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무게

정화와 복수, 그 사이 어딘가.

올라씨 Elena._. 2024. 11. 4. 13:16
반응형

 

  좋은 글들로 위안을 얻다 보면 그 순간에는 분명히 힐링되는 기분이다. 내 스스로가 정화되면서 나쁜 것은 나한테 없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내면의 부정적인 마음은 정화되다가 어느 순간 블랙홀 같은 구렁텅이에 빠져버린다. 부정적인 일과 생각이 반복되어 뇌 속의 주름을 하나 더 만들었을 때, 번아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늪에 빠진다.

 

  그럴 때 나는 뮤지컬을 들었고, 영화를 보았으며, 여행을 떠났고, 책을 읽었다. 그런 지식은 차곡차곡 쌓여 내 가슴 속에 조금씩 산을 쌓고 있다.  그 산은 나에게 좋은 영감을 주며 , 부정적인 마음으로부터 나를 탈출하게 해주고 삶의 의미를 되찾게 만들어주며 무엇보다 내가 내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단물과 같이, 회복하는 방법이다. 

 

  그러다가도 늪이 너무나 깊어 일어날 수조차 없을 때가 있다. 요즘이 그렇다. 어떤 글머리도 생각나지 않고 머리 속은 잡생각으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남에게 복수할 생각이라기보다는 내 스스로 무엇인가 잘못한 건 아닐까 하는 자괴감에 빠지고 자존감은 당연히 바닥에 구멍을 낼 태세다. 

 

  문득, 중국 속담이 생각난다. 

 누가 너에게 해를 끼치거든 앙갚음을 하려 애쓰지 말고, 그저 강가에 앉아 기다려라. 

  머지않아 그 사람의 시체가 떠내려가는 것을 보게 될지니.

 

 느즈막히 분노와 반항이라는 청소년기의 불꽃에 타올라 어떻게 하면 너에게 복수를 할까 생각하기보다 어찌보면 삶의 기로에 서있는, 최선과 악바구니 사이에 홀로 서있는 나에게 “일시적 멈춤”이라는 시간을 부여하는 속담이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너는 이렇게밖에 못살았니. 라기보다

  내 일만 스스로, 내 스스로 여유를 갖을 수 있도록, 내 자신에게 힘을 주는 외로운 속담이지만, 어느 무엇보다도 나에게 멈춤의 여유를 전해주는 좋은 속담이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잠깐 강가에 서서 누가 내려오진 않는지, 물 속에 떠오르는 잔잔한 파도를 보며 사색에 잠겨본다. 

 

  잔인한가? 내 삶은 생각보다 잔인했고, 잔인하며, 앞으로 잔인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성장할 것이다. 잔인함이 나의 성장을 도와주는 거름이기 때문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