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위대한 비밀] 셰익스피어는 어디에서 나타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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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nymous,위대한 비밀] 셰익스피어는 어디에서 나타났는가?

올라씨 Elena._. 2012. 5. 3. 09:30

우리는 우리가 믿고 있는 사실이라는 가정을 쉽게 하곤 한다.

"셰익스피어는 실존 인물이다." 라는 가정을 떠올려보자. '당연하지. 실존 인물 아니었어?'라고 생각한 당신과 나는 오직 한가지 해석만을 떠올리기 쉽기 때문에 문장의 모호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곤 한다. 즉, 시스템1(자동적 시스템)은 그것이 거부하는 대안들이나 심지어는 대안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추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식적인 의심은 시스템 1의 레퍼토리에 들어 있지 않으며, 그런 의심을 하려면 동시에 공존할 수 없는 해석들을 마음속에 계속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정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불확실성과 의심은 시스템 2(의도적 시스템)의 영역에 속한다.

일단, 위 문구에서 나오는 시스템1과 시스템2는 각각 자동적 시스템, 의도적 시스템으로 구분지어 생각할 수 있다. 시스템 1은 즉각적인 반응의 결과이고 시스템 2는 의식중에 지속적인 물음과 논리적인 과정을 통해 결론을 내는 방법론적인 시스템의 결과이다. (위의 일부 내용은 최근에 나온 행동경제학 서적인 "생각에 대한 생각" 에서 발췌했다. )

가정에 대하여 의문을 품었다면 셰익스피어가 실존인물인지에 대한 관심이 있었거나, 그의 인생과 작품들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에 한번쯤은 갸우뚱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는 '정치 스릴러'다. 셰익스피어의 실존여부는 둘째 치더라도, 당시 시대의 상황에 비추어봤을 때 실제 정치 격변의 시대와도 스토리가 맞닿아 있기 때문에 흥미롭다. 영화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계승을 앞둔 잉글랜드를 한 정치 스릴러로 여왕의 연인이자 셰익스피어의 작품의 진짜 작가라는 에드워드 드 비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왔다갔다 하는 영화의 시대적 처리는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해하기가 어렵지는 않다.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문맹에 '난봉꾼'이라는 시각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셰익스피어가 귀족 문화를 세부적으로 기술한다는 사실은 논란의 중심에 있을법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 영화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가 그의 글을 쓴 것이 아니라, 귀족 중 누군가가 쓴 것으로 셰익스피어는 허구의 인물이다'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큰 윤곽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펼쳐지는 정치 스릴러라, 구미가 땡기지 않는가.

하지만 영화의 막바지를 장식하는 장면들은 어떤 블로거가 말했듯 '오이디푸스 컴플렉스'같은 근친 설정을 해놓는다는 왜곡된 설정에는 살짝 반감이 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영화가 재밌는데 .. 이뿐만 아니라 영국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은 재상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윌리엄 세실'을 타락한 정치가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영화에서는 얄미운 역할로 데이빗튤리스가 열연하므로 눈여겨 볼만하다. 또한 판단은 감상하시는 분에게 맡기겠다.

영화에서 실제 작가로 열연하는 귀족 에드워드 드 비어. 자신이 쓴 희곡들이 무대에 오르는 것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글이 칼보다 강하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희극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이를 이용하려고 했던 부분도 영화에서는 보여진다. 하지만 글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귀족으로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이뤄내지 못함으로써 몰락하는 귀족의 불우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실 영화를 보고 후기를 작성한다는 것은 참으로 번거로운 일이다.(귀차니즘OTL) 영화를 보면서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이렇게 후기로 남기는데 이번 Anonymous(위대한 비밀)의 경우에는 만족도가 꽤나 높았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소셜네트워크를 봐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기대치가 높지는 않았다. 시간 죽이기용으로 보려했던 영화에서 "패왕별희"와 같은 잘 짜여진 스토리에 편집 능력까지 멋진 영화를 발굴해냈다는 생각에 후기를 남긴다. 복습을 좋아하지 않는 나인데, 어쩌면 이 영화는 나에게 또 다른 복습을 남겨줄지도 모르겠다.

※ 관심있게 볼만한 Anonymous(위대한 비밀)의 후기 ※

1. 풀리지 않는 비밀, 색다른 시선, 과연 진실은?

2. 정만서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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