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무게/마음을개운하게해보았다.

30대, 캠핑을 추천하는 이유

올라씨 Elena._. 2024. 11. 1. 10:16
반응형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나에게 캠핑은 “힐링”이자 “내 스스로를 찾는 방법”이기도 하다.

  캠핑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일상에 복귀하면) 내 손에는 그새 힘이 잔뜩 들어가 있고, 몸에서 힘이 잘 빠지지 않는다. 누군가 어깨에 손을 대면 움츠려들고 살짝 주무르는데도 어깨가 아프다. 몸에서 힘을 빼는 작은 행동과 마음을 가볍게 하는 것 조차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말이다. 

 

 

캠핑의 시작.

  물론, 첫 캠핑의 시작은 “자존감”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또리 덕분이었다. 출근 전에 산책을 하더라도 퇴근까지는 약 12시간. 그 시간 동안 충분히 자고 휴식을 취하겠지만 그 시간 조차도 또리에게는 매우 지겨운 시간일 것이기에 주말내 함께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활발히 행동하고 움직이면서 일주일 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조금이나마 사라지길 바랬다. 그렇게 아산에서 첫 캠핑이 시작되었다. # 아산 캠프정감/나홀로캠핑/솔로캠핑

 

 

생애 최초 첫 솔로 캠핑. 가능할까? (아산 캠프정감/나홀로캠핑/솔로캠핑)

생애 최초 솔로캠핑 썰 생애 최초로 스스로 준비하는(?) 캠핑(이라 쓰고 여행이라 읽는다) 을 다녀왔다. 반나절 자리를 예약해 캠핑 느낌을 즐기고 올까 생각했지만 캠핑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

hrdforus.tistory.com

 

 

  이야기가 중간에서 샜다. 

  노지 캠핑을 하려다가 차가 전복되어 선루프부터 유리가 깨지고 그 충격으로 나와 또리는 한동안 차가 편하지 못했다. 수리를 맡긴 차는 2달이 지나도록 받지 못했었다. 그나마 정비소에 담당해주시는 분이 신경써줘서 일정을 당기기는 했지만.   어쩌면 다행이었지만 그 때가 겨울이었고 해가 바뀌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나는 다시 캠핑을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캠핑은 노동, 그리고 혼자가 되는 일.

  캠핑은 정말 노동이다. 자리(사이트)를 예약하는 것부터 사이트에 도착할 때까지, 그리고 차에 있는 짐을 꺼내 텐트를 치고 팩을 박아 고정시키고 마지막으로, 먹을 것들을 정리하고 침낭을 꺼내 잘 준비를 미리 마친다. 이것이 해가 지기 전까지 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게 나는 또리와 함께 사람 솔로 캠핑을 떠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또리는 (사람이 아니므로) 그의 코는 새롭고 진귀한 냄새들로 가득한 캠핑장에서 쉴 줄을 모른다. 그렇게 철저하게 나는 혼자가 된다. 

   

나를 발견하는 아이러니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혼자서 하는 이 작은 행동들 속에서 나를 발견한다.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작은 랜턴에 불을 켜고, 방수포 위에 얹힌 매트 그 위에 앉은 다음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궁금한 걸 해결하려는 심산이다. 아직 캠핑이 익숙하지 않기에 짐이 여기있다가 갑작스레 저 짝으로 옮겨지기도 하고, 텐트를 고정하기 위해 단조팩과 함께 둔 망치를 찾을 수가 없어 모든 짐을 뒤지기도 한다. 

 

  신기한 건 이러한 반복적인 행동 조차도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시간을 가늠할 수가 없다.  나는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날씨에 맞춰 팩 위치를 고민하는 것 조차 충분한 시간과 정성을 들여 단조팩을 박는다. 내 소중한 텐트가 날라가면 안되지 않겠는가. 

 

  아직은 또 익숙치가 않아서 혼자 텐트를 치면 차박은 30분, 그리고 텐트를 치면 약 한 시간 정도가 걸린다. 혼자서 폴대를 잡고 고정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혼자서 그 어려운 텐트의 중심을 잡고 줄을 내려 스커트를 고정하고, 내 손으로 만든 집 안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다는 건 사소하지만 너무 큰 행복이다. 

 

쉴 수 없는 캠핑.

  텐트를 치는 걸로 끝이 아니다. 텐트를 치기 전에 주변에 어떤 것이 있는지 또리에게 냄새를 충분히 맡게 해 익숙하도록 알려줘야 한다. 출발하기 전에 차에서 편하게 있도록 (나는 가급적 쉬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하도록), 볼 일을 보고 산책을 하는데도 목적지에 도착하면 또 산책가자고 낑낑거리는 또리를 데리고 주변 산책에 나선다. 

 

  오후 느즈막히 도착한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산책을 하고 나면 밥시간이다. 화롯대에 불을 피우고 장작이 어느 정도 사그라들 때쯤이면 은박 호일에 고구마를 넣어 굽는다. 중간에 달콤하게 고구마 익는 냄새가 나면 뒤적거려보기도 한다. 

  내 밥만 챙기면 되는 게 아니라, 또리 밥도 챙겨야 하는데 불조심시키랴, 주변에 낯선 이가 오는지 경계 아닌 경계를 하는 또리도 지켜보랴 아주 정신이 없다. 그런데 정신이 또렷하다. 내가 부지런히 움직여야 밥이든 쉼이든 원하는데로, 만족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쉴 수 없지만, 캠핑하며 보내는 모든 시간이 바쁘게 흘러가면서도 즐거운 캠핑 생활을 보내기 위한 생각은 그칠 줄 모른다. 그 생각은 행동으로 변화되어 어떤 것이 부족한지, 어떤 것은 이미 충분히 준비되었는지 내 생각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도 오롯이 나다. 

 

 30대의 나는, 사람들 속에 지쳤다.

 하지만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바닷가로 떠나 텐트를 쳤던 그 작은 기억은 지금의 나에게, 나를 찾아주는 즐겁고 행복한 추억으로 조금씩 나만의 지구를 만들어가고 있다. 나는 이렇게 일상 속에서 부족한 여유와 쉼을, 캠핑을 통해 얻고 있다. 

 

  캠핑이 대세라지만 (대세와 상관없이, 나이를 떠나서) 훌쩍 떠나보는 건 어떨까. 그 속에서 내가 잃어버린 작은 무언가를 찾을 수 있기를. fin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