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애는 꿈을 꿨다.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매 시간, 매 초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미애가 꿈꿨던 삶은 이런 거였다. 시간은 흘렀으나 하루의 일과가 모두 기억나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꿈이었다. 꿈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는데도 좋은 느낌이 들었다. 마음이 몽글몽글 솟아오르고 양 볼에 기분 좋은 열이 차는게 느껴졌다.
두리둥실.
몸이 가볍게 사뿐 날아올랐다. 내일도 이런 하루를 보내게 될테지.
눈을 뜨니 꿈이었다. 미애는 어두운 방의 한 구석에서 깜빡거리는 LED 시계가 알려주는 밝은 빛에 초점이 맞춰졌다. 시간이 잘 보이지 않아 두 눈을 비비고 다시 시계를 보았다. 4시 39분. 일어나야 할 시간에, 알람이 울리기 1분 전 자연스럽게 떠진 눈이, 스스로가 미애는 뿌듯했다. 내가 언제부터 이런 생활을 해왔을까. 가슴이 벅차올랐다.
미애는 잠이 많았다. 꿈을 꾸고 아침에는 항상 행낭을 꾸리듯 짐을 가득히 싸서 출근하기 바빴다. 아침은 거르기 일쑤였고 잠 뿐만 아니라 어깨에 짊어진 짐 조차 많았다. 엄마, 아빠가 각 방 생활을 한지도 꽤나 오래되서, 미애는 엄마 따로 아빠따로 챙겨야 했다. 미애의 부모는 같은 집에서 살 뿐,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만들어 각자 살았다. 세 명의 동생은 학생들이어서 지출이 많았다. 항상 미애의 하루는 적자였고 월급은 스쳐 지나가기만 했다.
뭐야 이게?
미애가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동료나 상사와 무관하게. 사람들이 불편하게 하면 미애는 항상 웅얼거렸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 했길래 ? 너네는 해준게 있어? 상사는 말했다. 답답한 상황인거 알아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동료는 덧붙였다. 잊어버려요.
365일 하고도 5년. 1,825 일 동안 미애는 죽을 것만 같은 감정에 휩싸였다. 밥을 먹어도 허기가 졌으며 커피를 마셔도 더 나은 각성을 위해 커피 중독자가 되었고 담배를 태웠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배수진을 치고는 미애를 차단했다. 미애는 혼자가 되어 울었다.
다 지난 일이다. 어려운 시기 동안 미애의 마음엔 작고도 빠알간 꽃이 새싹을 피웠다. 그 꽃의 생기를 언제부터 느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새싹이 피어나고 줄기가 튼실하게 올라와 봉우리가 지고 맑은 꽃이 피었음을 어느 순간 알아챘을 때 미애는 그 동안의 설움이 달콤쌉싸름하게, 솜사탕처럼 사라져 있었다.
ㅡ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는 일은 꽤나 지친다. 힘든 일이 많은 것처럼 느껴져서 사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기엔 척박하다고도 느낀다. 지금은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고 흘러서 언젠가 소소한 행복으로 자신의 인생을 찾은 미영을 기억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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