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무게/산문집

조건

올라씨 Elena._. 2018. 11. 2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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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이야기]

   어느 순간 이제까지 살아온 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항상 걱정이 많았다.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걱정이 주였다. 걱정은 많았고 그 많은 걱정을 함으로써 걱정이 해결되지는 않았으며, 머리 속을 끝없이 돌아다니는 걱정이라는 인형을 키우고 있었다.

그런 나를 사람들은 부정적이라 명명했고 긍정적이라는 프레임에서 내가 변하기를 강요했다. 검은색 프레임에 검은색 안경알이 박힌 네모난 안경 속으로 쳐다보는 내가 속시원할 리 없다. 

   나에게 있는 걱정과 지나친 생각. 그리고 머리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어떠한 생각들도 개선의 방법을 찾아주지는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내 감정이 아닌 타인의 감정이 나에게 도사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내가 가진 감정, 내가 가진 생각도 내가 가져왔던 가치관도 나에게서 나온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내가 가진 것이라곤 한 달을 노동하며 얻은 월급으로 산 가방, 옷, 신발 따위였다. 심지어 3년 가까이 써온 다이어리조차도 익숙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탓하는 말들이, 누군가 때문에 부글부를 끓어온 마음을 해소하는 것 뿐이었다. 내 마음이 그래왔다는 걸 이제서야 안 것이다. 아무것도 없었다는 걸, 내 자신조차 없었다는걸 이제서야 알아버린 것이다. 

   너무 슬펐다.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들이, 

   내가 가져온 고통의 순간들이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니었다니. 

   타인을 위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르는 그 시간들.

   화가 나야 했고, 소리를 지르며 분노하거나 울었어야 했는데, 심지어 그럴 수도 없었다.

  언제 불에 탈지 모르는 마른 가지처럼, 나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사랑하는 것. 내가 나를 위해 해야 할 것. 

   내가 좋아했지만 타인을 위해 참았던 것들을 다시 찾아내기 시작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좋은 생각만 하고 살 수는 없다.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사는 것도 스트레스일테니까. 스트레스를 안받을 수는 없기에 나는,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며 살기로 했다. 때로는 부정적인 생각과 스트레스로 화가 날날 때도 있었지만 그것도 나라는걸 받아들이면 쉽게 화가 가라앉았다. 걱정을 없애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더 많은 걱정이 나를 옥죄어왔다. 걱정을 받아들이자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그래, 지금 그 걱정 하는게 당연한거야. 너무 스트레스받지마. 지금 시간도 지나간 추억이 될거야. 

  사람에게 감정을 실지 않고 있다.  그 감정이 나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서 온 감정이라면 더더욱이 타인에게 그 감정을 전달할 필요도 없고. 불필요한 사람들에게 감정을 소모하여 스트레스 받지 않기로 했다. 더욱 나와 견고한 관계를 맺는 사람들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어느순간 또 어려워질 수 있기에 조심하고, 조심한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더 좋은 하루가 있을테니까. 올라ⓒ


[누군가의 이야기]

굳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비위 맞춰도 보고, 이해도 시켜보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친구가 어떤 사람이 싫다고 해서 

나까지 그 사람을 싫어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서로 좋고, 좋은 사이에서

틀어지더라도 바로 잡을 수 있는 그런 사이를 

더 돈독히 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난 이유없이 나를 싫다고 하는 사람보다,

조건 없이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잘하고 싶다. 


성호승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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