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에 올린 글을 보충해 오늘의 에세이를 써본다.
< 2012. 5. 10 페이스북 담벼락에 쓴 글 >
누군가를 찾으러 잠시 동네를 걷게 됐다.
동행하던 아주머니가 "학생, 몇 살이야? 회사는 다녀?" 라고 묻는다.
"네. 올해 졸업하고 준비중입니다."라고 답하자, 자식자랑이 이어진다.
" 우리 애기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S전자들어가서 일하다 때려쳤어. 근데 일하면서 퇴직금이나 상여금은 얼마나 많이주는지 지금은 마흔인데 띵가띵가 놀아. 학생도 대기업 들어가면 참 좋을텐데. 아쉽네 그려."
... 허무하다. 대기업이 이 사회에서 추구하는 목적이 되어버린 건가? 얼마전 현재 중고생들의 장래희망에 대한 기사를 읽게됐는데, 60%이상이 '명문대 진학'이었다고 한다. 대학을 가고 싶어 사는 것일까. 살기위해 대학을 가는 것일까. 생각이 많은 하루다.
<보충>
페이스북 담벼락에 저 글을 싣고는, 많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사실 나도 대기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학생활을 마쳤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러면서 이력서를 쓰고, 독서를 하고, 블로그를 하고, 생각을 하며, 구직을 진행하면서 '첫 직장'에 대한 로망도 바꼈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의 높이가 낮아졌다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다. 나에게는 아직 큰 꿈이 있으니까. 이를테면 지구를 들어올리겠다는 꿈 같은 것 말이다. 그렇지만 대기업을 누구의 말대로 '무진장', '거기가 아니면 안되' 정도로 원하는 것은 아니게 됐다. 기업의 이미지가 아무리 '세련'되고 '유행을 타고', '국가 경제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내 첫 직장으로 대기업을 원하지 않게 된 것이다.
대기업에 관한 이미지를 찾아봤다. 우리나라의 구직자, 취업 준비생들이 원하는 4대기업의 이미지다. 이런 이미지들을 우리가 매일 24시간, 1년 365일 접하게 되기에 그 영향력 또한 작지 않을 터.
나는 대기업 연구원을 지낸 아버지 슬하에서 자랐다. 그래서 부족함 없이 내 짧은 인생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족의 눈높이는 사실상 '대기업'에 꽂혀있다. 그래서 그런지 첫직장이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라는 사실에 굉장히 유감을 표하신다. 운이 어느정도 뒷받침되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실은, 그 이유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돈'이다.
하지만 말해주고 싶다. 내 인생을 차지하는 건 돈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지나친 참견은 하지 말아달라고. 내가 원하는 직장은 무엇인가를 배우면서, 하고자 하는 업무에 대한 기량을 배우기 위한 곳이지 돈따위를 많이 주는 기업이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더이상 내 선택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말이다. 취업을 확정한 후, 나를 화나게 하는 유일한 이유다.
초등학교의 목적은 중학교, 중학교의 목적은 고등학교, 고등학교의 목적은 대학교이고, 대학교의 목적은 취업이 되어버렸다. 취업하고 나서는 승진이 목적인가? 그건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이 아니다. 중요한건 돈이 아니고, 수단도 아니고, 토익 점수에 학교성적은 더더욱 아니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라고 했던가. 스토리도 잘 짜여져야 스펙을 이길 수 있다. 대충 만들어지고 남들과 똑같은 경로로 설계된 인생은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실패다. 그런 스토리는 후질근한 스펙조차 이길 수 없다. 난 졸업하기 5개월 전에야 하고 싶은 것을 찾았다. 그리고 그렇게 돈을 벌고 싶었던 이유도, 아르바이트에 공장을 다녀보고 싶었던 이유도 5개월전에야 알게됐다. 더 늦게 찾았다고 하는 사람도 봤다. 먹고 살기위해, 자식들 키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힘든 일을 겪어야 한다는 사람도 만났다. 내 주변에, 나와 함께 인생을 사는 사람들에게, 나와 소통하는 사람들에게는 '먹고 살기 위해' 직업을 찾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중요한 것은 '직장'이 아니라, '뭘 하고 싶은가.'이다
※ 대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작성한 글은 아님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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