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데이트를 즐기고 있던 나에게 남자친구가 말했다. "모든 남자는, 애야. 애 키운다 생각해."
당시의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도 애긴데 누가 누구를 키우라는겨.
이런 말은 연애 때만 듣는 건 아니었다. 가족 관계에서도, 사회 생활에서도, 연애에서도, 지인들과 모이는 만남 장소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귀에 꽂혔다. 의문이 들었다. 아니, 나도 아직 크려면 멀었는데, 누가 누굴 가르쳐? 역시 스스로 동일한 질문과 답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부당한 상황에서는 ‘왜 아무 설명도 없이 기다리라고 하지?’ ‘왜 내 양보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하고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존중받은 경험이 있는 아이는 집 밖에서의 무례함에 고개를 갸웃한다. 단순히 나이가 많거나 사회적 위치가 높다고 해서 함부로 명령해서는 안 된다는 것, 상대방의 양보와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면 안 된다는 인식은 가정에서 심어줘야 한다. <책 중에서>
그러다 최근 정말, 진짜로, 아이같은 사람을 만났다. 이 책을 가장 읽어보고 싶게 만든 장본인이다. 부당한 상황인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로 상부에서 얘기하면 네, 알겠습니다와 같이 yes를 외치는 예스맨이었다. 단순히 나이가 많거나 사회적 위치가 높다고 해서 함부로 명령해서는 안된다는 것, 이 사실을 군대에서 깨우쳤는지 유독 밑에 사람들, 특히나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에게만 유.독. 강한 사람이 있었다.
타인에게 작은 일을 얘기하면, 아 그랬어요? , 그리고 문제 제기를 하면, 시키는 대로 해. 라는 대답.
요즘 같은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는 몰라도, 이런 말을 하기엔 조심스럽지만서도, 이런 말이 아직도 세상에 통용할 수 있다니. 믿기가 어렵다. 작가는 이러한 상황이, 존중받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 말한다. 어떤 상황에 닥쳤을 때 유동적으로 변화하거나 변화해야 하는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에 흔히 나타나고 이는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아이에게서 나타날 수 있다는 것.
“계속 같은 말을 하니 나도 화가 날 것 같네. 그만하고 기다리면 좋겠어.” <책 중>
‘나는 너의 리더야, 친구들과 싸우듯 너와 소리치며 싸울 생각이 없어, 이렇게 행동하면 내가 허가하지 않을 거야’
어린아이를 대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어른에게도 같은 방법을 쓰니 먹혔다. 그러니 사람들이 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했던거겠지. 침묵과 나의 상태를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이 상황을 타파하거나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걸.
육아를 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하고 있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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