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암흑 통치의 진실 : 『동트기 힘든 긴 밤』
중국에서 첫 출간되어 한국에서도 빛을 보게 된 소설 『동트기 힘든 긴 밤』 은 적나라한 중국 사회를 보여준다. 어떤 시선에서는 질타를, 또 다른 시선에서는 중국에 만연한 부패를 보여준 작가에 대한 존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고, 옮긴이의 덧붙인 말을 통해 중국 사회도 다른 부패 심한 나라 못지 않게 내부 비리가 있지 않겠나 싶었다. 어느 SNS-MER 의 댓글에 따르면, 누군가가 숨겨 겉으로 티가 나지 않는, 않았던 거겠지.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동트기 힘든 긴 밤』은 쯔진천의 대표작 ‘추리의 왕’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 10여 년이 넘게 거대한 권력과 맞서 싸운 한 검찰관의 처절한 일생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 사회파 추리소설입니다. - 옮긴이의 말 중
『동트기 힘든 긴 밤』 의 줄거리는 이렇다. 술에 잔뜩 취한 변호사 장차오가 택시에서 내려 도주하려다 붙잡힌다. 지하철을 타고 도주로를 물색하려 했지만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에 의해 가지고 있던 짐에서 시신이 있다는, 범인의 자백 때문이었다.
하지만 장차오의 말과는 다르게, 사건의 범인은 장차오가 아닌 듯한 방향세로 흘러간다. 여기에 예리한 직감을 가졌지만 지금은 경찰이 아닌, 옌량이 투입된다. 그에게 장차오가 말한다.
“서류 몇 장만 가지고 누군가를 파악하려 한다면, 그 사람에 대한 정의는 그 종이만큼이나 얄팍할 겁니다.”
장차오가 사건을 맡게 된 이유, 그리고 그가 이 사건을 맡아 죄인처럼 범죄를 자백했어야 하는 이유는 사회적이고도 정치적으로 많은 사건이 얽혀있다. 초등학생을 성폭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교사 허우구이찡은 살해당했고, 누명을 썼으며 그가 자신을 괴롭혔다고 진술한 딩춘메이는 실종되었다. 성폭행 당한 초등학생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교사였던 허우구이찡은 대학생이던 시절 성폭행을 방관하고 싶지 않았고 사실관계를 밝혀 범죄자에게 죄에 대한 벌을 받게하려고 했으나, 누군가로부터 살해당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정말, 일반인으로서는 생각 할 수 없는, 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른 척 하려했던 큰 호랑이가 잠들어 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1년, 2년을 감내하며 10년까지 참아내었던 그들의 세월, 젊음, 일, 명예, 미래, 가정, 그리고 스스로의 목숨은, 결국 진실을 밝히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있어야 할 자리, 누군가가 있고 싶었던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것으로 마감된다.
한국 소설의 제목인 『동트기 힘든 긴 밤』 의 원제인 『장야난명長夜難明』은 ‘빛을 보기 힘든 기나긴 밤’이라는 뜻으로, 일반적으로 기나긴 암흑 통치를 비유하는 말이라 한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왜 하루가 이리도 길어야만 한지, 제목을 보고 의문이 들었다면 도서의 마지막 장을 덮고나서야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는 『동트기 힘든 긴 밤』.
소설이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전달해줄 수 있다면, 이 소설은 그렇지 못하다. 현실을 풍자함으로써 웃음의 미학을 선사하기보다 오히려 숨겨진 바다 속의 빙하와 같은, 빙산의 일각인 중국 현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선사한다.
탐욕인가, 아니면 진실을 얻기 위한 싸움인가. 그건 『동트기 힘든 긴 밤』.을 읽는 독자의 선택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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