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면접.
언젠가 스타트업 회사에서 면접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서너번 정도다. 늘상 그렇지만 스타트업이라면, 우수한 성적으로 비지니스계에 우뚝 설 것 같은 기대 심리가 생긴다. 자신이 있으니 비지니스도 성공할 것이다 라는 지레짐작이랄까. 나는 유별나게도 스타트업의 면접 제의를 종종 받는데 그들은 다양한 업무 경험이 "폐사에 도움이 될 것 같다"라는 결론에 이르러 항상 연락을 한다고 했다.
그렇게 면접 후 입사를 결정해 일도 해보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남은 건 후회다.
정확한 사업포트폴리오가 구상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조금만 틈을 비집고 들어가면 허점 투성이, 아니 허점이라고 부르긴 어렵지만 아직 검토되지 않은 것들을 얘기하는 시각을 조금 더 냉철하게 볼 수 있었달까.
그 것들조차도 시간이 흐르며 알게된 것이니 시간의 가르침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의 고민상담을 들어줄 필요는 없다.
면접에서, 기존에 다니던 업체에서 어려움이 있었을 때 어떻게 처리했는지 물어볼 수는 있지만 방법을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질문에는 주의를 했으면 한다.
예를 들어 면접 자리에서 합격을 얘기한 후 (대표님 면접이었다), 제품 PT를 요청받았다. PT는 현재 제품의 부족한 부분을 포괄하여 브랜드를 개발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여기까지라면 이해할 법도 했지만, 그 뒤의 말은 쉽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PT(프리젠테이션)를 하고 나서 브랜드의 확장성을 검토해보고 싶어요. 우리가 잘 가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
프리젠테이션이라면, 주변에서도 경험담을 듣기는 했지만(...사족..) 가능하다.
몇 번을 반복해 생각해봐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대상이 이상했다. 프리젠테이션을 면접관이 아닌 전직원 앞에서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아직 입사도 결정되지 않았는데 직원들을 모두 불러 앉혀놓고 브랜드의 부족한 부분이라던지 좋은 점이라던지, 브랜드를 기획해보라는 건 애시당초 면접자에게 요청할 사항들이 아니었다.
고민상담은 피하자
이런 적도 있다. 같은 업종에 있는 면접관이었는데 질문이 이랬다.
"리드타임을 어떻게 줄일 수 있나요?"
면접관의 입장에서 리드타임을 줄임으로써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성과 측면에서 알고 싶었다면 이해했을 노릇이지만 문제는 상담하는 것처럼 의견을 물었다는데에 있다. 마치 고민 상담하듯이.
면접 시간 약 2/3 혹은 1/2이상의 시간이 상대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상담 자리를 마련한 느낌이 들어 불쾌한 적도 있었다. 질문만 하고 답을 적정히 얻었다고 생각했는지, 이만 면접을 마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자리에 일어나는데 그 콧대 높은 태도에 질리기도 했다.
나에게 스타트업이란, 그렇게 좋지는 않은 기억이다. 누군가가 스타트업 회사로부터 (목적 회사 혹은 스스로의)유망한 성장 가능성을 보고 이직을 고민한다면, 위의 글들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좋지 않은 경험은 조심할수록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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