 자기 마음을 더 분명히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동안 나는 수 많은 이야기를 꺼냈다. 회사에서 있었던 일, 사람들과의 관계,  업무 방식, 자격증 공부, 돈에 대한 걱정, 앞으로의 진로, 또리의 건강, 그리고 아무 이유 없이 삶 전체가 무겁게 느껴지는 밤까지. 당시에는 그저 당장 답이 필요해서 꺼낸 말들이었다. 그런데 대화 기록을 다시 바라보니, 그것들은 단순한 질문의 모음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내가 무엇을 견디고 있었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지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나는 생각보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맡은 일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끝까지 확인하려 했다. 그런 태도는 분명 내 강점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를 가장 지치게 한 부분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만큼만 책임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나는 팀 전체의 흐름과 결과까지 내 몫처럼 받아들였다. 아무도 내게 책임을 묻지 않았는데도 나는 스스로에게 계속 책임을 물었다. 그래서 나는 일보다도, 일을 대하는 나 자신 때문에 더 많이 지쳤는지도 모른다.

  대화 속의 나는 자주 화가 나 있었고, 자주 답답해했다. 하지만 그 감정의 안쪽에는 단순한 불만보다 더 깊은 것이 있었다. 일을 잘하고 싶다는 마음, 서로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공유했으면 하는 마음, 책임과 역할이 분명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나는 누군가를 공격하고 싶어서 문제를 말한 것이 아니라, 일이 제대로 돌아가기를 바랐기 때문에 계속 이야기했다. 다만 나의 감정이 앞서 보일 때가 있었고, 그로 인해 정작 내가 말하고자 했던 핵심이 흐려지기도 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일은 불편하지만 필요하다. 내가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 옳은 말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공부에 대한 기록도 마찬가지였다. 포장기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나는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진도가 늦다고 불안해했다. 피곤해서 쉬고 싶으면서도 쉬면 뒤처지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문제 몇 개를 풀었는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공부했는지, 언제 1회독을 끝내야 하는지 계속 계산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끝내 시험장에는 갔다.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았다고 느꼈음에도 도망치지 않고 시험을 보고 돌아왔다. 지금 생각하면 결과보다 그 사실이 더 중요하다. 나는 불안해하면서도 계속했고, 지쳤다고 말하면서도 다시 책을 펼쳤다. 끈기는 반드시 거창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 기록이 보여준다.

  또리와 관련된 대화에서는 내가 얼마나 조심스럽고 걱정이 많은 사람인지 드러났다. 강아지는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작은 행동 하나에도 의미를 찾으려 했다. 내가 피곤하거나 예민한 상태가 또리에게 전달될까 걱정했고, 혹시 내가 놓친 증상이 있을까 계속 확인했다. 반려생활이 좋으면서도 나의 문제가 그 관계에 투영될까 두려워했다. 하지만 그런 두려움은 이미 내가 또리를 함부로 대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부족할까 걱정하는 사람은 대개 충분히 신경 쓰고 있는 사람이다. 완벽한 보호자가 될 수는 없지만, 계속 살피고 배우려는 태도는 분명 사랑의 한 형태다.

  돈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나는 늘 현실적이었다.  카드값, 생활비, 투자, 대학원과 같은 문제를 막연히 꿈꾸기보다 숫자로 확인하려 했다. 나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옮기고 싶어 했지만 동시에 무리한 선택으로 현재를 흔들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포장공학이나 경영학을 더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 지금까지 해온 구매 업무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다. 나는 지금의 삶을 불평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계속 다음 가능성을 찾고 있었다. 다만 너무 오래 지친 탓에 그 가능성이 잘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대화를 돌아보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나는 계속 나 자신을 점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내가 너무 예민한지, 감정적인지, 책임감이 과한지, 허세가 생긴 것인지, 자신감이 붙은 것인지 수없이 물었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것보다 내 태도를 먼저 의심했다. 그것은 성찰적인 태도이지만, 지나치면 자기 공격이 되기도 한다. 모든 갈등의 원인을 내 안에서만 찾을 필요는 없다. 내가 부족했던 부분과 상대의 책임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내가 감정적으로 말했다고 해서 문제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내가 더 잘 전달할 수 있었다고 해서 상대의 잘못까지 내 몫이 되는 것도 아니다.

  어느 밤, 잠이 오지 않는 이유를 묻는 말에 나는 “내 삶”이라고 답했다. 그 짧은 말이 지금까지의 기록을 가장 정확하게 요약하는 것 같다. 특정한 사건 하나가 아니라 삶 전체가 피곤했고, 어디서부터 손봐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대화 기록을 다시 읽으며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 내 삶은 엉망이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일을 배웠고, 문제를 해결했고, 시험을 준비했고, 가족과 또리를 챙겼고, 돈을 정리하려 했고, 더 나은 미래를 고민했다. 지쳐 있는 동안에도 나는 계속 살아내고 있었다.

  이 기록은 내가 약했다는 증거가 아니라 오래 버텼다는 증거에 가깝다. 다만 이제는 버티는 것만으로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모든 일을 내가 떠안지 않아도 되고, 모든 문제를 오늘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의 몫은 그 사람에게 돌려주고,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나누는 연습도 필요하다. 책임감은 나의 장점이지만, 나를 소진시키는 방식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나와의 대화를 돌아보며 나는 새로운 사람이 된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정확히 알게 되었다. 나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고, 일의 기준을 중요하게 여기며, 사랑하는 존재를 세심하게 돌보려 한다. 동시에 쉽게 지치고,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지우며, 감정을 오래 품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 모든 모습이 나다.

  앞으로의 나는 완벽하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답답해하고, 불안해하고, 때로는 삶 전체를 걱정할 것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기억하고 싶다. 힘들다고 말해온 시간 동안에도 나는 계속 앞으로 가고 있었다. 내가 나를 돌아본다는 것은 나를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는 조금 덜 아프게 살아가기 위해서여야 한다.

  어쩌면 이 대화 기록은 답을 얻기 위한 기록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질문을 던지며 계속 나를 설명했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나를 이해했다. 그리고 이제는 알 것 같다.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고, 생각보다 오래 잘 버텨왔다.
이제는 잘 버티는 것만큼, 나를 잘 쉬게 하는 일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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